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적자 자회사에 200억 … 누적 4000억 육박자산 매각 등 효율화 작업 … 현금 1조7000억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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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뉴스
롯데그룹의 사업 핵심 축인 롯데케미칼이 업황 악화 속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적자에 허덕이는 자회사에 자금을 투입한다. 본업 적자에 자회사 부채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재무 안정화 과제는 한층 무거워지는 모습이다.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오는 7월 자회사 롯데베르살리스 엘라스토머스의 400억 원(800만주)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이탈리아 석유화학사 베르살리스와 50대 50으로 출자하며, 롯데케미칼은 200억 원(400만주)을 납입할 예정이다. 해당 자금은 시설대 차환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다.이번 출자까지 포함하면 롯데케미칼의 누적 출자액은 약 3959억 원에 이른다. 롯데베르살리스 엘라스토머스는 2013년 양사가 공동 설립한 합작사로, 2018년부터 SSBR, PBR, EPDM 등 친환경 고기능성 합성고무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설립 이후 6년 연속 영업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247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문제는 자회사뿐 아니라 모회사인 롯데케미칼도 2022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내며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지난해 영업손실은 8948억 원으로 전년(3477억 원) 대비 약 157% 확대됐다. 올해 1분기에도 126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수익성 악화에 따라 재무 지표 전반에도 부담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자산총계는 34조 5520억 원, 부채총계는 14조 5640억 원으로, 부채비율은 전년 대비 8%포인트 상승한 73%를 기록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9.1%, 총자산이익률(ROA)은 –5.4%로 전년보다 손실 폭이 확대되며 수익성 하락세가 뚜렷하다.실적 발표를 앞둔 2분기 전망도 우울하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업계 4사 중 유일하게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
- ▲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롯데케미칼
롯데그룹의 효율화 기조에 발맞춰 롯데케미칼은 에셋라이트(Asset-Light) 전략 일환으로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현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롯데케미칼은 이날도 수처리 분리막 생산공장을 시노펙스멤브레인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파키스탄 PTA 생산 자회사인 LCPL(75.01%) 지분 전량 매각으로 약 979억 원, 인도네시아 자회사 LCI 지분 25%를 활용해 6500억 원을 확보했다. 일본 레조낙 지분 4.9%도 2750억 원에 매각했다.지난해에는 미국 에틸렌글리콜 생산법인 LCLA 지분 40% 담보로 6600억 원을 조달했고,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 자회사 LUSR는 청산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약 1조7000억 원의 자금을 마련했다.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중심의 기존 사업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소재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 중이다. 기초화학 부문은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030년까지 30% 이하로 축소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HD현대와 충남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각각 나프타분해설비(NCC) 통폐합을 논의 중이다.롯데케미칼은 “전쟁 및 미국 관세 이슈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수익성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며 “고부가 포트폴리오 확대 및 에셋라이트 전략 실행 등 재무건전성 개선 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롯데그룹은 지난해 롯데케미칼 회사채의 신용보강을 위해 그룹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했다.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3대 신용평가사는 롯데케미칼의 장기 신용등급을 ‘AA0’로 유지하되,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