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 천궁-Ⅲ 교전통제시스템 진출 선언중동 국가들 관심 속 수출 경쟁력 확보 총력L-SAM 등 차세대 방공체계도 수주 경쟁 전망
  • ▲ 공군 미사일방어사령부가 지대공 미사일 ‘천궁-Ⅱ’를 발사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 공군 미사일방어사령부가 지대공 미사일 ‘천궁-Ⅱ’를 발사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차세대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Ⅲ’(M-SAM Block-Ⅲ) 개발 사업이 본격화된다. 사업비 2조8300억원에 달하는 이번 사업에는 체계별로 역할을 분담해온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이 서로의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최근 천궁-Ⅲ 시제 제작업체 선정을 위한 시제 제안서를 공모하고, 지난 5월 제안요청서(RFP) 설명회를 열었다.

    이번 사업에는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등이 참여했다. 오는 8월 중 교전통제시스템(ECS), 발사대,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MFR) 등 세부 품목별로 개발업체가 선정될 예정이다. 

    천궁-Ⅲ는 기존 천궁-Ⅱ보다 교전 능력이 5배, 방어 면적은 4배 확대된 차세대 방공 체계이다. 우리 군의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를 구성하는 핵심 전략 무기다. 오는 2034년까지 2조8300억원을 투입해 개발과 전력화가 진행된다.

    한화시스템은 본격적인 사업을 앞두고 방공 시스템의 두뇌로 불리는 교전통제시스템 분야에 진출을 선언했다.

    탄도탄 공격에 대응하는 KAMD 작전센터(KAMDOC), 공역 내 항공기 위협을 통합 통제하는 중앙방공통제소(MCRC), 무인기나 저고도 위협에 대응하는 육군용 방공지휘통제경보체계(C2A) 등 지휘통제시스템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교전통제시스템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화시스템은 지난달 23일 미국 방공 솔루션 기업 노스롭그루먼과 ‘통합 대공방어체계 기술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노스롭그루먼은 다양한 센서와 무기를 통합해 공중 및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통합방공지휘통제시스템(IBC)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양사는 기술 협력을 통해 국내외 사업 기회 창출에 나설 계획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서 대공방어체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준비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그간 천궁 체계 개발은 한화시스템이 레이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대, LIG넥스원이 미사일과 교전통제소 등 체계 종합을 담당하며 분업 체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천궁-Ⅲ를 계기로 분업 체계의 경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LIG넥스원도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레이더 등을 포함한 사업 부문에서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LIG넥스원은 국지방공레이더, 대포병탐지레이더-II, 공냉식 AESA 레이더 등 다양한 감시정찰 장비를 개발해 온 만큼, 방공 체계 전반으로 개발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천궁-II와 L-SAM을 비롯한 다양한 유도무기 체계와 교전통제소 등 방공무기 핵심 구성 요소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유도무기 솔루션 전반에 대한 기술 개발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산업계가 새로운 영역으로 체계 개발을 서두르는 것은 늘어나는 방공망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중동 지역의 분쟁을 거치며 방공무기체계의 전략적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유럽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재무장 움직임으로 글로벌 군비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천궁-II는 2022년 UAE에 약 4조원(35억 달러) 규모로 수출된 데 이어, 2023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약 4조2000억원(32억 달러), 2024년 5월에는 이라크와도 약 3조5000억원(26억 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이 잇따라 체결됐다.

    현재 중동을 중심으로 여러 국가들이 천궁 체계에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수직 계열화를 통해 수출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향후 양사의 연구·개발 분야가 천궁-Ⅲ뿐 아니라 L-SAM 등 다양한 방공체계 개발 사업에서도 겹치면서, 수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고 국내 사업 수주가 선행되는 구조인 만큼 경쟁은 불가피하다”면서 “지나친 과당 경쟁은 개발 지연이나 중복 투자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원팀’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