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재조사 완료 시점 2030년→2045년 … 예산확보 미흡 탓LX 사장도 분쟁비용 해소 강조 … 사업시행 이후 조사 안 해매년 LX에 토지분쟁 소송 … 5년간 소가 총액만 88억7500만원
  • ▲ LX 한국국토정보공사 전경 ⓒ연합뉴스
    ▲ LX 한국국토정보공사 전경 ⓒ연합뉴스
    토지 실제 현황과 지적공부가 일치하지 않는 '지적불부합지'로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토지분쟁비용이 발생하지만 담당기관인 한국국토정보공사(LX)는 14년간 분쟁 비용 파악조차 못하고 관련 통계도 업데이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매년 소가가 최대 수십억원에 달하는 소송에 휘말리면서 지적재조사 사업 자체에 악영향을 끼친 것 아니냔 지적까지 제기된다. 지적재조사 사업이 늦어지는 만큼 토지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어 결과적으로 LX가 토지 분쟁만 유발하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5일 국토교통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지적재조사 책임수행기관인 LX가 사업이 시행된 이후로 약 14년간 지적불부합지에 따른 분쟁비용과 측량비용을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어명소 LX 사장은 작년 3월 언론 기고를 통해 "지적도와 현실경계가 불일치하는 지적불부합지에 따라 매년 3800억원의 분쟁비용과 900억원의 측량비용이 발생해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적재조사특별법'을 제정해 2012년부터 지적재조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적불부합지에 따라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해소하는 게 지적재조사 사업의 목적 중 하나란 것이다.

    그러나 지적불부합지에 따른 분쟁비용 자료는 국토부가 2010년 당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해 파악한 통계가 가장 최근에 업데이트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사업의 주요 목적인 '사업 진척도에 따른 분쟁비용 감소' 효과조차 제시하지 않았단 지적이 나온다. LX 관계자는 "지적불부합지에 따른 분쟁비용 추계는 예타 이후로 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 와중에 LX를 향한 토지 분쟁 소송이 꾸준히 이어지며 기시행 사업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것 아니냔 시각도 존재한다. 최근 5년간 지적불합치로 인해 LX를 향해 제기된 분쟁 건수는 35건에 달했으며 소가 총액은 88억7500만원에 육박했다.

    이 중 최종심까지 확정돼 LX가 원고에 배상한 금액을 연도별로 보면 △2020년 9604만원 △2021년 8억2311만원 △2022년 1347만원 △2023년 1억9883만원 △2024년 400만원 등이다. 다만 지난해의 경우 1심 진행 중인 사건만 6건으로 이에 따른 배상액은 최대 5억2736만원으로 증가할 수 있다.

    그나마 시행 중인 사업 마저도 여러 분쟁에 휘말리면서 기획재정부의 예산 편성에서 후순위로 밀린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사게 됐다. 국토부가 올해 말 '지적재조사 계획 변경을 위한 용역 연구' 결과를 내놓으면, 해당 사업을 기존 2030년에서 최대 2045년까지 늦추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인데, 이러한 사업 지연 배경엔 기재부가 편성하는 예산 확보를 제대로 못 한 탓이 크다. 

    LX가 시행하는 지적재조사엔 총 1조3000억원이 투입돼 2012년부터 2030년까지 전국 3743만 필지에 대한 지적불부합지를 해소해야 하는데, 사업 완료를 5년 남겨둔 올해까지 전체 사업비는 4291억원(33%)만 투입됐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분쟁비용 감소를 목표로 뒀다면, 목표 달성률을 제시하는 게 마땅하다"면서 "기재부가 지적재조사 사업을 미래에 대한 투자가 아닌 단순 비용처리로 인식하게 한 것이 패착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LX 관계자는 "지적재조사는 민간과 함께 하는 것으로 경제적 효과 추산을 LX 단독으로 추계하기는 어렵다"면서 "국토부 주관으로 추가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적불부합지에 따라 LX에 소송하는 현황은 전체에 비하면 극히 일부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