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마리당 보험료 600~900만원…손보사 '효자상품'"말처럼 대형가축, 폐사율 3%"…보험금 지급 드물어 '짭짤한 장사'가격 하락에 한우 농가 급감…미국산 무관세 땐 '회생 불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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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우ⓒ연합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철폐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불똥이 국내 손해보험업계의 '효자상품'인 한우 축산보험으로 튀는 모양새다. 

    값싼 미국산 소고기가 무관세로 수입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한우 농가의 기반이 붕괴되면서 관련 보험 시장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 마리당 보험료 600~900만원 … 손보사 '효자상품'

    29일 농업정책보험금융원에 따르면 한우 마리당 보험료는 600만원에서 900만원 수준이다. 이는 닭이 몇백원, 돼지가 수십만원 하는 것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금액이다.

    손해보험사에게 한우 축산보험이 '효자상품'인 이유는 보험료가 비싸지만 보험금을 지급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소는 말과 같이 대형가축으로 분류되며 폐사율이 3~5%로 매우 낮다. 질병에 걸리면 금방 죽는 닭과 달리 잘 죽기 않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드물다. 

    축산농가에서도 한우가 폐사해 보험금을 받기보단 폐사하기 전에 시장에 파는 것을 선호한다. 한우 축산보험은 자기 부담금이 10~40% 있기 때문에 보험금이 판매금보다 적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험료는 높은 반면 보험금 지급 사례는 적다 보니, 소 보험의 가입률은 약 15% 수준에 그친다. 이는 돼지(98%), 가금류(97.4%)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축산농가 입장에서는 가입 메리트가 낮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익 구조상 '효자상품'으로 평가된다.

    ◇ 한우값 20% 폭락에 … 한우농가 '8만호' 붕괴

    미국산 소고기가 '무관세'로 국내에 대거 유입될 경우 한우 산업이 위축돼 개채수가 감소하고, 축산보험 모델 자체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 

    한우 산업이 위축되는 배경엔 가격이 있다. 1등급 기준 한우 도매가격은 올해 5월 기준 kg당 1만5968원으로, 2021년 2만698원까지 치솟던 고점에서 20%가량 급락했다. 

    이에 따라 한우농가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7만8474호로 8만호 장벽이 깨졌다. 2021년 12월 8만9824호를 기록해 9만호가 깨진 데 이어 감소세가 급격하게 이어지고 있다. 

    한우농가가 줄면서 개체수도 덩달아 줄어들고 있다. 2021년 341만 마리였던 한우 사육마릿수는 2022년 355만 마리, 2023년 350만 마리로 감소했고, 올해 5월 기준 327만6000마리에 머물고 있다. 

    현재 미국산 소고기는 한국으로 수입될 때 관세 10.6%를 적용받고 있는데, 관세가 철폐될 경우 한우는 가격경쟁력을 완전히 잃을 수밖에 없다. 

    한우 축산보험의 유지 기반이 흔들리자,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은 대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 관계자는 "현재 한우 보험은 자연재해뿐 아니라 질병으로 인한 폐사까지 보상하고 있어 보험료가 비싸다"며 "향후 화재, 풍수해 등 순수 자연재해로 인한 폐사만 보장해 보험료를 절반 이상 대폭 낮춘 상품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일하게 가입률이 낮은 축종이 소이다 보니, 가입률을 높이기 위해 매년 두 개 이상의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