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向 매출 감소 분석 … SK하이닉스 기여도 높아웨이퍼 공급망 다변화시 매출구조 변동 가능성 우려 ↑차입금 의존도 높아 모회사 변경시 지원 여력 부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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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실트론 인수에 나선 두산이 고객사 및 재무 관리를 함께 떠안으며 시험대에 올랐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알짜 자산'을 확보했지만 인수 이후 고객사 구조 변화 가능성 등이 제기되며 부담이 커지고 있단 평가다. 계열 지원 약화로 SK실트론의 신용등급 전망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두산은 중장기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투자에 속도를 내겠단 의지다.

    22일 SK실트론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고객사인 A계열의 매출은 1년 새 4955억원에서 4150억원으로 16.24% 감소했다. 같은 기간 B계열의 매출은 3297억원에서 3969억원으로 20.38% 증가했다.

    SK실트론에서 가장 큰 매출을 내는 A계열은 삼성전자, B계열은 SK하이닉스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향 매출이 감소하고 있지만 HBM(고대역폭메모리) 1위인 SK하이닉스가 압도적인 생산량을 기반으로 매출 기여도를 높이며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SK실트론은 실리콘 웨이퍼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기업으로 일본 신에츠화학·섬코와 함께 글로벌 '톱3' 웨이퍼 업체로 꼽힌다. SK실트론은 2017년 SK그룹 편입 이후 단 한 차례의 적자도 기록하지 않았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3155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약 8%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SK실트론의 기업가치를 4~5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두산 편입 이후 SK실트론의 매출 구조가 변동될 수 있다는 점이다. SK실트론이 SK그룹에서 분리돼 두산으로 편입될 경우 SK하이닉스가 웨이퍼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본 신에츠화학이나 섬코 등으로 공급 비중이 이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룹 내 두산테스나, 두산전자와의 사업 시너지가 단기간 내 가시화되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재무 관리도 숙제다. 두산이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추가 차입에 나설 경우 SK실트론의 높은 차입금 비중과 맞물려 그룹 전반의 재무 부담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SK실트론의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160.7%, 차입금 의존도는 45.5%로 차입금 비중이 높은 상태다. 특히 모회사가 SK에서 두산으로 변경될 경우 모회사 지원 여력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미 부정적인 시각을 내놓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는 두산이 SK실트론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되자 SK실트론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검토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SK실트론 신용등급은 SK계열로부터의 비경상적인 지원 가능성을 반영해 자체신용도 대비 1노치(notch·단계) 상향된 상태"라며 "지분 매각이 최종 성사될 경우 계열 요인에 따른 상향 조정이 제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두산은 중장기적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반도체 수직 계열화를 완성하겠단 의지다. 인수를 무사히 마무리 지을 경우 중장기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란 생각에서다. SK실트론이 글로벌 과점 구조 속에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자산으로 꼽히는 만큼 두산의 지분 가치와 포트폴리오 질적 수준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은 두산로보틱스 등 자회사 담보를 통해 현금을 수혈 중이다. 두산은 올해 초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로보틱스 지분을 담보로 한 뒤 신용 대출을 더해 총 1조원 규모의 현금을 마련했다. 지난해 말 1400억원 안팎이던 두산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상반기 1조2000억원 수준까지 증가했다. 이후 PRS(주가수익스와프)를 통해 7000억원 수준의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CCL 등 추가 증설에 대한 기대가 나오던 상황에서 해당 자금이 SK실트론 인수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단기적으로는 투자 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당분간 진통은 불가피하겠지만, SK하이닉스의 매출 공백을 삼성전자로 채울 가능성 또한 열려 있는 만큼 두산과의 중장기적 시너지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