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기 백신 플랫폼 개관 … 팬데믹 이후 대응 패러다임 전환 본격화한타바이러스 mRNA 백신 공동개발도 진척100억 그 이후 견고한 생산역량 확보 관건
  • ▲ 고려대의료원 정몽구 미래의학관. ⓒ고려대의료원
    ▲ 고려대의료원 정몽구 미래의학관. ⓒ고려대의료원
    백신을 '사는' 나라에서 '만드는' 나라로. 팬데믹을 겪으며 드러난 백신 의존의 현실에 대한 뼈아픈 자각이 민간의 선제적 투자와 대학의 실행력으로 전환점을 맞았다. 

    고려대의료원이 최근 개관한 '정몽구 미래의학관'은 국내 최초 민간 주도의 전주기 백신개발 플랫폼이자 대한민국의 백신주권 회복을 향한 실질적 시도로 평가된다.

    민간 자금과 대학 조직의 조합으로 백신 주권을 향한 실질적 인프라를 만든 것이다. 이는 단발성 기부금 집행이나 학술적 쇼케이스가 아니라 실제 백신 개발 전과정을 커버할 수 있는 '전초기지'라는 점에서 국내 최초다.

    ◆ 정몽구 100억 … 백신 자립 인프라 토대로

    이번 프로젝트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2021년 코로나19 백신 부족 사태 속에서 고려대학교에 100억원을 기부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백신 도입과 생산에서 모두 뒤처졌고 mRNA 백신 생산기술은 대부분 해외 제약사들이 독점하고 있었다.

    정 명예회장의 기부는 단순한 기념 사업이 아니라, 백신 자립의 기반 인프라를 구축하자는 민간의 문제 제기이자 투자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고려대의료원은 이에 응답하듯, 백신 기초연구부터 비임상, 임상, 산업화까지 연결된 전주기 시스템을 설계했고, 이를 수용할 물리적 공간으로 정몽구 미래의학관을 조성해 이번 개관에 이르렀다.

    ◆ "팬데믹 X를 대비하라" … 한타바이러스 백신 공동개발도 진척

    고려대 의대 산하 백신혁신센터는 현재 미국 모더나(Moderna)와 손잡고 mRNA 플랫폼 기반 한타바이러스 백신을 공동개발 중이다. WHO가 차기 팬데믹 후보로 경고한 이 바이러스는, 고(故) 이호왕 고대 명예교수가 세계 최초로 규명한 병원체로, 이번 연구는 단순한 개발을 넘어 학문적 유산 계승의 의미도 담는다.

    고려대 연구진은 2027년 임상 1상 완료를 목표로 가속 중이며, 최근 중간 결과 역시 긍정적이다.

    정몽구 미래의학관에는 생물안전 3등급(BL3) 실험시설, 동물실험이 가능한 ABL3, 고속 세포분석기, 광학영상 시스템, 자동화 워크스테이션 등 최첨단 바이오 장비가 집약돼 있다.

    임상시험 검체 분석의 국제 품질 기준인 GCLP(Good Clinical Laboratory Practice) 인증을 위한 분석실도 구축된다.

    무엇보다 이 인프라는 단일 병원이 아닌, 고대의료원 산하 안암·구로·안산병원과 연계돼 임상 적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는 점에서 실용성이 높다.

    ◆ 메디사이언스파크, 국내판 ‘바이오 밸리’ 실험대

    이번 개관은 고려대학교가 추진 중인 ‘메디사이언스파크(MSP)’ 바이오클러스터 프로젝트의 핵심 축이기도 하다.

    정몽구 미래의학관을 중심으로 ▲셀랩메드 GMP 시설 ▲건보공단 빅데이터 분석센터 ▲의료기술지주 공유오피스 등이 입주한 MSP는 연구–임상–사업화가 한 공간에서 돌아가는 R&D 집적 단지로 점차 진화 중이다.

    고려대는 향후 이 공간을 오픈이노베이션 중심지로 전환하고 해외 제약사 및 스타트업과의 연계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한계도 분명하다. 정부 차원의 백신 투자와 별개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지속적 자금 투입과 연구 인력 수급에 대한 구조적 해결책이 보완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특히 mRNA 기반 백신의 경우 기술 상용화 이후 생산 역량 확보가 더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수 있다. 결국 이 플랫폼이 작동하려면 정몽구의 '100억' 그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