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LTV 담합 공정위 제재 임박, 최대 2조 과징금 폭탄금감원, 위험가중자산 14조 적립 요구…BIS 비율 압박금융당국 수장 채워졌지만 금융위 개편 오리무중규제·벌금 이중고… 대출·투자 위축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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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 수장 인선이 2개월 만에 마무리됐지만 은행권의 불안은 오히려 더 커졌다. 금융위원회 존치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고, 금융감독원장에 비금융 전문가 출신의 이찬진 변호사가 기용되면서 은행 생태계를 이해해줄 '우군'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담합 과징금과 자본 확충 압박에 직면한 은행들은 '규제·벌금'이라는 이중고 속에 혼란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 은행권 LTV 담합 '2조원 폭탄' 위기…14조 자본 확충 압박

    공정거래위원회는 4대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운용 과정에서 담합한 의혹에 대해 최대 2조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를 예고했다. 공정위는 4대 은행이 LTV와 관련한 7500여 개 상당의 정보를 사전 공유해 대출 한도를 맞췄다고 보고 있다. 

    은행권은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맞춘 운용을 담합으로 보는 것은 "정책의 자기부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도 공정위의 LTV 제재와 관련해 "금융안정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금융감독·정책의 방향을 은행 편에서 조율해 줄 '방패 역할'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오히려 금감원은 이번 사안을 운영 리스크로 분류하고, 위험가중치(RWA)를 기존 35%에서 600~700%까지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은행권 전체가 약 14조원의 위험가중자산(RWA)을 추가 적립해야 한다. 평균 BIS 비율 역시 15.3%에서 14%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은행으로서는 대출 축소와 투자 위축, 배당 감소로 직결될 수 있는 부담을 앉게된 셈이다.

    ◆ 수장 임명에도 컨트롤타워 신뢰 물음표…금융위 조직개편 안갯속

    이재명 대통령은 금융위원장에 이억원 전 기재부 1차관, 금융감독원장에 이찬진 변호사를 내정하며 수장 공백을 메웠다. 하지만 이찬진 후보자는 금융 전문 경력이 거의 없는 데다, 친(親)이재명 성향의 '측근 인사'라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융정책을 총괄하고 책임질 확실한 컨트롤타워에 대해 의문부호를 그리고 있다.

    특히 금융위 해체 여부와 금융감독위원회 설치 등 조직개편안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금융위는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감독 기능은 금감원과 통합해 금융감독위원회를 설치하는 해체설이 유력했다. 이후 이 대통령이 금융위 정책을 두 차례 공개적으로 치하한 데다, 새 금융위원장 임명까지 단행되면서 금융위 존치 가능성이 다시 부상했다.

    금융당국의 방향성이 정리되지 않은 채 '해체-존치' 논의가 길어지면서, 은행권은 향후 규제 구조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예산안 편성 등 당면 현안을 고려하면 개편 논의는 사실상 연말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그때까지 은행들은 대출·배당·투자 계획을 확정하기 어려운 불안정한 상황이 고착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정책 불확실성 장기화…금융시장 혼란 고착

    정부의 깜깜이 조직개편 방향에 은행들은 중장기 계획 수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호소한다. 규제나 감독 권한이 어느 기관으로 넘어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수천억~수조원 단위의 자본·대출 계획을 확정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 가령 공정위 과징금과 자본 확충 요구가 동시에 현실화될 경우 자본비율 방어를 위해 대출 축소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은행이 자본비율 방어에 나서면 RWA가 낮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중심의 보수적 여신 전략에 들어가고, 기업대출 공급이 축소될 수 있다. 이는 가계·기업의 금융 부담을 키우고 경기 둔화를 심화시킬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정책 혼란이 장기화하면 은행은 안전자산 위주로만 운용하게 되고, 자금순환 위축은 결국 소비자 피해로 돌아간다고 지적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은 해체를 전제로 한 준비도, 존치를 전제로 한 준비도 못 하는 어정쩡한 상태"라며 "이런 상태가 장기화되면 감독·정책 공백은 물론, 국내 금융산업 경쟁력 자체가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