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주주 쉰들러, 20년 도전 끝에 지분 35% → 6.42%로 축소국민연금, 지분 7.23%→ 9.27%로 확대… 배당금 확대 주효엘리베이터 업계, 글로벌 부진 속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 겪어
  • ▲ 현대엘리베이터 아산타워 ⓒ현대엘리베이터
    ▲ 현대엘리베이터 아산타워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엘리베이터가 20년 가까이 이어진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한때 지분 35%를 보유했던 외국계 투자자인 쉰들러홀딩(Schindler Holding AG)이 지분을 대거 매각하며 '그림자 주주'(지분율 5% 미만)에 가까워진 결과다. 반면 국민연금은 지분을 차츰 늘리며 2대 주주로 급부상해 현대엘리베이터의 배당금 정책이 재조명되고 있다.

    2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쉰들러의 지분율은 6.42%로 지난 6월 7.57%보다 1.15%p 감소했다.  2023년 6월 15.95%였던 지분은 2년여 만에 절반 이상 줄었으며, 쉰들러는 같은 기간 수백 차례에 걸쳐 장내에서 주식을 분할 매도했다. 이는 전략적 투자자로서 사실상 철수를 의미하며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 분쟁 역시 마무리 수순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2023년 4만원대에 머물렀던 주가는 올해 들어 8만원을 넘어서며, 쉰들러 입장에서도 매각에 나설 만한 여건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매각 단가는 8만원대 중반인 반면, 지난 3년여간 평균 매도단가는 주당 5~6만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또 건설시장 침체로 인해 엘리베이터 산업이 위축된 점도 쉰들러의 '엑시트'를 독려한 요인으로 꼽힌다. 신규 주택 건설이 줄어들면서 국내 승강기 신규 설치 수요가 둔화됐고, 글로벌 시장 역시 금리 상승과 원자재 가격 부담 등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국민연금공단은 지분을 꾸준히 늘리며 주요 주주로 부상했다. 2023년 8월 6.2%였던 보유 지분은 2024년 말 7.23%, 2025년 6월에는 9.27%로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국민연금은 쉰들러를 제치고 2대 주주로 올라섰으며, 안정적 장기 투자자로서 경영권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매입 배경으로 현대엘리베이터의 배당 확대 기조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23년부터 경상이익의 50% 이상을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에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2023년에는 주당 4000원을, 2024년에는 중간배당 1500원과 결산배당 4000원을 더해 총 5500원을 지급했다. 시가배당률은 연 9~10% 수준으로, 주요 기관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수준이다.

    지분 재편과 함께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배구조도 안정화되는 분위기다. 

    현정은 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홀딩스컴퍼니가 지분 19.26%를 보유하고 있으며, 계열사인 현대네트웍스와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27.05% 수준이다. 국민연금이 이들과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낮은 만큼, 기존 경영진 중심의 체제가 굳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쉰들러는 한때 현대엘리베이터와 이사회 진입, 유상증자 반대, 주주대표 소송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왔다. 

    한 재계 관계자는 "쉰들러의 지분 축소는 단기 수익성 악화, 한국 시장 내 영향력 약화, 경영권 분쟁의 피로감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됐을 것"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