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공급망 진입 … 4년만에 양산 성공2분기부터 TC본더 매출·영업이익 반영될 듯올해·내년 SK하이닉스向 TC본더 75% 공급 전망
  • ▲ 한화세미텍의 TC본더 'SFM5-Expert'.ⓒ한화세미텍
    ▲ 한화세미텍의 TC본더 'SFM5-Expert'.ⓒ한화세미텍
    한화그룹의 반도체 장비 전문기업 한화세미텍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의 핵심 장비인 열압착 본딩 장비(TC본더) 시장에서 존재감을 뽐내며 그룹 미래사업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TC본더의 매출이 잡히는 올해 2분기부터 한화세미텍이 본격적인 외형 성장세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세미텍은 지난달 말 바뀐 사명으로 출범 100일을 맞았다.

    한화그룹은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지난해 4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를 인적분할하고 신설 지주회사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를 설립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올해 초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가 한화비전을 흡수합병하며 사명을 한화비전으로, 한화정밀기계는 한화세미텍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현재는 한화비전이 한화세미텍 지분 100%를 보유하며 자회사로 두고 있다. 

    한화세미텍은 출범 당시 40년 가량 쌓아온 기존의 제조 솔루션 기술 노하우를 통해 '종합 반도체 제조 솔루션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내걸었다. 이를 위해 지난 2023년 말 ㈜한화로부터 반도체 전공정 사업을 양수받는 등 사전작업을 단행했다. 올해 2월에는 한화그룹 3남인 김동선 부사장이 미래비전총괄로 합류하며 그룹 차원에서 반도체 장비 사업을 본격 양성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했다. 

    특히 한화세미텍은 HBM 생산 핵심 장비인 TC본더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TC본더는 열압착을 통해 칩과 웨이퍼를 붙이는 반도체 후공정 장비다. HBM은 여러 개의 D랩의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만드는데, D램을 열과 압력으로 고정하는 공정에 TC본더가 사용되기 때문에 HBM 제조에 필수 장비로 꼽힌다. 

    그간 글로벌 최대 HBM 공급자라 불리는 SK하이닉스에 공급되는 TC본더는 한미반도체가 사실상 독점으로 납품해왔다. 그러나 한화세미텍이 TC본더 개발 착수 4년여 만에 양산에 성공, SK하이닉스의 공급망에 진입하면서 시장의 기대를 받고 있다. 

    실제 한화세미텍은 지난 3월 두 차례와 5월 한 차례 등 세 차례 SK하이닉스와 총 805억원치의 HBM 제조용 반도체 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다. TC본더 1대당 가격이 약 30억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27대 안팎의 공급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시장에서는 2분기부터 한화세미텍의 외형 성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에 납품하는 TC본더가 2분기부터 매출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이를 반영하듯 한화세미텍 모회사인 한화비전의 주가는 창립 이래 최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월 2일 3만1550원이었던 한화비전 주가는 전거래일 76% 오른 5만5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한화세미텍의 TC본더를 포함한 산업용 장비 부문 매출액은 918억원이다. 지난해 한해 벌어들인 산업용 장비 부문 매출액 1183억원의 77.6%를 올해 1분기에 달성한 셈이다. 이 가운데 70억원 정도가 TC본더 매출로 추정된다. 영업이익의 경우 2023년이래 지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연구개발(R&D) 투자비용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다만 2분기 이후부터는 흑자전환을 점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향후 SK하이닉스와의 밀월관계가 더욱 돈독해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시장에서는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에 TC본더를 올해 45대, 내년 90대 공급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올해와 내년 SK하이닉스의 HBM 생산량으로 예상돼는 TC본더 수요 60대, 120대의 75% 수준으로 기존 공급자인 한미반도체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 중인 SK하이닉스와 한화세미텍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덕분이다. 양사가 하이브리드 TC본더 개발에도 협력하고 있는 만큼 향후에도 협력관계가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최근 한화세미텍은 SK하이닉스 사업장 인근에 첨단 패키징 기술센터를 열기도 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벤더 이원화 필요성, 세미텍 장비의 우수성을 고려할 때 향후 예정된 추가 수주에서도 점유율 우위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면서 “한화세미텍은 2021년부터 SK하이닉스와 하이브리드 본더 공동 개발을 시작, 이미 지난해 1세대 장비개발에 성공한 이력이 있어 양사의 결속력은 더욱 강화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