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부실대출 급증…가계·자영업자 연체율 11년 만에 최고배드뱅크 설립 급물살…추경·금융권 출연 통한 재원 조달 유력
-
- ▲ 서울 한 건물 상가에임대 광고가 붙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물가 불안과 내수 부진 속에 은행들의 부실채권 비율이 치솟는 가운데, 새 정부가 '포용금융' 기조 아래 배드뱅크 설립을 추진하면서 은행권은 건전성 악화와 출연 부담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하고 있다.1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 지난달 말 기준 전체 원화 대출 연체율 평균 0.49%, 전월 대비 0.05%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말 대비로는 5개월 만에 0.14%포인트나 오른 수치다.가계(0.36%)·대기업(0.18%)·중소기업(0.71%)·개인사업자(0.67%) 모두 오름세를 나타냈다. 가계 및 자영업자에 대한 은행 연체율은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특히 경기 부진에 취약 계층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개인사업자 대출 부실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지난달 말 평균 0.67%로 한 달 만에 0.06%포인트나 올랐다.아직 5월 집계가 이뤄지지 않은 우리은행을 제외한 4대 시중은행의 5월 말 전체 원화 대출 대비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채권인 NPL(고정이하여신) 비율 평균은 0.45%로 집계했다. 이는 지난해 말(0.33%) 이후 올해 들어서만 0.12%포인트 늘어난 것이다.내수 부진 등으로 국내 경기 악화가 지속되면서, 은행권의 연체율이 당분간 개선되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정부가 연체에 허덕이는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포용금융’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은행권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금융당국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코로나 대출 조정 및 탕감 실현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안을 구체화하고 있다.과거 정부에서 시행한 부실채권정리기금 또는 구조조정기금을 보면 정부와 정책금융기관 재원 뿐 아니라 시중은행 등 금융권으로부터의 출연금도 활용해 왔다. 금융회사, 특히 은행권에 대한 대규모 출연을 요구할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출자 등 재원 부담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정부에서는 추경과 금융권 공동 출연으로 재원을 마련해 부실채권을 인수 및 정리하는 방안이 유력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경기 악화로 인한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은행들의 건전성 관리가 우려되는 상황에 새정부 기조에 맞춰 포용금융 확대로 인한 출자 부담 등도 맞물린 상황"이라며 "금융권 출연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구상이 유력한 만큼 이에 대한 상호 간의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