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5000원 균일가, 불황 속 매출 4조·매장 수 1500개 넘어카테고리 확장에 곳곳서 마찰 … 문구·생활잡화 매출 감소 부작용납 검출·환경호르몬 초과 등 안전성·환경 부담 지적도 잇따라
  • ▲ 다이소 ⓒ연합
    ▲ 다이소 ⓒ연합
    다이소가 불황 속 4조원 매출에 육박하는 생활용품 유통 강자로 부상했지만 초저가 전략의 그늘도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가격 경쟁력은 소비자 만족을 높였으나 국내 제조업·지역 상권 위축과 품질·안전성 논란 등 구조적 과제도 함께 커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다이소는 지난해 매출 3조9689억원, 영업이익 3711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전국 매장 수는 1600개를 넘어섰다.

    불황에 따른 소비 위축 속에서 가성비가 소비자의 최우선 선택 기준으로 떠오르자 1000~5000원대 균일가 정책이 힘을 발휘했다. 생활용품 중심이던 상품군은 스낵·캠핑·취미용품으로 확장됐고 최근에는 뷰티 전용 제품·의류·초저가 건강기능식품까지 출시하며 사업 보폭을 넓혔다.

    그러나 급격한 확장은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키웠다. 특히 문구점·생활잡화점 등 소상공인의 주력 품목과 겹치는 경우가 많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다이소는 대규모 점포 규제 대상이 아니어서 상생 협력 의무가 없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한국프랜차이즈학회의 다이소 사례 연구에 따르면 다이소 상권 범위는 반경 1.5km로 SSM(500m)보다 넓고 대형마트(2~3km)보다는 좁다. 카드 매출 분석 결과 출점 이후 음식점(최대 +71.1%)과 편의점(최대 +47.3%) 매출은 늘었지만 문구점·생활잡화점 매출은 지역과 입지 여건에 따라 감소하거나 변동폭이 컸다.

    이 같은 흐름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문구 소매업 매출은 3년 전보다 7.2% 줄었고 종사자 수 역시 4.1% 감소했다.

    품목 확장 과정에서 새로운 마찰도 있었다. 지난 2월 다이소가 전국 200여 개 매장에서 건강기능식품 판매를 시작하자 약사 단체가 강하게 반발했다. 반려동물용품 시장에서도 기존 상권과의 충돌 우려가 커지자 펫산업연합회가 매출·폐점 실태를 긴급 점검하기도 했다.
  • ▲ LG생활건강이 선보인 다이소 전용 건기식 브랜드 이너뷰 바이 리튠
 ⓒLG생활건강
    ▲ LG생활건강이 선보인 다이소 전용 건기식 브랜드 이너뷰 바이 리튠 ⓒLG생활건강
    안전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초저가 정책 특성상 제품 검사와 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하다. 특히 생활 전반의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는 만큼 전체 입고 제품의 안전성을 전수조사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

    2019년 텀블러에서 납 성분이, 2021년 아기욕조에서 환경호르몬이 기준치의 612배 검출됐다. 2022년에는 캠핑용 시에라컵, 2023년에는 중국산 디즈니 종이 빨대·욕실 슬리퍼·어린이 장난감 등에서 유해물질이 초과 검출됐다. 지난해 12월에도 스테인리스 세정제에서 납 성분이 허용치의 두 배 가까이 나왔다.

    이밖에 다이소의 초저가 납품 구조가 국내 중소 제조업체에 단가 인하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거래 안정성은 확보되지만 낮은 단가는 제조업 전반의 수익성과 투자 여력을 약화시키며 품질 유지마저 어렵게 만든다. 환경 측면의 우려도 크다. 저렴한 가격은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소비 습관을 부추겨 일회용품 사용과 폐기물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지속 성장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서진형·조춘한 교수팀은 다이소 사례 연구 보고서에서 "보완 업종에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경쟁 업종 피해를 줄이는 상생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 모델은 경기 침체기에는 단기적으로 흥행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제조·유통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며 "저가 경쟁이 과열되면 중소 제조업체의 수익성과 투자 여력이 떨어지고 품질·안전 관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