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현장 간담회 열고 보이스피싱 근절 방안 발표피해 의심 정보 실시간 공유로 범죄계좌 즉시 지급정지"예방-차단-구제-홍보 전 단계 근본적 제도개선"
  • ▲ 권대영 부위원장ⓒ금융위
    ▲ 권대영 부위원장ⓒ금융위
    정부가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금융, 통신, 수사기관의 정보를 한데 모으는 인공지능(AI) 기반 플랫폼을 연내에 출범시킨다. 개별 금융회사가 각자 대응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정부 기관들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 범죄를 사전에 차단하고 피해를 막는다는 구상이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서울 여의도 금융보안원에서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한 현장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보이스피싱 AI 플랫폼(가칭)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6월 대통령의 '보이스피싱 특단 대책' 지시 이후 10여 차례의 실무 전문가 회의를 거쳐 마련된 첫 번째 대책이다. 

    권대영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 국가의 제1 역할"이라며 "AI·딥페이크, 가상자산 등 최신 기술을 악용해 발빠르게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근절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 금융·통신·수사 정보, AI 플랫폼으로 집중

    새롭게 구축되는 '보이스피싱 AI 플랫폼'은 금융회사, 통신사, 수사기관에 흩어져 있던 보이스피싱 관련 정보를 한곳으로 모으는 허브 역할을 한다. 플랫폼에 집중되는 정보는 '긴급공유 필요정보'와 'AI 분석정보'로 나뉜다. 

    '긴급공유 필요정보'는 피해가 의심되는 사람의 연락처 등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정보다. 이 정보는 별도 가공 없이 즉시 금융사와 관련 기관에 공유되어 범죄 의심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등 신속한 조치를 가능하게 한다. 이를 통해 범죄 조직이 여러 금융기관에 개설한 대포통장을 한 번에 묶어 추가 피해를 막고 자금 은닉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I 분석정보'는 최신 계좌 개설 내역 등 방대한 금융거래 정보를 AI로 분석해 새로운 범죄 패턴을 파악하는 데 쓰인다. 금융보안원의 AI 모델이 분석한 결과는 전체 금융권에 공유되어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의 정확도를 높이고, 범죄 의심 계좌를 사전에 차단하는 데 활용된다. 

    간담회에 참석한 박윤상 서울경찰청 수사팀장은 "악성 앱이 설치된 휴대폰 정보를 입수해도 법령상 한계로 금융사에 공유하기 어려웠다"며 "플랫폼을 통해 정보가 공유되면 범죄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 '수표 편취', '알뜰폰' 등 신종 수법 대응 강화

    이번 대책은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했다. 김원충 서울남대문서 수사팀장은 금융사 계좌를 거치지 않는 '수표 편취' 수법이 단속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했으며, 송재철 농협은행 단양지부장은 노년층을 노린 범죄 증가와 함께 알뜰폰, 1인 법인 통장 등이 범죄의 길목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플랫폼을 통해 이런 신종 범죄 수법에 대한 데이터까지 공유·분석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방비가 취약했던 제2금융권 등의 대응 역량을 높이고, 특정 금융권으로 범죄가 쏠리는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연내 플랫폼 출범…'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도 추진

    금융위는 참여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연내에 플랫폼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우선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플랫폼을 가동하고, 개인정보를 포함한 정보공유 특례를 담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을 연내 마련해 플랫폼 운영의 법적 근거를 강화할 방침이다. 

    권대영 부위원장은 "오늘 발표한 AI 플랫폼 구축은 여러 방안 중 첫 사례일 뿐"이라며, "앞으로 '예방-차단-구제-홍보' 각 단계별로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 정책 과제를 순차적으로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향후 대책에는 ▲금융회사의 피해 예방·구제 책임 명시 ▲가상자산 악용 및 스미싱 등 변종 수법 차단 ▲소비자 관점의 신속한 구제 제도 개선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