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에 하루에만 가축 16만마리 폐사 … 전년 대비 7.6배 양식장 작년 1400억 피해 … 올해 빨라진 고수온 주의보에 '비상' 전력수요도 7월 최고 경신하면서 여름철 전력망 관리 '경고음'이상기후, 노동생산성 낮추고 인플레이션 압력 높여 경제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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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 경보가 내려진 9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조형물에 온도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이재명 정부가 기후재난 대응 시험대에 올랐다. 마른장마 뒤 이어진 극심한 폭염은 농축수산업과 산업 현장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전력 수요는 벌써 7월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올 여름 최악의 전력난이 우려되고 있다. 이상 기후는 노동생산성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물가 상승 압력까지 높여 민생과 경제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10일 중앙재난안전본부의 '국민 안전관리 일일상황'에 따르면 지난 8일 하루 동안 폐사한 가축은 16만123마리에 달했다. 이 중 닭·오리 등 가금류가 15만8006마리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돼지도 2117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올 여름 들어 폐사한 가축 수만 지난 5월 20일부터 이달 8일까지 37만9475마리다. 1년 전(4만9799마리)보다 7.6배 급증한 수치다. 전국적으로 폭염이 맹위를 떨치면서 축산 농가에서는 "축사에 냉풍기를 가동해도 속수무책", "축사 내부 온도가 높아져 축 늘어진 닭들이 쓰러지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호소가 잇따른다.어촌 현장도 마찬가지다. 연일 이어지는 찜통 더위에 양식장 밀집 지역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전날 오전 9시를 기해 서해 및 남해 내만과 일부 연안, 제주 연안에 대해 고수온 주의보를 발령했고, 해양수산부도 이날 고수온 위기경보를 '주의' 단계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했다.이번 고수온 주의보는 수온이 28도에 도달했거나 도달이 예상되면 발령되는데 역대 최대 고수온 피해가 발생한 지난해(7월 24일)보다 16일 빠르다. 어류 폐사가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고수온 경보는 28도 수온이 3일 이상 지속하게 되면 발령한다. 지난해 고수온으로 인한 국내 양식업 피해액은 1430억원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올해는 고수온 주의보가 지난해보다도 더 이른 시점에 발령되면서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농업 현장은 마른 장마 뒤 폭염으로 여름 가뭄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일부지역에서는 벌써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도 나타났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촌용수종합시스템에 따르면 농업용 저수지 저수율 현황은 10일 기준 강원 48.9%, 제주 53.9%, 전남 57.2%, 전북, 58.2%, 경남 59.4%, 경기 59.5% 등이 평년 평균(64.2%)를 밑돌았다.폭염이 앞으로도 이어질 경우 농축산물 가격은 오름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9일 기준 수박 1통의 소매 가격은 2만6209원으로 전년 대비 27.21%, 평년 대비 32.33% 뛰었다. 수박은 통상 장마가 끝나는 7월 하순부터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지만 올해는 장마가 일찍 끝나면서 가격 인상이 평소보다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고수온 영향으로 대중성 어종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9일 기준 국산 염장 고등어 1손의 소매가격은 6877원으로 전년보다 37.51%, 평년보다 73.57%나 뛰었다. 물오징어 원양 냉동 1마리 소매가격도 4784원으로 전년과 평년 대비 각각 23.65%, 22.35% 상승했다.축산물 가격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전날 기준 계란(특란 30구) 소매 가격은 7186원으로 전년 동기 6741원 대비 6.6% 올랐다. 계란은 지난 5월부터 석 달째 7000원대로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돼지고기 삼겹살도 100g당 2806원으로 전년(2736원)보다 2.55% 올랐다. 7~8월은 휴가철로 수요가 급증해 가격 상승 여력이 다분하다.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부가 필수품목 등을 중심으로 수급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비축 물량을 풀거나 수입을 확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물량을 공급해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상기후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이상기후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8~12월 중 이상기후 충격이 인플레이션에서 약 10% 정도 기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최근 2001~2003년의 경우 이상기후 충격이 산업생산 증가율을 일년 뒤 0.6%포인트(P) 하락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건설업은 이상기후 충격 영향이 가장 큰 업종으로 이상기후가 건설업 성장률을 최대 0.4%P 하락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실제 최근 폭염으로 건설 현장 관리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 7일에는 경북 구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20대 외국인 근로자가 고온환경에 의한 온열질환으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6년간 업종별 온열질환 산업재해 승인 건수 중 건설업이 4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전력수요도 8일 18시에 95.7GW를 기록하며 역대 7월 전력수요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냉방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전력 수요 급증은 7월 말에서 8월초에 높게 나타나는데 올해는 이른 폭염에 2주 가량 빠르게 나타났다. 7월부터 전력 수요가 예상을 빠르게 뛰어넘으면서 올 여름 전력망 관리에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이같은 이상기온이 상시화되고 이로인한 피해가 매년 반복되면서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기후변화에 적절한 대응에 나서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 성장률이 연평균 0.3%P씩 낮아질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한은은 "기후변화 리스크는 국내 경제에 장기간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조기에 강화하는 것이 우리 경제에 장기적으로 유리한 전략"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