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가짐이 생존 가른다 … 정신건강 중재 필요성 부각서울대병원 연구팀, 심리적 회복력과 생존의 상관관계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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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 교육인재개발실 윤제연 교수, 한국외대 투어리즘&웰니스학부 정주연 교수. ⓒ서울대병원
같은 병기라도 암 환자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질병에 대응하느냐에 따라 생존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실증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진행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심리적 회복력과 우울증 간 상호작용이 생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긍정적 대처 전략이 낮고 우울증이 있는 환자군의 1년 내 사망 위험이 기준군보다 4.6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교신저자), 교육인재개발실 윤제연 교수(정신건강의학과 겸무, 공동 제1저자), 한국외대 투어리즘&웰니스학부 정주연 교수(공동 제1저자) 연구팀은 전국 12개 상급종합병원에서 조기 완화의료 임상시험에 참여한 진행성 고형암 환자 144명을 대상으로 전향적 2차 분석 수행결과를 19일 공개했다.진행암 환자들은 진단 이후 말기 상태에 이르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 자아 상실, 삶의 의미 상실 등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기 쉽다. 실제로 전체 암 환자의 약 30%가 임상적으로 유의한 수준의 우울증을 경험한다. 이는 삶의 질은 물론 생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우울증의 존재 여부만으로 생존을 예측하기엔 한계가 있었다.이번 연구는 환자의 심리적 회복력을 구체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스마트 건강경영전략 도구(SAT-SF)를 활용했다. 이 도구는 ▲긍정적 재구성 ▲능동적 문제 해결 ▲경험 공유 및 관계 중심 행동 등으로 구성된 '긍정적 대처 전략(Proactive Positivity)'을 측정하며 위기 상황에서도 삶의 방향을 주체적으로 재정비하도록 돕는 행동 기반 전략이다.SAT-SF 점수 66.66점을 기준으로 대처 전략 수준을 구분하고, 우울증은 PHQ-9 점수 10점 이상을 기준으로 중등도 이상으로 분류했다.◆ '긍정적 대처' 낮고 우울증 동반 땐 4.6배 위험 증가연구 결과, 대처 전략이 낮고 우울증이 동반된 환자군의 1년 사망 위험이 기준군 대비 4.63배 증가했다(aHR=4.63, 95% CI: 2.54–8.43, p<0.001). 반면, 대처 전략이 높은 환자군에서는 우울증 유무에 따른 생존율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우울증 존재 여부보다는 환자의 대처 역량이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임을 시사한다.윤제연 교수는 "우울증과 대처 전략을 동시에 평가하고 중재하는 접근이 말기암 환자의 생존율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JAMA Network Open에 발표된 조기 완화의료 연구결과를 정신사회적 측면에서 보강하는 실증적 근거가 됐다"며 "스마트 건강경영전략 기반 정신건강 개입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또 신체 기능 상태 역시 중요한 생존 예측인자로 확인됐다.ECOG-PS 점수가 2점인 환자(자가관리는 가능하나 일상생활은 어려운 수준)는 0~1점인 환자보다 사망 위험이 2.33배 높았다(HR=2.33, 95% CI: 1.25–4.34, p=0.012). SAT-SF 점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 병이 진행될수록 긍정적 대처 전략 유지가 어려워지는 현실도 확인됐다.정주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대처 전략과 우울증의 상호작용이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을 최초로 통계적으로 규명한 것"이라며 "말기 암 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정신사회적 개입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고 평가했다.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보건의료 R&D 사업,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BMC Psychiatry' 최신호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