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경제형벌 본격 정비"… 배임죄 완화 주문'이재용 10년 족쇄'… 검찰 전가의 보도로 전락美·英 처벌규정도 없어 … 글로벌스탠다드와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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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이재명 대통령이 배임죄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언급하면서 수십년간 기업인들을 옥죄어 온 형사 리스크가 덜어질지 주목된다. 그간 배임죄는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포괄적이어서 기업의 적극적 경영활동을 가로막는 법으로 지적돼왔다.30일 이재명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3차 회의를 열고 “배임죄가 남용되며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는 점에 대해 제도적 개선을 모색해야 할 때”라면서 “과도한 경제 형벌로 기업의 경영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 내 경제형벌 합리화 TF를 곧바로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특히 이 대통령은 “한국에서 기업 경영활동을 하다가 잘못되면 감옥에 간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 탓에 국내 투자를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며 “신뢰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형사 제재까지 가하는 것이 국제적 표준에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정기국회부터 (경제형벌 제도 개선을 위한) 본격적 정비를 시작해 ‘1년 내 30% 정비’와 같은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한번 엮이면 10년은 오너리스크 … 무죄율 다른 범죄 두배배임죄는 검찰이 기업을 쥐락펴락하는 전가의 보도로 활용돼 왔다. 무리한 기소로 무죄로 귀결되는 사례가 절대다수지만, 한번 시작하면 10년 안팎 기업의 오너리스크로 이어지기 때문에 남용 여지가 크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일례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경영권 불법승계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지 10년만에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다. 1·2심에서도 업무상 배임죄를 비롯한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받았지만, 검찰은 끝내 사건을 법률심인 대법원까지 가져갔다. 장기간 이어진 무리한 수사와 기소는 삼성전자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국가 정책적 합병 사안을 형사 잣대로 판단해 장기간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초래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과거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순환출자 해소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특정 계열사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고, 그룹 전체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해당 거래가 실질적으로는 정 회장과 가족 지분이 많은 계열사에 이익을 몰아준 ‘사익편취’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 판결은 구체적인 고의성 입증 없이 사후 손실을 기준으로 배임을 인정해 배임죄를 ‘포괄적 잣대’로 활용됐다는 비판이 뒤따랐다.이 대통령의 배임죄 개선 발언은 기업인들의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 개정을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배임죄는 ‘업무상 임무를 위배해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 손해를 가한 경우’ 성립하는 범죄다. 문제는 배임죄의 적용 범위 및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임무 위배’는 물론 ‘재산상의 이익’ 등 명시된 표현 자체가 추상적일뿐더러 사후적·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손해가 실제 발생했을 때뿐만이 아니라 손해 발생의 위험성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 이해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배임죄 고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발이 잦다. 업무상 배임죄 신고 건수가 연간 2000건 이상을 웃돌지만 무죄율은 다른 범죄의 두배를 웃돈다. 2023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2년 1심기준 횡령·배임죄의 무죄율은 5.8%로 전체 형사사건 무죄율 3.1%의 두 배에 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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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 배임죄 가장 과도하게 처벌하는 국가 … "의사 결정 걸림돌"재계는 배임죄가 기업가 정신을 저해하고 경영활동을 가로막는 대표적 악법이라고 꾸준히 지적해왔다. ‘타인의 재산상 이익 보호’를 위해 결정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도전보다 안정을 택하는 식이다. 당연히 과감한 인수합병(M&A)이나 연구개발(R&D) 등에도 소홀히 할 수 밖에 없다.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국내 상장기업 153개사(코스피 75개사·코스닥 7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84.9%는 배임죄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답했으며, 24.8%는 최근 5년간 불명확한 배임죄 기준 때문에 의사결정에 애로를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재계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주요 6개국 중 형법에 배임죄를 명문화한 국가는 한국과 프랑스 독일 일본 등 4개국에 불과하다. 미국과 영국은 배임죄 처벌 규정이 없다. 사기죄 및 민사 손해배상으로 다룬다. 중요한 경영 판단을 내려야 하는 기업 총수들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동시에 과잉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다.그러나 한국의 경우 배임죄를 명문화한 4개국 중에서도 가장 과도하게 처벌한다. 형법상 배임죄에 더해 업무상 배임죄가 있을 뿐 아니라 상법상 특별배임죄, 특경법상 배임죄 규정도 따로 두고 있다.한 기업 관계자는 “중요한 계약 하나 맺는 데도 법무팀과 형사 책임 가능성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 이래서는 글로벌기업과 경쟁이 안 된다”며 “배임죄 기준이 명확해지고 형사 리스크가 줄어들어야 한국 기업들이 진짜 ‘책임 있는 도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재계 관계자는 “국익을 해치거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 등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를 저질렀다면 이에 맞는 엄벌을 받는게 당연하지만, 기업을 한다는 이유로 혹독한 처벌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면서 “배임죄를 손봐 기업이 심화하는 국내외 복합위기 상황을 돌파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한편, 일각에서는 정부가 상법 개정안과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 등 이른바 반(反) 기업 법안의 통과를 추진하면서, 배임죄 완화를 ‘당근’으로 꺼내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협상과 관련 국내기업들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인만큼 배임죄를 협상 지렛대로 삼아 기업들의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