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로 남을 것인가, 책임 복귀로 나아갈 것인가전공의의 사과, 의대생이 배워야 할 교과서자격증 넘어 환자 고통 이해하는 의사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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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는 되돌림표가 아니다."악보 위에 표시된 그 기호 하나면 원래의 위치로 되돌아갈 수 있지만 인간사에는 그런 단순한 반복이 없다. 한 번 불에 그을린 종이는 다시 펼 수 있어도 그 결은 예전 같을 수 없다. 환자가 받은 상처와 불신은 복귀와 동시에 지워지지 않는다. 이제 의료계는 그을린 흔적 위에 책임이라는 잉크로 새 악보를 써야 한다.의대생의 복귀가 현실이 됐다. 그러나 "왜 그들에게만 예외가 적용되는가", "국민에겐 사과 한마디도 없다"는 비판 의견이 따라붙는다. 일반 학생과 다른 엘리트들을 향한 과도한 혜택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지지를 얻지 못한 채 얻어낸 복귀는 불완전한 명분 위에 세워졌다.실제 교육부와 의대 총장단이 의대생 복귀를 공식화하면서 지난해 집단행동에 참여했던 8300여 명은 이르면 8월부터 다시 강의실에 들어간다. 일부는 본과 4학년 2학기부터 바로 수업에 복귀한다. 의사 국가시험 추가 시행도 검토 중이다.제도적 특혜를 전제로 한 복귀가 이뤄지는 셈이다. 때문에 교육 현장과 국민의 눈에는 여전히 여러 의문과 우려가 남아 있다. 본질적으로 의대생들이 집단행동을 벌인 것은 제도의 희생양이라는 방증이나 현실은 '정부가 이기지 못하는' 기득권의 귀환으로 해석된다. 대중은 이 결과에 반응한다.전공의들의 결정엔 다른 점이 있다. 조건이 붙긴 했지만 강경한 태도에서 물러나 대화를 요구하고 환자단체를 향해 사과를 시도한다. 단 한 문장이라도, 단 한 번이라도 국민의 고통을 언급하려 한다. 정치적 조건과는 별개로 그 진심을 전하려는 태도 자체가 변화의 시작이다."말은 반드시 믿을 수 있어야 하고, 행동은 반드시 결과를 남겨야 한다." 논어의 '言必信 行必果(언필신 행필과)'는 의사의 약속이 곧 생명을 다루는 신뢰라는 점에서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전공의들의 '사과의 몸짓'은 그 약속을 향해 나아가려는 의지의 표명이다. 아직은 시작일지라도 그것은 환자의 시간을 기억하려는 의사의 첫 걸음이자 본령(本領)으로의 복귀이기도 하다.그렇기에 이제는 의대생들이 답할 차례다. 더 많은 특례와 예외를 받았다면 그만큼 더 낮은 자세로 돌아와야 한다. 선배 전공의처럼 국민 앞에 먼저 다가가야 한다. 책임은 집단의 목소리가 아니라 태도에서 출발한다. 정당하지 않은 조롱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정당한 비판에는 성찰로 응답해야 한다. 그것이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다.환자단체와 시민사회는 여전히 날 선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 비판은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라, 지난 1년 6개월간 의료 공백의 무게를 직접 감당해야 했던 진실된 반응이기도 하다.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응징이 아니라 의료의 복원이다. 감정은 해소돼야 하지만 복수의 형태가 되면 안 된다. 국민적 수용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 전공의와 의대생의 복귀 없이는 의료 정상화도, 필수의료 회복도 없다. 제도를 다시 설계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필요하다.분명 제도적 특혜가 부당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결국 국민의 손실을 줄이는 현실적 선택이라면 일정 부분 받아들일 여지도 있어야 한다. 누구도 이번 일을 대가 없이 덮어서는 안 되겠지만 의료계가 책임을 보여준다면 의료의 미래를 위해 인내하고 손을 맞잡아야 한다.지금은 논공행상이 아니라 반성의 시간이다. 전공의와 의대생, 의료계, 정부와 국회, 국민 모두가 각자의 몫을 자각해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고치고 공론의 장을 되살려야 한다.의정 사태 이후 배출될 의사는 단순히 시험을 통과한 사람이 아니라 환자의 고통을 기억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 고통 앞에 겸손할 수 있을 때 진짜 복귀라 부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