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익충' 러브버그 늦장 대응 도마 위 … 주민들 불편 확산별도 방역지침 없어 … "취약한 피부에 오래 닿으면 염증 반응"깔따구·동양하루살이 등 대발생 예고 … 중장기 대책 마련 추진
  • ▲ 4일 환경부 및 소속기관 직원들이 인천 계양구 계양산에서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성체를 제거하기 위해 송풍기와 포충망을 활용하여 방제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 4일 환경부 및 소속기관 직원들이 인천 계양구 계양산에서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성체를 제거하기 위해 송풍기와 포충망을 활용하여 방제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폭증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늦장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이른 시일 내 다른 벌레들이 대량 발생할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정부 당국의 향후 대책에 관심이 쏠린다.

    7일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러브버그 대발생 현상이 나타나자 중장기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곤충 대발생 지역은 물론 인접 지방자치단체를 포괄하는 협의체를 가동해 대응하겠단 구상이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4일 러브버그가 대규모로 발생한 인천 계양산 일대에서 중앙부처 단위로는 첫 방제 작업을 펼쳤다. 해당 작업은 '광원 포집 장비'로 러브버그를 유인하고 송풍기와 포충망을 활용해 곤충을 채집하는 방식을 취했다.

    러브버그는 중국 남부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2015년 인천에서 최초로 발견·보고됐다. 이후 2022년부터는 서울 은평구, 경기 고양시 등 서북부 지역에서 개체 수가 급증하기 시작하더니 현재는 수도권 전역에서 발견되고 있다.

    러브버그 유충은 낙엽이 쌓인 토양에서 생활하다가 성충이 되면 한꺼번에 떼로 나타나 신혼 비행을 하는데 그 개체 수가 상당함에 따라 주민들의 불편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전까지 환경부는 러브버그가 사람을 물거나 감염병을 옮기지는 않는 '익충'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방제 작업에 손을 놓고 있었다. 그나마 국립산림과학원은 열흘 안에 대부분 개체가 자연 소멸할 거로 전망했지만, 환경부의 대응체계가 러브버그가 발견된지 2주가 지난 상황에서 작동돼 비판의 눈길이 거세졌다.

    실제로 방역당국은 러브버그에 대해 별도의 방역 지침을 마련하지 않고 있으며, 이에 전국으로 러브버그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 바 있다. 특히 러브버그가 피부나 눈·입에 닿았을 때 자극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민감 체질일수록 주의가 필요하단 전문가 의견도 제시되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피부과 전문의는 "아직 러브버그와 사람의 접촉이 피부염을 일으킨다는 의학적 근거는 없다"면서도 "벌레의 사체나 배설물이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취약한 피부에 오래 닿는다면 충분히 염증 반응을 나타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러브버그 사태는 유야무야 넘어갈 분위기지만 올해 9월까지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대벌레, 수도권과 세종에서 동양하루살이가 대발생할 거로 예상되면서 주민들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7월엔 전국적으로 미국선녀벌레가, 10월까지는 전국 하천 주변으로 깔따구가 대발생할 거로 전망된다. 

    이에 정부는 곤충 대발생 현상이 계속 악화하자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곤충 대발생 지역은 물론 인접 지자체를 포괄하는 협의체를 가동해 손발을 맞춰 대응할 계획이다.

    아울러 전문가 자문단을 꾸려서 연구 결과를 현장에 조기 적용하고, 대발생 예측과 친환경 방제 기술을 찾는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한 예산지원과 재원 확보가 가능하도록 법정 관리 곤충을 지정하는 등 제도 정비도 추진하며  제2의 러브버그 사태를 대비해 유입 가능성 큰 곤충의 특성을 미리 파악하는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태오 환경부 자연보건국장은 "올해 곤충 대발생 상황이 매우 심각하고 기후변화 영향으로 생태계 불확실성이 심해지는 추세"라며 "발생 현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대발생이 발생하면 초기부터 지자체와 협력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