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K-ICS 괴리 업계 1위…경과조치 없인 지급여력 '흔들'금리인하에 규제강화까지…건전성 이중 압박전통 생보사일수록 불리한 K-ICS 설계, '역차별'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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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교보생명
생명보험업계 '빅3'인 교보생명이 장기 보장성 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면서, 자본건전성 지표가 급격히 악화됐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전통적인 생보사 역할에 충실했던 경영전략이, 현행 지급여력 제도(K-ICS) 하에서 오히려 역차별로 작용했다는 반론도 나온다.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교보생명의 지난 3월 말 K-ICS 비율은 186.8%를 기록해 직전 분기 220.8% 대비 33.9%p(포인트) 급락했다.186.8%는 경과조치 적용 '후' 수치로, 적용 '전' 수치는 145.8%로 무려 41%p 격차를 보였다.교보생명의 경과조치 전-후 K-ICS 괴리는 생보업계에서 가장 큰 격차다. 금융당국의 경과조치라는 보조장치 없이는 교보생명이 스스로 K-ICS 비율을 지탱하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K-ICS 비율이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일시에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것으로, 수치가 높을 수록 보험사가 튼튼하다는 뜻이다.생보사들의 평균 K-ICS 비율이 같은기간 190.7%로 직전 분기 203.4%에서 12.7%p 하락했다는 점도 교보생명의 하락폭 33.9%p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예견된 결과 ... 장기보험의 '덫'교보생명의 K-ICS 비율 급락의 배경엔 미래의 이익을 위해 '장기 보장성 보험'을 대거 판매한 데 있다.생보사들은 암보험, 건강보험, 종신보험 같은 장기 보장성 보험을 팔수록 이익이 더 커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지난 2023년 새로운 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장기 보장성 보험을 판매해 잡히는 '미실현 이익'도 재무제표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생보사들은 미래 수익이 더 크게 잡히는 장기 보장성 보험 판매에 열을 올렸다.저축성 보험은 결국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돈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재무재표에 미래 이익이 크게 잡히지 않는다.반면 암보험 등 질병 관련 장기 보장성 보험은 가입자가 반드시 질병에 걸릴 것이라는 법이 없다. 보장에 따른 '위험보험료'도 별도로 받는다. 때문에 마진이 높고, 재무제표에 미래 이익이 크게 잡힌다.문제는 미래의 이익을 위해 장기 보장성 보험을 팔 수록 현재의 재무 부담도 커진다는 점이다.◇ 양날의 검 '장기보험' ... 금리인하에 '이중고'장기 보장성 보험 가입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생보사가 미래에 책임져야 할 질병자와 병원비 지급액도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을 뜻한다.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보험사들은 장기 보장성 보험 판매의 여파로 장해·질병위험액이 직전 분기 대비 무려 3조원이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 금리 인하에 따른 금리위험액도 1조7000억원 늘며, 생보사들은 이른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특히 교보생명 등은 2000년 이전 고금리 확정형 계약 비중이 높아, 금리 하락기에 '역마진' 우려가 크다. 자산보다 부채 증가폭이 더 큰 K-ICS 구조상, 금리 인하는 생보사에 직격탄이다.생보사들은 가입자의 보험료로 장기 채권을 매입해 운용하지만, 자산 만기가 부채보다 짧아 만기 미스매치에 따른 손실도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1% 떨어질 때마다 생보사들의 K-ICS 비율은 24%p 하락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 ▲ 교보생명ⓒ교보생명
◇ 장기보장 충실한 생보사, 제도 설계 탓 역차별 논란도다만 교보생명의 건전성 악화를 단순히 '과도한 판매'의 결과로만 볼 수는 없다는 반론도 있다. 교보생명이 장기 보험계약에 집중하는 전략을 두고 생명보험 본연의 역할인 '위험 보장' 기능에 충실한 경영 판단이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현행 K-ICS 제도는 장기 보장 계약에 과도한 부채 부담을 부여하고, 금리 변동성에 따라 자본비율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구조로 설계돼 생보사 본연의 역할 수행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보험업계 관계자는 "장기 보장성 보험 확대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은 생보사더러 본래의 역할인 '위험보장'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보험의 사회적 기능에 충실한 전통 생보사가, 오히려 지급여력 비율에서는 역차별을 받는 구조는 제도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