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6억 제한에 실수요자 패닉 … 현금 없인 내집마련 '언감생심'최고금리 인하 카드도 '만지작' … 불법사금융 증가 부작용 불보듯연체채권 탕감에 '역차별' 논란 … 상법 개정 후폭풍 우려도 상당해文정부 비정규 정규직화·최저임금 급등·임대차 2법 부작용 오버랩당시 고용경직에 실질임금 감소, 임대료 상승 및 전세 급감 불러와
  •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의 모습. ⓒ뉴시스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의 모습. ⓒ뉴시스
    이재명 정부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부동산 대책과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추진하는 '장기연체채권 소각 프로그램' 등을 두고 부작용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과거 문재인 정부가 '서민금융 부담 완화'를 명분으로 최고금리를 인하했다가 저신용권이 제도권 대출에서 밀려났던 '선의의 역설'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27일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고강도 대출 규제를 발표하고 바로 다음날인 28일부터 시행에 돌입했다. 또 주담대 대출자는 6개월 내 해당 주택에 실거주해야 하는 의무도 생겼다. 

    이같은 초강수 조치로 서울 아파트의 74%가 주담대 제한 영향권에 들게 될 전망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시세는 14억6000만원 선으로, 비규제지역 기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를 적용하면 향후 실수요자들은 최소 8억6000만원 이상의 자기자금을 마련해야 아파트를 살 수 있게 된다.

    고소득자도 예외는 아니어서 수억원의 현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내 집 마련은 '언감생심'이 됐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자금 여력 없는 계층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소득이 높은 전문직이나 이른바 '현금부자'들만의 리그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장에선 정식 계약 전 가계약만 체결한 실수요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 새로운 규제가 돌연 발표돼 즉각 시행되면서 기존 주택을 이미 처분한데다 가계약까지 마친 이들이 예기치 않은 난처한 상황에 직면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대출에서 차주별, 담보별 구분없이 일률적인 대출한도를 설정하는 것은 상당히 강력한 조치"라며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가격 수준을 고려 시, 대출 한도를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고강도 대출규제 조치에 대한 전면 재검토 목소리가 높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수도권은 가격과 상관없이 주담대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건 결국 현금 부자만 집 사라는 이야기"라며 "1주택자도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으면 주담대가 전면 금지돼, 집이 일시에 팔리지 않는 실수요자도 피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 "벌써부터 청년과 서민들의 고통으로 현금부자들의 배를 불리는 결과가 될 것 같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당장 이번 발표로 내 집 마련을 하려던 신혼부부들이나 청년들은 사실상 멘붕에 빠졌다고 한다"고 말했다. 
  • ▲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 납세고지서 도착 안내문과 대출 전단지가 붙어 있다. ⓒ뉴시스
    ▲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 납세고지서 도착 안내문과 대출 전단지가 붙어 있다. ⓒ뉴시스
    법정 최고금리 인하 논의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명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부업 이용자 등 취약 차주들의 부담 이자가 과도하다는 이유로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연 20%에서 15%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 대선 공약 초안에도 포함됐던 내용이며, 이 대통령이 2022년 대선 당시 최고금리를 10%로 밝힌 전례가 있다.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도 관련 입법 시도가 꾸준히 이어졌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오랫동안 논의돼 온 사안이다. 

    국회에서 여당 주도로 관련 법안들도 발의됐다. 2020년 김남국 전 의원이 최고 이자율을 연 10%로 제한하는 개정안을 발의한데 이어 서영교 의원이 지난해 법정 최고금리를 연 15%로 하향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자제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최고이자율이 낮아지면 신용도가 낮아 고금리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자금 수요자의 경우에는 오히려 차입 기회가 축소되고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유인될 가능성도 있어 이를 고려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 한국금융연구원은 2021년 7월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20%로 낮춘 이후 대부이용자 변화 등을 분석한 결과, 2021년 6월말 이후 2022년 6월 말까지 1만8000명~3만8000명이 대부대출 시장에서 배제돼 불법사금융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은행연합회 역시 금융회사가 대출 취급 과정서 자금조달 및 관리, 연체·부실채권 관리 등 다양한 비용이 발생해 법정 최고금리가 지나치게 낮을 경우 저신용자의 대출 비중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또 은행 외 금융회사의 경우 최고금리 15%를 적용하면 실질적으로 신용대출을 취급하기 어렵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융사들은 역마진을 감수하지 않기 때문에 최고금리가 인하될 경우 15% 이상 고금리 차주가 대출대상에서 아예 제외되는 '컷 오프' 현상이 우려된다"고 했다.

    과거에도 이같은 부작용은 드러난 바 있다. 2021년 문재인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법정 최고금리를 24%에서 20%로 인하했는데, 신규대출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당시 국회입법조사처도 보고서를 통해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 경고음을 낸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1년 하반기 이후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돼 대부업체의 조달비용과 대손 비용이 급격하게 상승한 반면 대출금리 상한은 20%로 고정돼 부실 가능성이 높은 취약차주에 대해서는 대출을 할수록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되는 역마진 우려가 발생하는 등 대부업체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대부업체의 수익성 악화 우려는 신규대출도 급감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9월의 신규대출액은 834억원으로 2022년 1월 3846억원보다 78% 급감했다. 신규이용자도 같은기간 3만1065명에서 1만1253명으로 64% 위축됐다. 

    이와 함께 불법사금융 피해는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불법사금융 피해상담·신고건수는 2019년 5468건에서 2022년 1만913건으로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023년 상반기에는 6784건으로 지난 5년 같은 기간 대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도입된 법정 최고금리 규제가 되려 취약계층 금융소외를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 ▲ 서울 명동 거리 전경. ⓒ연합뉴스
    ▲ 서울 명동 거리 전경. ⓒ연합뉴스
    아울러 정부가 2차 추경을 통해 113명에 달하는 장기 연체자의 채무를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탕감하겠다고 나서자 과거 비슷한 상황에서 스스로 빚을 갚은 361만명의 성실 상환자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이번 조치로 인해 '도덕적 해이' 우려가 불거지는 가운데 정부가 올해만 두 차례 추경을 편성하면서 '적자성 채무'가 900조원을 돌파해 재정 건전성에 대한 경고음도 커진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20∼2025년 4월까지 7년 이상 연체·5000만 원 이하 개인 및 소상공인 채무 상환 내역'에 따르면 지난 5년 4개월 동안 해당조건에서 자력으로 채무를 상환한 채무자는 총 361만2119명이다. 이들이 상환한 원리금만 해도 총 1조581억800만원에 이른다.

    채무 상환자수 기준으로는 여전업권이 289만9433명(80.3%, 4174억30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상환금액 기준으로는 대부업권이 5607억9000만원(53.0%, 57만7346명)으로 가장 큰 규모였다. 

    정부는 장기연체채권 소각 프로그램을 통해 113만명의 채무를 소각시키겠다고 추진하고 있지만 동일한 조건의 채무자 중 361만명은 스스로 빚을 갚은 셈이다. 올해 들어 4월까지 31만3630명이 578억원을 상환했다. 이를 두고 강 의원은 "채무에 대한 자기책임 원칙을 무너뜨리고 성실하게 빚을 갚은 국민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유발해 빚을 안 갚으면 언젠가는 정부가 갚아줄 거라는 도덕적 해이를 사회 전반에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상법개정안이 국회 처리를 앞두고 있다. 상법개정안은 이사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정부와 여당은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주주권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여당은 오는 4일까지인 6월 임시국회 회기 내 해당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입법 속도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문제는 법안의 취지는 좋지만 리스크가 산적하다는 데 있다.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 규정이 모호해 기업의 소송 리스크가 커지고,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고배당 요구나 경영권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어서다. 이를 두고 경제8단체도 "섣부른 상법 개정은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을 초래하고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돼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훼손시키는 '해외 투기자본 먹튀조장법'으로 작용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정부의 정책 추진을 두고 '선의의 역설'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면서 정작 청년층 등의 취업 기회를 좁혔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공공기관과 일부 대기업은 기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나서면서 신규 채용 문을 닫아버리는 사례도 있었다. 그 결과 노동시장만 경직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대규모 정규직화로 재정 부담이 커진 공공기관은 신규 채용을 줄였다. 정규직 전환 상위 10대 공기업 중 하나였던 한국전력은 매년 1700명씩 뽑던 신규 채용 규모를 2021년에는 3분의 1이 줄어든 1100명으로 책정했다. 한국마사회는 2020년에는 1명만 채용했고 2021년에는 채용규모가 제로(0)에 수렴했다. 

    최저임금 급등에 따른 부작용도 마찬가지다. 지난 10년간 최저임금은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13년 대비 2023년 최정임금 인상률은 97.9% 인상됐고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도 20%에 달했다. 이는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 여파는 폐업 통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3년 폐업 신고한 개인·법인 사업자는 98만6487명으로 전년 대비 13.7%(11만9195명)나 늘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래 역대 최대치다.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인 '국세통계연보 사업자현황'에서 지난해 폐업한 전체 사업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경기 침체와 인건비 상승, 소비 위축이 복합적으로 겹치면서 자영업자의 생존 환경이 갈수록 악화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도 애초 도입 취지와 달리 임차인 보호와 임대료 상승 억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실제로 제도 시행 이후 신규 계약 시 임대료가 급등하거나 기존 계약이 장기간 유지되면서 전세 물량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는 역효과가 속출했다. 

    임대인이 신규 전세 매물의 경우 4년간 임대료를 올리기 어려워지자, 향후 인상 여력을 선반영해 임대료를 높게 책정해 전세값이 크게 뛰는 등 오히려 임차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부하고 임차인을 내보내는 사례도 빈발해 실질적인 주거 안정 효과도 제한적이었다. 이에 국토교통부와 국토연구원은 지난 3월 '임대차 제도개선 토론회'를 열고 임대차2법 개편 논의에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