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수년 아닌 수개월 만에 표준치료로"ADC, 고형암 치료서 입지 확장 추세 항암요법연구회, ASCO 2025 발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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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정밀의료와 새로운 기전의 항암 치료가 실제 임상 현장에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 기존 진단과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연구들이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5)에서 대거 발표되면서 국내 암 치료 환경에도 변화가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대한항암요법연구회(회장 안진석)는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3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ASCO 2025의 주요 임상 발표 내용을 분석한 결과를 17일 공개했다.이번 학회의 중심축 중 하나는 순환종양 DNA(ctDNA)의 임상 적용 확대였다. ctDNA는 종양에서 떨어져 나온 DNA 조각을 혈액에서 분석해 암의 유전 정보를 파악하는 기술로, 조직 검사가 어려운 환자에게 유용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특히 주목받은 연구는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임상시험(Oral Abstract #3503)이다. 수술 후 ctDNA를 활용해 미세잔존암(MRD)을 조기에 확인하고 보조항암치료의 강도를 조정하는 방식이 유의미한 성과를 보였다.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영상검사보다 빠르게 치료 반응을 평가하고, 약물 투여 전략을 조기 조정함으로써 무진행생존기간(PFS)을 실질적으로 개선한 결과가 발표됐다.박인근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영상 기반 평가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약물 반응을 예측할 수 있다. 임상 의사결정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ADC, 고형암 치료서 입지 확장이번 ASCO에서는 기존 치료법과 다른 작용 기전을 가진 신약들이 1차 치료제로 급부상하는 흐름도 뚜렷했다. 표적치료제의 정밀성과 세포독성 항암제의 강점을 결합한 항체약물접합체(ADC)는 유방암 등 고형암 치료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다.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DESTINY-Breast 09 연구에서는 트라스투주맙과 퍼투주맙 병용요법이 기존 탁산 기반 요법보다 PFS를 크게 향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40.7개월 vs. 26.9개월).또한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ASCENT-04/KEYNOTE-D19 연구에서는 사시투주맙 고비테칸과 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이 표준 화학요법 대비 PFS를 유의미하게 늘렸다(11.2개월 vs. 7.8개월).이현우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홍보위원장(아주대학교병원)은 "이번 학회 발표들을 보면, 혁신적인 연구가 연구실을 넘어 실제 진료실까지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며 "국내 진료 환경도 이 흐름에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BiTE·CAR-T, 고형암 영역까지 확장한때 혈액암 치료에 국한됐던 BiTE 및 CAR-T 치료제가 고형암으로의 확장을 본격화한 것도 이번 학회의 핵심 트렌드 중 하나다. 이들 치료법은 T세포가 암세포와 직접 접촉해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기전으로, 기존 면역항암제의 한계를 보완한다.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DeLLphi-304 연구에서는 DLL3-CD3를 동시에 겨냥한 BiTE 계열 약물 탈라타맙이 전체생존기간(OS)을 기존 대비 유의하게 개선했다(13.6개월 vs. 8.3개월).또한 위암 및 위식도접합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CT041-ST-01 연구에서는 CLDN 18.2를 표적으로 하는 CAR-T 치료제 '사트리캅타진 오토류셀'이 무진행생존기간을 개선하며, 고형암에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박인근 교수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연구 단계에 머물렀던 신약들이 이제는 2~3년 내 진료지침에 반영될 만큼 빠르게 현장에 도입되고 있다"며 "이번 ASCO는 연구의 미래를 넘어 실제 치료의 현재를 보여준 학회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