주요 제조사 생산종료 예고에 가격 폭등세日 1~3% 상승 반복 … 지난주 8% 뛰기도DDR5보다 4달러 이상 높은 1.5배 수준 거래
  • ▲ 삼성전자 서버용 고용량 D램 모듈 'DDR4'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삼성전자 서버용 고용량 D램 모듈 'DDR4'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생산 종료를 앞둔 구세대 D램인 DDR4가 차세대 제품인 DDR5 가격을 넘어서면서 D램 제조사들이 막바지 DDR4 재고 소진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DDR4 가격은 이달 들어 매일 오르다가 DDR5 가격을 넘어섰고 최근엔 DDR5의 1.5배 수준에서 거래가 되고 있다.

    17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4 현물(스팟) 가격은 이달 들어 매일 1~3% 오름세를 나타내다가 DDR5 가격을 넘어선데 이어 1.5배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16일 기준 DDR4 16Gb(1G×16, 3200MT/s) 평균거래가격은 8.7달러다. 전날에 비해 6.1% 상승하며 어김없이 가격 상승 랠리가 이어졌다.

    같은 날 기준 DDR5 16Gb(2G×8, 4800/5600MT/s) 평균거래가격은 5.9달러로 DDR4 대비 3달러 가까이 낮았다. 이날 DDR4는 최대 15.3달러에도 거래가 됐고 가장 낮게 거래된 가격도 8.1달러로 하한선이 명확했다.

    지난주에는 DDR4가 DDR5보다 가격이 4달러 이상 높은 1.5배 수준을 나타내며 시장에서 DDR4가 강세임을 뚜렷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다. 6월 들어 매일 오름세를 이어오던 DDR4가 지난 13일에는 최대 8% 상승 기록을 쓰면서 DDR5 가격을 완전히 넘어섰다.

    이 같은 DDR4 가격 강세는 주요 제조사들이 종산을 결정하면서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D램 3사는 지난해 이미 DDR5로의 세대 전환을 위해 DDR4 생산량 축소 과정을 거쳐 생산종료(EOL)를 선언했는데, 이번달이 생산 축소를 본격화하는 시점이 되면서 시장에 공급량도 확연히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DDR4 시장을 점령한 중국 창신메모리(CXMT)도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CXMT는 지난해 막대한 물량을 풀어놓으면서 시장에서 거래되던 가격의 절반 수준 제품을 선보여 DDR4 가격 하락을 주도했는데, 그러다 올 들어 돌연 생산종료를 선언하면서 3분기 중에는 이 같은 계획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CXMT가 내년 중반께는 DDR4 생산을 완전히 중단할 것으로 본다.

  • ▲ CXMT DDR4 제품 이미지 ⓒCXMT
    ▲ CXMT DDR4 제품 이미지 ⓒCXMT
    공급은 줄었지만 여전히 DDR4 수요는 존재한다. 고성능 AI(인공지능) 인프라 수요를 충족하기엔 DDR4의 성능이 부족하고 DDR5나 HBM(고대역폭메모리)로 넘어가는 것이 대세이긴 하지만 저가형 서버 인프라와 산업용 장비 등의 시장에선 DDR4 기반 생태계를 당분간은 더 이어가기 때문이다. 예산이 제한적인 중소업체들이나 기관 등에선 DDR4를 DDR5로 바꾸기 위해 CPU(중앙처리장치)나 메인보드 등을 함께 업그레이드해야 하는데 이 부담이 커서 아직은 DDR4에 머무르려 한다.

    DDR4 종산 소식으로 재고를 비축하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도 가격을 높이는 핵심 이유로 꼽힌다. 하루에 5% 이상 가격이 오르는 등의 현상은 재고를 쌓아두기 위한 투기성 매수세 영향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예상 밖의 DDR4 가격 폭등에 생산종료를 결정하고 차세대 제품에 집중하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2분기 이후 실적에 의외의 호재를 맞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주력으로 삼는 DDR5보다 DDR4를 파는게 이익에 더 도움이 되는 가격 상황인데다 막바지 생산에 접어들며 하반기 중에는 물량을 쏟아낼 예정이라 D램 수익 대부분이 DDR4에서 나올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특히 삼성에겐 DDR4가 실적 효자가 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HBM에서 매출의 절반 이상을 채우고 있어 DDR4 수익 창출 효과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지만 삼성은 아직까진 레거시 D램에서 얻는 수익이 높았던만큼 DDR4 가격 폭등 효과를 온전히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올 2분기 7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 DDR4 가격 반등처럼 메모리 가격 상승과 수요 회복 정도에 2분기 실적이 달렸다고 평한다.

    SK하이닉스는 든든한 HBM 수요를 기반으로 삼성과는 다소 다른 실적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2분기엔 9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또 한번 삼성을 넘어설 확률을 높게 본다. HBM3E 12단 제품 출하가 본격화된데다 레거시(구형) D램 가격까지 반전 상승한 이중 효과를 누리면서 1분기에 이어 또 한번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