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집중” 발언 왜곡되며 ‘이전 취소’ 확대 해석 … 보직 인선도 표류금융위·금감원·한은, 이해관계 갈등 증폭 … 정책·감독 이원화 혼선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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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의 조직개편과 세종시 이전 논의가 한 달 넘게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조직 내 불안과 뒤숭숭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고위 간부의 “일단 본업에 집중하자”는 발언이 “세종시로 가지 않는다”는 식으로 왜곡·과장되며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 A 간부가 최근 일부 직원들에게 “세종시 이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그러나 해당 간부는 “대통령실과 국회가 중대한 개편안을 검토 중인 만큼, 불필요한 논쟁보다는 업무에 집중하자는 취지였을 뿐”이라며 “세종 이전 무산을 선언한 적은 결코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럼에도 짧은 독려 발언이 확대 해석되며 내부에 혼란을 초래했다.

    금융위는 지난 4월 국정과제로 확정된 조직개편안을 바탕으로 금융정책 기능 일부를 세종의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감독 기능을 금융감독위원회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6월 중순 국회에 제출된 법령 개정안이 계류되면서 개편 작업이 멈춰 섰다. 국정기획위원회 박홍근 기획분과장은 “대통령실과 기재부 의견을 반영해 예산 기능 분리 등 세부 설계를 정교화하는 중”이라며 “아직 최종안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직개편이 지연되는 사이 금융위원장·부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 주요 보직 인선도 함께 표류하고 있다. 홍성국 국정기획위 경제1분과 간사, 고태봉 iM증권 리서치본부장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지만 구체적인 임명 일정은 불투명하다. 한 관계자는 “개편 논의가 마무리돼야 후속 인선 작업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와중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0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가 20년간 줄지 않은 근본 원인은 거시건전성 정책 집행력이 약했기 때문”이라며 한은의 금융회사 단독검사권 등 권한 확대를 요구했다. 이 총재는 “기재부·금융위·금감원·한은이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개편 지연은 금융위·금감원·한은 등 각 기관 간 이해관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금융위는 조직 존치 필요성을, 금감원은 감독 기능 일원화 주도권을, 한은은 검사권 부활을 각각 국정기획위에 적극 주장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것은 불가피하나 세부 로드맵이 불투명하면 내부 혼란과 시장 불안만 키울 뿐”이라며 “최종 설계와 이행 일정을 조속히 공개해야 구성원뿐 아니라 시장의 신뢰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측은 “최종안 확정 즉시 구체적 로드맵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에선 “언제 결론이 날지 모른다”는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