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위약금 면제’ 전격 수용 … “단기 실적 임팩트 불가피”정보보호에 7000억, 고객보상 5000억원 투자 “장기적으론 이익”AI투자 지연 가능성 내비추기도 “뼈아프지만 선택과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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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4일 기자간담회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SK텔레콤
“당연히 회사 실적에 임팩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시 고객 신뢰를 받는 1등 회사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의 말이다. SKT가 사이버 침해사고와 관련 정부의 ‘위약금 면제’ 판단을 전격 수용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7000억원 규모의 ‘정보보호 혁신안’과 5000억원 규모의 ‘고객 감사 패키지’를 선보이기로 하면서 총 1조2000억원 상당의 ‘책임과 약속’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했다.유 대표는 4일 오후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우리는 이번 해킹 사태를 계기로 SKT가 단기간 내 매출 하락과 실적 하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안이 강한 회사, 고객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회사가 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이같은 조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SKT 침해사고 최종 조사결과’를 적극 수용하기로 한 결과다.과기정통부는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약관상 위약금을 면제해야 하는 귀책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침해사고와 관련해 SK텔레콤의 ▲계정정보 관리 부실 ▲과거 침해사고 대응 미흡 ▲중요정보 암호화 조치 미흡 등 문제점과 더불어 정보통신망법 위반을 지적했다. 이용약관 상 위약금 면제 규정 적용에 대한 법률 자문 결과로 의뢰기관 5곳 중 4곳은 이번 침해사고를 SK텔레콤 과실로 판단해 위약금 면제 규정 적용이 가능하다는 내용도 공유했다.과기정통부는 약관에 대한 해석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법적 절차에 따라 사업자 등록 취소까지 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SK텔레콤이 정부 결정과 반대되는 입장을 표명할 경우 전기통신사업법상 절차대로 시정명령을 내리고 행정조치까지 법적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사실 업계에서는 해킹 사고에 따른 정보유출을 이유로 위약금을 면제해준 사례가 전무하기 때문에 정부가 이처럼 강경한 조치로 나설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유 대표도 “오늘 이런 (정부의) 결정에 대해 꿈에도 몰랐다”며 “이전부터 준비했던 것은 아니고, 오늘 긴급 이사회에서 격론 끝에 위약금 면제를 수용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이날 정부의 발표 이후 SKT는 긴급 이사회를 통해 향후 5년간 총 7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는 ‘정보보호 혁신안’과 5000억원 규모의 ‘고객 감사 패키지’, ‘약정고객 해지 위약금 면제’ 등을 결정했다.유 대표는 “위약금 면제는 회사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결정으로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며 “그럼에도 이사회에서 정부 발표 결과나 법률적인 내용, 고객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SKT는 정정공시를 통해 올해 매출액 가이던스를 기존 17조8000억원에서 17조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매출 감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도 유력해졌다.그는 “영업이익 감소는 확정된 수치도 있지만 위약금 등 고객 반응을 알 수 없어서 정확히 수치를 말씀드리지 못한다”며 “SKT 상황에선 위약금 면제나 보상을 안하면 실적은 좋아지겠지만 신뢰받지 못하면 결국 고객은 떠날 것이고 갈수록 안 좋아질 것이 분명해 중장기적으론 오늘 선택이 회사와 주주에게 이익이라고 이사회에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유 대표는 이번 대규모 지출에 따른 AI 투자의 지연 가능성에 대해서도 “뼈아프게 생각한다” 아쉬움을 토로했다.그는 “SKT가 가장 선제적으로 AI 전략 통해 인프라부터 AI 트렌스포메이션, AI모델 같은 서비스로 전세계에 진출하기 위해 리소스를 준비하던 와중에 매출과 이익이 급감하게 됐다”며 “AI 투자에 있어서도 일정 부분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는 AI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울산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진행하는 등의 모습을 하나씩 보여드리면서 SKT가 통신과 AI 다 잘하는 회사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다.한편, SKT는 침해사고 발생 전인 4월 18일 24시 기준 약정 고객 중 침해사고 이후 해지한 고객부터 오는 14일까지 해지 예정인 고객을 대상으로 위약금을 면제하기로 했다. 위약금은 약정 기간 내 계약을 중도 해지할 경우, 제공 받은 할인 혜택의 전부 혹은 일부를 반환하는 금액으로 단말 지원금 반환금 또는 선택약정할인 반환금이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