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농산물 완전 개방" vs 韓 "정치 지도자의 표현"사과·감자 등 검역절차 진행 중 … "빨라질 가능성 커져"농업계 "통상 압력 굴복으로 검역 주권 포기 안 돼" 반발
-
- ▲ 지난달 31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한국사과연합회, 한국과수농협연합회 관계자들이 미국산 사과수입 반대 국민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통상협상이 일단락됐지만 농산물 시장 개방 여부에 대해선 양국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미국산 사과와 유전자변형작물(LMO) 감자 등의 검역 완화 가능성이 제기되며 농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1일 대통령실과 관계부처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이번 통상협의에서 쌀과 소고기 개방에 대한 내용은 추가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양국의 협상 타결 소식을 전하며 "한국이 미국산 자동차, 트럭, 농산물 등에 대해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이에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미국과 협의 과정에서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강한 요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쌀과 소고기를 포함한 농축산물 시장은 추가로 개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반박했다.김 실장은 트럼프의 농산물 개방 발언을 두고 "정치 지도자의 표현"이라며 "중요한 것은 협상을 책임진 각료 간의 대화이다. 농축산물에 대해 구체적으로 합의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그러면서 미국 측이 "우리나라 농업 분야는 이미 99.7% 개방되어 있고, 나머지 0.3%에 해당하는 약 10개 품목만 유보되어 있어 통상이나 다른 부처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공감했다"고 덧붙였다.다만 이번 협상에서 양국이 시장 개방보단 검역·기술 장벽 완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향후 농산물에 대한 검역 절차 완화를 두고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향후 후속 협상에 따라 감자, 복숭아, 사과, LMO 감자 등의 농산물 수입이 본격화될 수 있기 때문다.실제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 협상단에 과채류 검역 절차에 대해 직접 문의하는 등 농산물 개방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구윤철 기획재정부 부총리도 비관세 장벽과 관련해 "앞으로 검역 절차 개선과 자동차 안전 기준의 상호 인정 등을 포함해 지속적으로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우리 정부는 사과, 블루베리 등에 대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시장 개방 상태로 두고 있지만, '외국산 농산물 수입위험분석 절차'(IRA)라 불리는 8단계의 검역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현재 사과는 30년 전 미국 측의 수입 요청 이후 현재 2단계 검역 절차에 머물러 있으며, 감자는 지난 3월 농촌진흥청이 미국 심플롯사의 LMO 감자에 대해 '적합' 판정을 내려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전성 검사만 남은 상태다.정부는 검역 절차 완화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법적으로 정해진 검역 절차 자체를 축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검역은 과학적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사안이라는 것이다.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검역 완화에 직접 관심을 보인 만큼 농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한국사과연합회와 과수농협연합회 등은 미국산 사과 수입에 반대하는 국민대회를 열고 "정부가 통상 압력에 굴복해 검역 주권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이와 관련,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쌀과 소고기 등 주요 품목의 추가 개방을 막은 것은 다행이지만 예상됐던 일"이라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채류 검역에 관심이 많은 만큼 (검역 절차가) 빨리질 가능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