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 등 9개 그룹 모두 참여지배구조 선진화 필수 요소 자리잡아새정부 주가 부양 드라이브에도 무응답비상장 계열사 배당잔치… 주주가치 제고 방해
  • ▲ ⓒGS그룹
    ▲ ⓒGS그룹
    GS그룹이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공시에 참여하지 않는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정부의 밸류업 공시 독려와 함께 기업들의 참여가 잇따르고 있지만, GS그룹만은 꿋꿋하게 버티는 형국이다. 이재명 정부가 앞세운 국정 핵심 과제를 거스르는 것이어서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10대 그룹 중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곳은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포스코, 한화, HD현대, 신세계 등 9개 그룹사로 GS그룹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해까진 삼성과 한화도 이 명단에서 빠져 있었지만 올 들어 삼성화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이 밸류업 계획을 밝혀 GS그룹만 유일하게 남게 됐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이다. 상장사가 자발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계획을 수립해 이행토록 하면서 투자자 신뢰를 회복, 자본시장을 활성화함과 동시에 지배구조 선진화·책임경영 강화로 기업가치를 증대, 투자·배당·고용 확대 등 경제 성장의 선순환을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지목된다.

    이재명 정부는 기존 밸류업 정책에 더해 ‘코스피 5000’ 시대를 목표로 더욱 강력한 증시 부양책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 상법 개정안 통과에 이어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도 추진 중으로 자본시장 친화 정책에 힘입어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올 들어서만 30% 이상 오르는 등 증시에 활기가 돌고 있다.

    기업들도 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에 잇따라 화답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한화에어로, 한화시스템을 비롯해 비츠로셀, 슈프리마, 파수, 콜마홀딩스, 한미반도체, 오리온이 밸류업 공시에 참여했고 이달 들어서도 에스트래픽, KCC, 일정실업 등 상장사가 밸류업 계획을 공시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GS그룹 계열사들은 아직까지도 밸류업 프로그램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GS그룹 계열사 중 상장사인 ㈜GS, GS리테일, GS건설, GS글로벌, 자이에스앤디, 휴젤, 삼양통상 등 7개 기업 모두 밸류업 프로그램에 동참하지 않았는데, 이유를 밝히거나 향후 계획을 밝히지도 않아 시장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GS그룹이 밸류업에 침묵을 지키는 배경에는 독특한 그룹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GS그룹은 그룹 정점의 ㈜GS 지분을 오너일가와 관계법인 59인이 적게는 0%대부터 많게는 5%대까지 분산 소유하고 있다. 아울러 GS칼텍스(허세홍 사장), GS리테일(허서홍 부사장), GS건설(허윤홍 사장), 삼양통상(허준홍 사장) 등 주요 계열사를 형제들이 독립 경영하고 있다.

    현재 허태수 회장이 GS그룹 총수에 올라 있지만, 그의 ㈜GS 지분율은 2.12%에 그친다. 사실상 허울뿐인 사령탑으로, 다른 그룹과 달리 강력한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이다. 이에 각 계열사의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정리하고 통일감 있는 밸류업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된다.

    GS그룹의 주요 계열사 실적이 모두 부진한 점도 밸류업 공시 참여를 어렵게 하고 있다. 밸류업 계획에는 단순한 배당 계획을 넘어 중장기적인 주주환원 정책, 매출, 영업이익, 시장점유율, 투자, 고용 등 목표가 구체적으로 담긴다. GS그룹은 핵심 사업들의 전반적인 부진 속에서 장기적인 성장 목표와 투자계획을 세우기 여의치 않은 상태다.

    실제 GS칼텍스는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해 온 핵심 계열사지만, 영업이익이 2022년 3조9795억원에서 2023년 1조6838억원, 지난해 5480억원 등 급감하며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GS리테일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2391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8.1% 감소했다. 편의점과 홈쇼핑 사업의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영향이다. GS건설도 건설경기 부진에 시름 중이다.

    전반적인 성장 둔화에도 GS그룹은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거액의 배당잔치를 벌여 눈총을 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GS그룹 비상장사인 삼양인터내셔날은 지난 1년여간 당기순익(약 91억원)보다 많은 100억원의 배당을 시행했다. 배당금 대부분(약 82억원)이 최대주주인 허준홍 삼양통양 사장을 비롯한 오너일가 4세 3명에게 지급됐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원하는 것은 일시적인 배당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성장계획”이라며 “GS그룹은 오너일가가 지주사 지분을 과반 이상 확보해 지배력을 확보했지만, 또 지분은 분산 소유해 굵직한 투자 결정 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구조다. 이러한 구조가 결과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