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갈등에 중국 내수 수요 잠식한 SMIC·화홍반도체구형 반도체 수요에 8인치 파운드리 생산라인 풀가동韓에도 주문 … DB하이텍·SK키파운드리 폭발적 성장
  • ▲ 중국 파운드리 기업 SMIC 본사 전경 ⓒSMIC
    ▲ 중국 파운드리 기업 SMIC 본사 전경 ⓒSMIC
    미중(美中) 갈등으로 중국 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주문이 몰리면서 한국 8인치 파운드리도 뜻 밖의 호황을 누리고 있어 주목된다. 한국 파운드리를 경험한 중국 고객사들은 현지 파운드리 대비 품질이 좋은데다 납기까지 정확한 이들 기업에게 주문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중국 내 파운드리 수요가 폭증해 자국 파운드리 생산능력(CAPA)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한국 8인치 파운드리에도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미중 갈등이 본격화된 이후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산업 육성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 기술이 포함된 반도체 장비 수출을 엄격하게 금지하면서 중국도 반도체 자급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는데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중국 반도체 기업 전반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파운드리 산업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대표 파운드리 기업인 SMIC와 화홍반도체는 중국 내수 IT 기업들의 반도체 수요를 거의 대부분 소화하면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빠르게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SMIC의 최근 비약적 성장이 이를 방증한다. SMIC는 2년 전인 지난 2023년 1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 5%를 유지하며 5위에 머물러 있었지만 지난해 1분기에는 점유율을 6%로 늘리면서 3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던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와 대만 UMC를 제치고 3위 자리를 꿰찼다.

    올 1분기에는 점유율 6%를 유지했지만 매출을 꾸준히 키우면서 상대적으로 주춤해진 삼성 파운드리와의 격차를 1% 포인트대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이런 추세라면 당장 연내에 SMIC가 삼성 파운드리 점유율을 넘어서고 TSMC에 이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2위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정도다.

    SMIC 등 중국 파운드리 기업들은 올해도 중국 정부의 이구환신 정책에 따른 수혜를 톡톡히 누리면서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구환신은 구형 가전이나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신형으로 교체하는 데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올초부터 상반기 기준으로만 1620억 위안(약 28조 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하반기에도 1380억 위안을 지원해 전체 예산만 3000억 위안에 달한다.

    이구환신을 기회로 중국 IT·가전 제조사들이 앞다퉈 신제품을 내놓고 생산 확대에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여기 필요한 구형(레거시) 칩 수요도 늘어났다. 가전과 자동차용 PMIC(전력관리 전원장치)나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와 센서, MCU(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 등이 8인치 기반 파운드리에서 양산 규모를 키우기 시작했다.
  • ▲ DB하이텍 부천 본사 전경 ⓒDB하이텍
    ▲ DB하이텍 부천 본사 전경 ⓒDB하이텍
    하지만 이내 라인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주문이 밀리기 시작하자 중국 고객사들이 한국 파운드리로 눈을 돌렸다. 8인치 라인도 운영하지만 첨단 공정을 주로 하는 삼성 파운드리도 일부는 이런 중국 수요를 흡수했지만 구형 공정 위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파운드리 2위 DB하이텍과 3위 SK키파운드리가 대표적으로 중국발 이구환신 수요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DB하이텍은 올들어 8인치 라인 가동률을 85% 이상으로 높였을 정도로 공장이 풀가동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만해도 가동률은 74% 수준이었지만 꾸준히 가동률을 높이며 중국 수요를 빠르게 소화하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매출 중 61%가 중국에서 나오며 호황을 증명하기도 했다. DB하이텍의 1분기 전체 매출은 2조 7640조 원 규모인데 이 중 약 1조 7000억 원 가량이 중국 주문에서 나온 것으로 추산된다.

    연간 기준으로도 DB하이텍은 85% 이상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며 수익성 측면으로도 안정화가 이뤄지는 해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 덕에 DB하이텍은 지난 3월 중국 상하이 법인을 신설했다. 앞서 지난 2013년부터 상하이에 지사를 두고 중국 사업을 이어왔지만 최근 폭발적인 수요 증가와 새로운 사업 기회가 형성되면서 지사를 법인으로 전환하는 의사결정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앞으로 중국 시장에서 더 많은 실적을 올릴 기대감도 커졌다.

    SK하이닉스 자회사인 동시에 그룹에서 8인치 파운드리 사업을 맡고 있는 SK키파운드리는 이구환신 영향으로 공장 가동률을 빠르게 회복하면서 올 상반기 80% 이상 수준으로 올라섰을 것으로 보인다.

    키파운드리는 DB하이텍과는 달리 SK하이닉스가 주력하고 있는 AI 메모리 수요를 중심으로 매출을 내고 있지만 최근 중국 주문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매출로도 전체의 30%를 채울 정도로 중국이 주요 시장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