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참여연대 출신 이찬진, 금융 실무 경험 전무김기식 전 금감원장, 국회서 금융 정책 경험 풍부'검사+회계사' 이복현 전 금감원, 금융수사 경험 풍부전문성 논란 불식하려면 초반 성과 절실
  • ▲ 이찬진 금감원장ⓒ연합
    ▲ 이찬진 금감원장ⓒ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장에 임명한 이찬진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 "역대 원장 중 가장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참여연대 출신 금감원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김기식 전 원장에 이어 두 번째지만, 김 전 원장이 금융·재벌개혁 분야에서 풍부한 정책 경험을 갖춘 '금융통'이었던 것과 달리 이 원장은 금융 관련 경력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결국 이 원장이 전문성 논란을 불식하고 신뢰를 확보하려면 취임 초반부터 뚜렷한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찬진 금감원장은 금융 관련 경력이 전무하다. 

    주요 경력을 살펴보면 그는 과거 민변과 참여연대에서 활동했으며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리크스 변호를 맡았다.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으며 최근엔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 사회1분과장을 맡아 새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 등을 설계했다. 

    금융위는 이 금감원장과 관련해 "벤처 창업·상장기업 등 다수 기업에 자본시장 회계 관련 법률 자문과 소송을 수행하는 등 직무수행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즉 민간 기업의 법률 자문 및 소송을 제외하면 실무 경험이 없다는 것인데, 이는 전임자들의 경력과 대비된다. 
  • ▲ 김기식(왼쪽) 전 금감원장, 이복현 전 금감원장. ⓒ뉴데일리 DB.
    ▲ 김기식(왼쪽) 전 금감원장, 이복현 전 금감원장. ⓒ뉴데일리 DB.
    ◇ 문재인 정권서도 참여연대 금감원장 … 전문성은 갖춰 

    문재인 정권 당시 임명된 12대 금감원장 김기식은 이찬진 현 금감원장과 마찬가지로 참여연대 출신이었으나 전문성 만큼은 전문가 못지 않았다.

    당시 일반 관료가 아닌 정치인 출신 최초로 금감원장을 맡은 김기식은 19대 국회에서 충분한 금융 관련 경험을 쌓은 덕분에 전문성 논란을 피할 수 있었다. 

    그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간사와 당 재벌개혁특별위원회 간사 등을 맡으며 금융·공정거래·재벌 개혁 분야 정책통으로 활약했다.

    순화출자 금지,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제2금융까지 확대하는 등 굵직한 행보를 남겼다. 이후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신한은행을 불법 계좌 추적 등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 회계사 검사 출신 이복현, 금융정책 앞에선 '오락가락'

    윤석열 정권에서 임명된 15대 금감원장 이복현도 검사 출신으로, 임명 당시 잡음이 있었으나 구색은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복현 전 금감원장은 회계사 출신 검사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4부장, 경제범죄형사부장 등을 거쳐 충분한 실무 경험을 쌓았다. 

    초창기 증권, 금융 관련 수사를 도맡았으며 2006년 론스타의 외한은행 헐값매각 사건을 수사했을 때 회계사 능력을 살려 크게 활약했다. 

    다만 금융 수사 능력이 금융 정책 능력으로 직결되지는 않았다. 

    지난해 10월 그는 가계대출 관리 과정에서 일관성을 잃은 모습을 보였다. 은행권의 '이자 장사 관행'을 비판하며 "가계대출을 줄이라"는 메시지를 냈지만, 은행들이 자율 규제로 대출을 옥죄자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졌다. 여론이 악화되자 곧바로 "실수요자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라면 지켜야 할 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리고, 여론에 휘둘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 전문성 논란 잠재우려면 … 초기 성과 절실

    금감원 내부에서 "보고서를 올려도 이해 하겠냐"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이찬진 현 금감원장이 전문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선 뚜렷한 성과를 내는 게 가장 확실하다는 업계 목소리가 나온다. 

    그는 취임사에서 "부채와 주택가격 사이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 금융안정을 수호하겠다"고 밝혔는데, 전임자가 못다이룬 과업을 해낸다면 여론은 충분히 뒤집힐 수 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재명 정부의 기조에 발맞춘 정책을 펼 것으로 기대된다. 부동산에 몰린 자금을 혁신 부문으로 돌려 부동산 과열을 식히고,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이 가계대출 확대를 부추기고, 이는 다시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악순환을 형성해 대출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국내 자금이 생산 부문보다 부동산으로 쏠리는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모험자본 공급펀드, 중소기업 상생지수 등을 도입해 금융권의 중소·벤처기업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겠다"며 "자본시장의 자금 공급 기능을 강화해 기업이 성장 자금을 시장에서 원활히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