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9개사 원가율 91.3%…1년만 1.2%p 감소6개사 단기차입금·유동성 장기부채 4.2조원↑유동비율 150% 3곳뿐…공사미수금 106% 급증
  • ▲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 뉴데일리DBⓒ
    올 상반기 상위 10대건설사들이 고금리와 자재값 상승 악조건 속에서 원가율 방어에 성공했지만 실적반등엔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금유동성이 악화된 건설사들이 급전확보에 나서면서 유동비율, 단기차입금 등 재무지표가 악화되는 모양새다. 여기에 수주실적 감소뿐 아니라 정부가 중대재해 근절을 국정과제로 삼으면서 사업차질에도 부담이 커졌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설경기 침체속에서 저마진 늪을 헤쳐 나오기 위한 건설사들의 원가율 개선 노력이 가시적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반기보고서를 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9개건설사(삼성물산 제외)중 7개사가 전년동기 대비 원가율을 유지 및 감소시키는데 성공했다. 삼성물산 경우 건설부문 이외부문과 함께 잡힌 통계로 제외했다.

    건설사별 원가율을 보면 △대우건설 88.5% △DL이앤씨 88.2% △HDC현대산업개발 87.7%가 80%대를 기록했다. 이어 △현대건설 93.5% △GS건설 90.7% △현대엔지니어링 93.0% △포스코이앤씨 95.4% △롯데건설 94.4% △SK에코플랜트 90.7%로 90%대 원가율로 집계됐다.
     
    해당 건설사들의 상반기 평균 원가율은 91.3%로 전년동기 92.5% 대비 1.2%p 감소했다. 감소폭이 가장 컸던 건설사는 대우건설로 3.0%p 줄었다. 이어 △현대엔지니어링 2.7%p △HDC현산 2.7%p △대우건설 2.3%p △현대건설 1.4%p △SK에코플랜트 1.0%p △GS건설 0.7%p 순으로 집계됐다. 롯데건설은 전년동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고 포스코이앤씨 경우 오히려 1.2%p 늘었다.

    원가율이란 사업을 수행하는데 드는 비용의 비율을 말한다. 예컨대 1000억원 규모 아파트를 짓는데 원가가 900억원이 들면 원가율을 90%로 본다. 즉 원가율이 높을수록 사업마진이 줄고, 낮을수록 반대인 구조다.

    이처럼 대부분 건설사들이 원가율 방어에 성공했지만 재무건전성은 전반적으로 악화한 양상을 보였다. 이들 건설사의 1년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과 유동서장기부채 규모는 15조8124억원으로 전년 17조1118억원 대비 7.6% 줄었다. 다만 해당 수치는 대우·GS·롯데건설이 큰폭으로 감소한 영향으로 나머지 6개 건설사의 경우 오히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현대건설 △DL이앤씨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이앤씨 △SK에코플랜트 △HDC현산 등 6개 건설사의 단기차입금 및 유동성장기부채 규모는 13조5167억원으로 전년 동기 9조2885억원 대비 4조2282억원(45.5%) 증가했다.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부채는 이자율이 높고 상환기간이 짧은 만큼 규모가 커질수록 기업입장에선 재무구조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선 공사비 상승, 미분양 등으로 인한 재무부담이 위험수준에 이르렀단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상반기 9개 건설사가 갚아야할 이자비용은 4542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 4261억원 281억원(6.6%) 증가했다. 주택시장 불황속 급전확보 위해 대출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포스코이앤씨와 롯데건설 경우 누적 이자비용이 같은기간 영업이익을 웃돌았다. 두 건설사의 이자보상배율은 각각 –1.9와 0.6다.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한계기업이란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비용을 갚지 못하는 기업을 말하며 이른바 '좀비기업'이라고도 한다.

    또한 9개사 가운데 안정적 재무구조 기준인 유동비율 150%이상을 충족한 곳은 △대우건설 222.9% △DL이앤씨 150.3% △포스코이앤씨 151.6% 3곳뿐이다.

    반면 나머지 건설사 경우 △현대건설 145.3% △GS건설 119.9% △현대엔지니어링 121.2% △롯데건설 122.8% △SK에코플랜트 76.5% △HDC현산 145.9% 등으로 안정적 재무구조 기준인 150%에 미치지 못했다.
  • ▲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 뉴데일리DBⓒ
    건설사중 일부는 유동성비율과 함께 부채비율도 위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이 200%를 넘은 건설사는 △GS건설 253.1% △현대엔지니어링 210.4% 두 곳이었고 대우건설과 롯데건설도 각각 199.8%와 197.7%로 뒤를 이었다. 통상 부채비율이 200%를 넘으면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의미한다.

    현금사정도 빠듯하다. 기업이 본업을 통해 벌어들인 실제 현금흐름을 의미하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 마이너스(-) 4조322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 –3조9044억원에서 4275억원(10.9%) 줄어든 수준이다. 해당수치가 마이너스인 것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돈보다 빠져나간 돈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설사별로 보면 대우건설과 GS건설이 각각 2209억원, 2010억원을 기록했고 나머지 △현대건설 –1조8891억원 △현대엔지니어링 –1조644억원 △포스코이앤씨 –7015억원 △롯데건설 –4555억원 △SK에코플랜트 –3217억원 △HDC현산 2146억원 등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우려되는 부분은 공사미수금도 증가했다는 점이다. 9개 건설사의 올해 상반기 공사미수금은 17조7379억원으로 전년동기 8조5985억원 대비 9조1395억원(106.3%) 급증했다. 공사미수금은 공사를 끝냈거나 진행했지만 발주처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현금흐름 악화 △유동성 위험증가 △ 재무건정성 지표 악화 △신뢰도 하락 등 건설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올해 수주상황도 불투명하다. 올해 상반기 7개 주요 상장 건설사(삼성물산 건설부문·현대건설·대우건설·GS건설·DL이앤씨·HDC현대산업개발·삼성E&A)의 연결 기준 전체 수주액은 43조2398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51조6924억원 대비 16.4% 감소한 액수다. 수주 목표치의 절반을 넘긴 건설사는 현대건설과 GS건설, HDC현산 등 세 곳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18~41% 수준이었다.  

    업계에선 일각에서는 최악의 건설 경기 불황 속 정부의 안전규제 강화가 업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건설사들이 안전점검을 강화하면 공사비 또한 증가할 수밖에 없고 일부 건설들은 신규수주 중단으로 착공물량도 급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건설사의 안전 리스크가 커질수록 안전관련 비용이 크게 불어나고 공사기간 연장 및 공사비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수주활동 위축으로 분양 물량과 건축 착공 면적 또한 감소해 업황 전반의 턴어라운드가 지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인만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건설사들이 원가율 방어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상반기 해외수주 부진으로 수주액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어려움이 커졌다"며 "수익성 개선을 성공한 건설사도 있지만 추후 수익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아 재무건전성 관리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