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이마트·신세계 등 전통 유통사 줄줄이 인력 감축소매판매지수 13분기 연속 하락 … 고용산업 이미지 퇴색컬리·오아시스는 채용 확대 … 온라인 비중 첫 과반 돌파
  • ▲ 대형마트 ⓒ뉴데일리DB
    ▲ 대형마트 ⓒ뉴데일리DB
    장기 불황 속에서 유통업계의 생존 전략은 인력 감축이었다. 한때 서비스업 특유의 높은 고용 창출 효과를 자랑했지만 올 상반기 주요 업체 직원 수가 1300명 이상 줄었다. 점포 축소와 인공지능(AI)·무인 설비 확산이 맞물리며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상반기 직원 수는 1만8449명으로 지난해 말(1만8832명)보다 383명 줄었다.

    사업부별로는 백화점에서 69명, 할인점에서 102명, 이커머스 부문 등이 포함된 기타 부문에서 212명이 감소했다. 자회사 롯데하이마트도 같은 기간 2858명에서 2803명으로 55명 줄었다.

    이마트는 같은 기간 2만4548명에서 2만3660명으로 888명 줄며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신세계는 2672명에서 2642명으로 30명, 현대백화점은 3178명에서 3172명으로 6명 줄었다. 한화갤러리아 역시 33명 감소한 764명으로 집계됐다.

    이 외에도 희망퇴직을 단행한 홈쇼핑, 편의점업계 등 유통 비상장사까지 포함하면 실제 감소 폭은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주요 유통사가 불황 속 생존 카드로 인력 효율화를 내세우면서 전반적인 채용 축소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 침체가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이 낮은 데다 AI와 무인 계산대 등 기술 발전이 기존 인력을 빠르게 대체하면서 고용 효과는 점차 약화되고 있다. 물류센터 자동화, 키오스크 확산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의 고용산업 이미지는 옛말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각사마다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력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며 "트렌드 변화에 맞춰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인력 감축은 시장 성장 정체와도 맞물린다. 통계청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유통시장 규모는 254조9069억원으로 전년 대비 0.03% 증가에 그쳐 사실상 제로 성장했다.

    오프라인 매출은 0.1% 감소하며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이 모두 역신장한 반면 온라인 매출은 15.8% 늘며 전체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 시장에서 온라인 비중은 사상 처음 53.6%를 기록하며 과반을 넘어섰다. 유통의 무게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실히 이동한 셈이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로 인한 소비 부진 장기화도 부담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소매판매지수는 101.8(2020년=100.0)로 지난해 동기보다 0.2% 줄었다. 소매판매액 지수는 2022년 2분기(-0.2%) 이후 13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199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장 기록이다. 이 같은 장기 소비 부진이 전통 유통업계 고용 축소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이커머스업계는 인력을 확대하고 있다. 올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컬리는 지난해 말 1681명에서 1904명으로 223명 늘었다. 오아시스도 같은 기간 394명에서 423명으로 29명 증가했다. 두 회사 합계 252명 증가로 오프라인 업체와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새벽배송, 물류센터 확충, 신사업 확장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전통 유통이 비용 절감과 효율화를 추진하는 사이 이커머스는 공격적 투자와 고용 확대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