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해수부 부산 이전, 12월까지 끝내라"전재수 발탁으로 해수부 이전 사실상 '쐐기'해수부 노조 "독립기구 신설이 효율적 대안"세종·충청 "행정수도 허물기" 일제히 반발 지방선거 부산 탈환 위한 정치적 셈범 시각도
  • ▲ 해양수산부 공무원 노동조합이 정부 세종청사 인근에 게시한 '해수부 이전 반대' 현수막. ⓒ뉴데일리
    ▲ 해양수산부 공무원 노동조합이 정부 세종청사 인근에 게시한 '해수부 이전 반대' 현수막. ⓒ뉴데일리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연내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해수부 이전 문제를 둘러싼 지역 간 갈등이 격화하는 조짐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빠른 준비'를 강조한 데 이어 이전 시점으로 '올해 12월'을 거론하며 해수부 이전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일각에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경남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고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강도형 해수부 장관에게 해수부의 빠른 부산 이전 방법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에 "여러 부분에 있어서 A부터 Z까지 준비돼 있다"고 답했다. 

    국정기획위원회도 이날 부산 이전 추진 등을 포함한 해수부의 추가 업무보고에서 청사 임대 등을 통한 조속한 이전 방안을 검토해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부지 매입이나 건물 신축 등으로 소요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 조속히 이전하라는 취지다. 

    앞서 이 대통령이 해수부 장관에 부산 지역 유일의 여당 소속 의원인 3선 현역 전재수 의원을 지명하면서 해수부 이전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전 후보자는 지난 대선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북극항로 개척추진위원장을 맡았으며 해수부 부산 이전 등 관련 정책을 추진해 온 인사여서다. 

    이번 인사로 이 대통령이 해수부 부산 이전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브리핑을 통해 전 후보자에 대해 "해수부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이라는 대통령의 공약을 실천할 최적의 적임자"라고 발탁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해수부 장관에 전재수 의원이 지명한 것은 사실상 해수부 부산 이전을 위한 '맞춤 인사'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이 대통령의 강한 의지와는 달리 해수부 유관 단체들과 충청지역 정치권의 반발이 이어지며 해수부 이전 논의가 지역 간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앞서 해수부가 국정기획위에 '2029년 이전' 계획을 보고했다는 보도가 전해지자,  부산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은 정부에 조속한 이전 촉구와 함께 산업통상자원부의 조선·해상풍력 업무와 국토교통부의 국제물류 등 타부처 관련 업무도 함께 이전할 것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해수부가 위치한 세종시를 포함한 충청권 야당 의원들은 '행정수도 허물기'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충북도의회와 충남도의회, 세종시의회, 대전시의회도 해수부 부산 이전 반대 결의안을 채택하며 해수부 부산 이전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충청지역의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과 당협위원장도 최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수부 부산 이전에 대해 "행정수도 건설을 사실상 포기하자는 것"이라며 "해수부 이전을 밀어붙이면 전국의 모든 지방자치단체는 그 선례를 근거로 행정수도를 나눠 갖겠다고 달려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수부가 부산으로 이전하면 접근성이 떨어지게 될 인천 등 항만도시에서도 행정 비효율에 대한 불만이 높다. 인천항발전협의회와 인천상공회의소 등 인천항 관련 12개 단체가 재논의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60여개 단체로 구성된 지방분권 개헌 인천시민운동본부도 공약 철회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내며 크게 반발했다. 

    해수부 공무원 노조와 해수부 퇴직공무원 단체도 성토하고 나섰다. 해수부 공무원 노조는 해수부 이전 대신 독립기구 신설이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노조 측 관계자는 "세종 본부는 정책 기획과 예산 조정 기능을 유지하되 부산에는 실행력을 갖춘 '해양수도개발청'과 같은 독립적 추진 기구 신설이 효율적"이라고 했다. 아울러 해수부 이전을 반대하는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정부 세종청사 주변 등에 게시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도 해수부 연내 부산 이전에 대해 "공무원 노동자의 삶과 가족의 미래를 무시한 비인간적이고 독선적인 행정"이라며 "지금껏 정부는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만들어 정부 부처를 집중시키며 효율성과 국가 균형 발전을 강조해왔지만 이번 결정은 명확한 장기계획이나 충분한 준비도 없이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해수부 부산 이전안이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셈법의 일환이라는 시각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보수텃밭인 부산에서 부산시장을 비롯한 16개 기초단체장 중 13석을 차지했다. 이 대통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다시 부산 지역을 탈환하기 위한 '표심 공략'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