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산재 '매해 2000건' 산업 평균 14배 훌쩍작년 도입된 선원안전감독관 인력·예산턱없이 부족감독관 권한 미약… 특사경 부여 법안 국회 계류 중"법안 통과 시 감독 업무와 수사 효율성 제고 기대"
  • ▲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이 어선원안전감독관의 현장이행점검을 지원하는 모습.ⓒ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이 어선원안전감독관의 현장이행점검을 지원하는 모습.ⓒ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지난 6월, 충남 보령과 전북 부안 해상에서 작업 중이던 근해안강망 어선의 작업용 로프가 갑자기 끊어져 선원 2명이 사망했다. 그물을 끌어올리는 작업 중 로프에 강한 장력이 걸리며 줄이 절단, 튀임으로 선원을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사고다. 

    중대 재해임에도 사고 소식조차 없다. 최근 포스코이앤씨, DL건설 등 건설사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많은 매체가 앞다퉈 보도한 것에 비하면 작은 관심도 못받았다. '산업재해는 뱃사람의 운명'이라는 인식이 큰 탓인지 어선원의 안전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16일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이하 KOMSA)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어선어업 사망·실종 사고는 연평균 93.4건이다. 전체 산업 평균의 14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해마다 어선사고가 2000건, 사망자는 100명 안팎으로 발생하며 육상보다 훨씬 위험에 노출된 해양 현장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에 어선원 안전·보건 분야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인력 충원과 예산 확충, 어선원안전감독관 권한 강화 시급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월부터 모든 어선의 안전·보건과 재해 예방 정책이 해양수산부로 일원화 되며 현장 대응력 강화에 나섰지만 체계 개선 필요성은 여전히 꾸준히 제기된다. 

    ◇어선사고로 매년 100명 죽는데 '안전감독관' 늑장 도입 … 인력 부족은 '숙제'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던 어선원의 안전 환경 개선을 위해 지난해 도입된 어선원안전감독관은 어선 소유주의 안전·보건 이행 의무사항을 지도·점검하고 개선계획 수립·시행, 안전에 관한 시정조치, 조업·항행 중지 조치, 재해 원인조사 등 행정명령 업무를 수행한다. 

    기존에는 어선원안전감독관 10명을 지방해양수산청에 배치해 운영 중이었으나, 해수부 내 정책 전담인력 2명과 어선원안전감독관 21명이 증원돼 33명으로 확대됐다.

    KOMSA에서도 어선안전감독관을 뒷받침할 어선 안전보건 지원 인력을 10명 확보했으며 내년에는 추가 충원될 예정이다. 다만 증원인원이 어선원 안전·보건 인력 확대 추세에 크게 못미쳐 이나 인력 부족은 여전한 숙제로 남아 있다.

    현재 5인 이상 어선 중 실제 어업 활동을 하는(출항 신고) 선박은 5095척에 달한다. 현재 인력으로는 사실상 선박 전수 점검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초고위험 선박, 고위험 선박 등으로 선정한 사고가 빈번한 2000척 가량을 대상으로 집중 점검하고 있다. 나머지 선박은 1회 가량 점검하거나, 사고·기관 고장 등의 이력이 없는 경우 KOMSA가 개발 중인 앱을 통한 자체 점검 모니터링 방식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매년 가을철 성어기에는 어업인들의 조업활동이 늘면서 해양사고가 잦아진다. 이에 어선원안전감독관 권한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어선원안전감독관에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을 부여해 어선원 안전·감독 업무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어선안전조업법 개정안'과 '사법경찰관 직무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현재 어선원안전감독관은 행정처분·조치만 가능하다"며 "육상의 근로감독관처럼 특별사법경찰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개정안이 법사위에 계류 중인 만큼 신속히 통과대 현장 대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감독관에 '특사경' 권한 없어 어선원 안전 대응 부족에 형평성 지적까지

    실제 일반사업장에서 어선원안전감독관과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감독관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법경찰권을 부여받고 있는 반면, 현행법은 어선원안전감독관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고 있지 않아 형평성 문제가 지적된다. 

    박동찬 국회 법사위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어선원안전감독관에게 관련 범죄에 대해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직무관련성 및 전문성 측면에 부합한다"며 "행정조사 과정에서 불법행위 적발 시 즉시 수사로의 전환이 가능하므로 행정조사와 수사의 연계를 통해 어선원의 안전·보건 감독 업무와 수사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현행법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감독관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해 육상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이 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상 범죄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어선원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이 규정된 어선안전조업법 상 범죄에 대해 어선원안전감독관에게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유사 사안에 대한 수사 형평성 측면에서 타당하다"고 했다.

    KOMSA 관계자는 "어선원안전감독관 권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을 점검하다 보니, 어업인들이 제도를 수용하는데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며 "어선원들을 옥죄려는 것이 아니라 사전 예방적 측면에서 안전·보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법안인 만큼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예산에는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에 따른 어선 중대재해 예방 현장 컨설팅 지원 사업에 5000척 규모로 21억원이 새롭게 반영됐다. 그럼에도 예산을 더 확충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예방 관련 예산이 1조원을 넘어선다는 것을 감안하면 바다 위 산재 예방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어선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노후화한 조업 설비 등이 꼽히고 있는 만큼 환경 개선 등을 위한 정부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아울러 어선원 인력 부족을 메꾸기 위해 한국에 온 외국인 선원에 대한 관리망이 허술해 보다 촘촘한 제도적 관리 체계 구축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