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추경안에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 1118억원 포함AI '전기 먹는 하마'인데 원전 관련 예산은 반영 안해원전 홀대하는 李 … '3대 AI 강국' 공약 실현 가능한가원전 업계 "정권 바뀔 때마다 원전 정책도 오락가락"
  • ▲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울산 AI데이터센터 출범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울산 AI데이터센터 출범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는 첫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지원 분야에 1200억원을 배정했다. 반면, 원자력발전 관련 예산은 0원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3대 인공지능(AI) 강국'과 '100조원 AI 국부펀드'를 1호 정책공약으로 내걸었다. AI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전력공급원 확보가 필수다. 그런데도 이재명 정부는 가장 안정적인 전력공급원인 원전은 홀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정부 등에 따르면, 국무회의를 통과한 30조5000억원 규모의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 가운데 산업부에는 ▲내수진작 및 지역경제 활성화 ▲인공지능(AI)·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수출 경쟁력 강화 등 3대 분야에 총 4956억원이 편성됐다.

    정부가 마련한 추경안을 보면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 1118억원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재생에너지 보급 사업에 118억원, 금융 지원 사업에 1000억원이 편성됐다. 추경안이 국회 심사를 통과하면 주택·건물의 태양광 보급 확대와 태양광 생산·시설 자금에 대한 융자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이밖에 정부는 차세대태양전지 실증사업 연구개발(R&D) 예산 10억원을 증액하고, 한국에너지공과대 지원 예산도 올해 본예산 대비 100억원을 늘렸다. 또 내수진작 및 지역경제 활성화 명목 예산 3261억원이 신규 편성했다. 이 예산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TV, 에어컨 등 고효율 가전제품을 구매한 경우 구매가의 10%를 지원한다. 

    AI산업 육성을 위해 산업용 AI 솔루션 실증·확산지원 사업 예산 128억원과 AI와 로봇 기반의 의약품 자율제조 시스템 개발 예산 22억원을 신규 편성했다. 반면 원전 관련 지원 예산은 아예 편성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공개한 에너지 분야 공약에도 원전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AI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가 요구하는 천문학적 전력 수요를 감당할 에너지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구동하는 데 들어가는 전력 소모량은 일반 인터넷 검색에 비해 10배 이상 많다. 특히 이미지나 영상을 생성하면서 발생하는 전력 소모량은 텍스트 기반보다 40배 이상 많다고 한다.

    실제 산업부에서 발표한 제11차 전력기본수급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 첨단 산업에 필요한 전력은 올해 1.4GW에서 2036년에는 6.1GW로 약 4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인 원전 1기의 발전 규모가 1GW급임을 고려하면 앞으로 원전 5기 이상을 건설해야 부족한 전력을 충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원전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산업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4년 에너지 수급 동향' 자료에 따르면, 원자력은 18년 만에 국내 최대 발전원(188.8TWh, 31.7%)으로 등극했다. 이어 가스(167.2TWh, 28.1%), 석탄(167.2TWh, 28.1%), 신재생(63.2TWh, 10.6%) 등이 뒤를 이었다.

    탈원전을 선언했던 주요 국가들도 친원전으로 속속 유턴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원전 르네상스'를 선언하고 현재 100GW(기가와트) 수준인 원전 발전용량을 2050년까지 400GW로 늘리기로 했다. 유럽의 원전 강국인 프랑스는 지난해 2050년까지 신규원전을 최대 14기까지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은 지난해 '민간 원자력 로드맵 2050'을 발표하며 2050년까지 원전 설비용량을 24GW까지 확보하겠다고 했고, 중국은 현재 5% 수준인 원전 발전 비중을 2035년까지 신규 원자로 150개를 건설해 10%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일본은 원전 운전기한인 60년을 실질적으로 연장하는 것을 허용하는 'GX 탈탄소 전원법'을 제정했다.

    유럽 탈원전 1호 국가인 이탈리아는 지난해 7월 탈원전 폐기를 선언하고, 지난 3월 원자력 기술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지난 2017년 국민투표를 통해 신규 원전 건설을 금지한 스위스도 지난해 8월 탈원전 폐기를 발표했다. 1985년부터 탈원전 정책을 도입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공급을 고수해온 대표적인 친환경 국가인 덴마크도 최근 차세대 원자력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한 원전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원전 분야 정책이 오락가락 바뀌어서 혼란스럽다"면서 "AI 등 첨단산업을 키우기 위해선 세계 최고 기술력이 입증된 우리 원전 발전 용량을 늘리는 것이 최선인데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과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을 답습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