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6위 YMTC, 100% 장비 자립화 추진韓 장비 밀수해 분해·분석 … 자립화 기반자립화 성공시 변동성 큰 낸드시장 뒤흔들수도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정부 지원이 가장 큰 무기홀로 전투 뛰어든 삼성·SK에 전방위 정부 지원 절실
  • ▲ 중국 반도체 이미지 ⓒ뉴데일리DB
    ▲ 중국 반도체 이미지 ⓒ뉴데일리DB
    중국 낸드플래시 제조사인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가 자국산 장비로 100% 구성된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미국이나 한국 기술 없이 장비 자립화가 쉽지 않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이 당장은 없겠지만 중국 정부의 한도 없는 지원이 불러올 나비효과까지 간과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반도체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중국 최대 낸드 제조사인 YMTC가 우한에 있는 2공장에 국산 반도체 장비를 도입해 시범 생산라인을 구축 중인 것으로 알려지며 국내 반도체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생산라인에서는 월 최대 20만 장 규모의 웨이퍼 생산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YMTC는 이번에 독자 라인을 구축해 오는 2026년 말까지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점유율을 15%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포부다.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로 주춤했던 사업을 이전보다 두 배 이상 키우겠다는 야심을 본격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수출 통제로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점유율이 5% 미만까지 떨어졌던 YMTC는 이미 몇 해 전부터 장비 자립화를 위한 물 밑 준비를 이어왔다. ASML, 어플라이드 머티디얼즈 등 미국과 유럽 장비사들은 물론이고 의존도가 높았던 한국 장비 수출길까지 막히면서 대만이나 홍콩 등을 우회해 한국 장비만 간신히 공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조달한 장비들 중 일부는 중국업체들이 학습용으로 활용했다. 이미 국내에서도 중국 메모리사들이 외국 장비를 들여와 완전히 분해해 여기서 핵심이 되는 기술과 소재, 부품들을 파악한 뒤 이와 상당히 유사한 형태로 자급 장비를 만들기 시작했다는게 알려졌을 정도다.

    지난 몇 년간의 '카피(Copy)' 작업을 기반으로 이제는 YMTC 같은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생산라인에 자체 제작한 장비를 도입하기 시작한 것으로 업계는 해석한다. 이제는 실제 생산라인에 도입이 가능해졌을 정도로 핵심 장비 기술을 확보했고 이를 양산 수율이나 품질로 확인하면서 정착화하는 단계를 밟을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자급화를 진행하는 YMTC가 당장은 낸드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최근 몇 년 간 YMTC가 공격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 점유율을 키우면서 낸드시장 6위에 오를 정도까지 존재감을 키우긴 했지만 장비 기술을 100% 확보하는데는 상당 시간이 필요하다는게 중론이다.

    게다가 장비 자급화가 안정화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이 과정에서 경쟁사들과의 격차가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당분간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현재 YMTC의 장비 자급률은 45% 수준으로 중국업체들의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이지만 100% 자립까지는 먼 길이다.
  •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모습 ⓒ삼성전자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모습 ⓒ삼성전자
    다만 낸드시장이 D램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고 다수의 제조사들이 막상막하의 경쟁을 벌이고 있어 YMTC의 전략 변화에 따라 시장 상황이나 경쟁구도 등이 급변할 여지는 남아있다. 특히나 YMTC가 낸드 장비 자립화에 성공해 막대한 규모로 물량을 찍어내고 이를 시장에 대량 풀어내면 시장 가격 결정권이 사실상 YMTC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렇게 되면 낸드시장 절반 가량을 점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낸드시장 오랜 1위인 삼성전자와 솔리다임 인수로 2위 자리를 굳힌 SK하이닉스도 시장 특성 상 공급량 영향을 크게 받는 상황은 마찬가지라 YMTC가 향후 자급화에 성공해 막대한 물량을 쏟아내는 방식으로 치킨게임에 돌입하면 이를 방어하기 위해 출혈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현재도 낸드시장은 공급과잉 상태를 벗어나 시장 가격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주요 제조사들이 감산을 이어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YMTC가 시장의 룰을 깨고 공격적으로 확장한 생산능력(CAPA)을 활용해 물량공세에 나선다면 시장 질서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YMTC 중심의 낸드시장으로 재편할 위험성을 간과해선 안된다.

    무엇보다 YMTC가 자급화 100%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치루는 비용의 상당부분을 중국 정부가 충당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게 중장기적으론 가장 위협적인 요소다. 중국 정부는 YMTC와 같은 자국 반도체 기업들이 자생력과 자체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는데 수년 간 수백조 원을 쏟아부었고 이번에도 YMTC를 시작으로 반도체 장비 100% 자립화에 또 수십조 원을 투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정권에 따라 반짝 지원에 그치거나 그마저도 늑장대처로 투자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우리 정부의 반도체 지원책과는 큰 차이를 나타내 우려가 크다. 한번 지원을 결정하면 통 큰 지원책이 나오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 기업의 적자까지 감수하겠다는 각오로 나서는 중국 정부와 중국 기업들을 당해내기 위해선 삼성이나 SK 등 기업들만 홀로 싸우게 두면 안된다는 목소리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