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반도체 실적 1조?… 시장 기대치 하회"HBM 인증 미뤄진 탓" 증권가 실망감 드러내하반기 전망도 엇갈려… 믿을 건 HBM4 수주
  • ▲ 삼성HBM3E 12단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삼성HBM3E 12단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지난 2분기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는 동시에 하반기에도 실적 회복이 가능할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하반기에도 결국 HBM(고대역폭메모리)에서 대량 공급 성과를 올리는 것이 삼성 실적 성장을 위한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일 반도체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시장 눈높이보다 낮은 6조 원 초반대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며 사실상 실적 바닥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오는 8일 지난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사 기준으로 6조 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가운데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Device Solutions)부문은 또 한번 1조 원대 영업이익에 만족해야 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지난 1분기에도 DS부문은 1조 1000억 원 영업이익을 거뒀고 2분기에는 이보다는 상황이 나아졌지만 1조 원 밑으로 낮아질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상반기 삼성전자가 HBM 사업을 계획대로 진행하지 못하면서 제대로 된 실적을 내지 못했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특히 HBM 사업의 명운을 쥐고 있는 엔비디아에 5세대 HBM인 HBM3E 공급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퀄테스트(품질 인증)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게 실적 회복이 더뎌지는 대표적 이유로 꼽았다.

    당초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2분기 내에는 엔비디아 퀄테스트를 통과하고 본격적인 HBM 공급 계약 절차를 밟을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이 과정이 3분기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2분기 실적 눈높이도 낮출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HBM 주요 고객사향 인증이 3분기 말로 지연되면서 2분기 HBM 매출과 영업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다른 증권사들이 제시한 전사 영업이익 컨센서스 6조 8000억 원보다 낮은 5조 원을 제시했다.

    이어 "이전 추정치와 컨센서스 대비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반도체 부문"이라며 2분기 초 예상과 달라진 이유를 반도체라고 콕 찝었다.

    삼성과는 달리 HBM 사업에 속도가 붙은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9조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달성했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이는 전분기 대비로도 20% 이상 성장한 수치고 지난해 2분기에 비해선 64% 가까이 증가한 결과다. 메모리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처럼 반도체 사업에서 영업이익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결정적 이유 또한 HBM으로 분석된다.

    결국 하반기 삼성전자 실적에서도 HBM이 키를 쥐고 있다는 의미다. 상반기에 마무리 짓지 못한 엔비디아 공급망 입성을 성사시켜야만 하반기 반도체 실적도 실마리를 풀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상반기를 마무리 하자마자 좋은 신호들이 감지되고 있다. 당장 시급한 엔비디아 인증 통과 문제는 사실상 시점을 특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리무중인 상황이지만 엔비디아가 당초 로드맵보다 HBM3E를 사용하는 AI(인공지능) 가속기 출하량과 기간을 늘리고 1년으로 앞당겼던 신제품 출시 주기를 다시 늘릴 가능성이 높아지며 삼성에도 희망이 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반도체업계에선 삼성이 HBM3E로 엔비디아 공급망에 입성하더라도 이미 공급 우선순위를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뺏겨 공급량 규모가 크지 않고 수익성도 기대보다 낮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삼성이 하루라도 빨리 엔비디아 인증을 통과해 공급 계약을 맺어야 하는 강력한 이유이기도 하다.

    HBM3E와 더불어 엔비디아에 샘플 공급을 앞두고 있는 6세대 HBM인 'HBM4'도 최근 코어다이에 해당하는 10나노급 6세대(1c) D램의 양산 준비를 마치면서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공급망 입성 작업을 진행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엔비디아 측에서도 이미 샘플을 제출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이어 삼성 샘플도 최대한 빨리 받아보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그만큼 이번 HBM4에서는 삼성 제품에 대한 기대감이 높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HBM3E와는 달리 HBM4에서 1c D램으로 차별화에 나선 삼성을 공급 후보에 올려 가격 협상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엔비디아의 전략이 녹아있는 것으로 볼 수 있긴 하지만 삼성 입장에선 엔비디아 신제품 출시 주기에 맞게 시장에 진입하는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HBM4에 승부를 거는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