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수주 과정서 웨스팅하우스와 비밀 계약 뒤늦게 드러나SMR 포함 원전 수출하려면 웨스팅하우스 기술 자립 검증 받아야원전 업계 우려 쏟아져 … "이젠 원전 수출해도 남는 게 없어"
  • ▲ 체코 두코바니에 있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의 냉각탑 4개의 모습. ⓒAP/뉴시스
    ▲ 체코 두코바니에 있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의 냉각탑 4개의 모습. ⓒAP/뉴시스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이 지난 1월 26조원 규모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와 불평등 계약을 맺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유럽·북미 등 일부 지역에는 한국의 원전 수출이 원천 차단되는가 하면 수출을 하더라도 원전 1기당 웨스팅하우스에 최소 1조원 이상을 내도록 했고, 우리 기업이 소형모듈원전(SMR) 등 독자 기술 노형을 개발해도 웨스팅하우스의 사전 검증을 받아야 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써줬다는 것이다. 불평등 계약 기간도 50년에 달해 원전 주권을 침해당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19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한전 등이 웨스팅하우스와 작성한 합의문에는 50년간 원전을 수출할 때 1기당 6억5000만달러(약 9000억원) 규모의 물품·용역 구매 계약을 웨스팅하우스와 맺고, 1기당 1억7500만달러(약 2400억원)의 기술 사용료를 내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국 측이 SMR을 포함한 모든 차세대 원전을 독자 수출하려면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자립 검증도 통과해야 한다. 이는 사실상 웨스팅하우스 측이 한국의 원전 수출 여부를 승인하는 구조다. 

    3사 간 협정에 따르면 한수원·한전이 웨스팅하우스에 약속한 원전 1기당 6억5000만 달러 규모의 일감 목록에는 원자력 제어계측시스템(MMIS), 핵증기 공급 계통(NSS) 등 핵심 기자재와 시스템이 대거 포함됐다고 한다. 

    26조원 규모의 원전 계약을 따내는 조건으로 50년어치 신규 사업 수주와 원전 기술 주권을 웨스팅하우스에 모두 내준 꼴이다. 

    또 한국 측의 원전 수주 활동이 불가한 지역도 명시됐다. 북미·유럽·일본·영국·우크라이나 시장은 웨스팅하우스만 독점적으로 수주 경쟁에 나설 수 있고, 한국 측은 중동·동남아·아프리카 일부 국가만 진출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7월 체코 정부는 한수원을 두코바니 5·6호기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이 원천 기술을 도용했다"고 주장하며 체코 반독점사무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후 체코 정부와의 최종 계약이 계속 미뤄졌다. 그러다가 지난 1월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양측이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고 모든 법적 조치는 취하한다"며 지식재산권 분쟁을 종결하는 합의를 타결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양측의 합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는데, 이면에는 불평등 계약이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이를 두고 원전 업계에서는 "이번 불평등 계약으로 우리나라가 앞으로 해외에서 원전을 수주해도 남는 게 없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당시 한수원과 한전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지난해 총선에서 당시 여권이 참패하자 윤석열 전 대통령 성과를 내기 위해 조급하게 불평등 계약을 승인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한수원 관계자는 "비밀 계약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계약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