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500선 육박…3분기 원가 개선 건설업계 찬물대우·DL·GS·HDC현산 80%대로 낮췄지만 자재비 부담 여전환율 10% 오르면 자재값 0.34%↑…주택사업 지연 우려도
  • ▲ 불꺼진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불꺼진 공사현장. ⓒ뉴데일리DB
    건설업계에 고환율 공포가 드리우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 가까이 치솟으면서 건설사들의 수입산 자재값 부담이 가중된 까닭이다. 3분기 원가율 방어에 가까스로 성공한 건설사들은 또한번 저마진 늪에 빠질 위기에 직면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돌파해 1500원선에 육박하자 외환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보건복지부·국민연금은 외환시장 점검을 위한 4자 협의체를 구성했고,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 메시지를 내놓을 예정이다.

    일선 건설사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간 건설업계는 타산업군에 비해 환율 상승 영향이 덜하다며 일각에서 제기된 위기론에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고환율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고착화되는 '뉴노멀(New Normal, 새 기준)'로 굳어지면서 건설사들도 직·간접적 원가 부담이 불가피해졌다.

    힘겹게 잡은 원가율이 고환율로 다시 널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간 건설사들은 외형성장보다 내실관리에 집중하며 원가율을 억눌러왔다.

    각사 분기보고서를 보면 3분기 시공능력평가순위 상위 10대건설사들의 평균 원가율은 91.4%로 전년동기 92.3%대비 0.9%포인트(p) 줄었다.

    건설사별로 보면 10개사 가운데 포스코이앤씨를 제외한 9개사가 1년전대비 원가율을 낮췄다. 특히 △대우건설(91.6%→89.4%) △DL이앤씨(90.5%→87.7%) △GS건설(91.5%→89.7%) △HDC현대산업개발(90.6%→87.7%) 4곳은 원가율을 80%대로 줄이며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원가율은 전체 매출에서 원자재값·인건비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해당수치가 낮을수록 건설사들이 가져가는 공사수익이 커진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3~4년전 낮은 공사비로 계약했던 공사현장들이 하나둘 준공되면서 원가율 개선으로 이어진 것"이라면서도 "다만 원가율은 여전히 높은 상황으로 적어도 80% 초반까진 낮아져야 건설사들의 재무부담이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와 같은 고환율이 내년까지 이어지면 자재값이 올라 그만큼 원가율도 다시 상승하게 될 것"며 "지금 상황에서 원가율이 다시 오르면 건설사들이 버틸 재간이 없다"고 우려했다.
  • ▲ 아파트 재건축 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재건축 현장. ⓒ뉴데일리DB
    이미 자재값과 공사비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치솟은 상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9월 공사비지수는 131.66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1500원대 환율이 현실화되면 자재값과 공사비도 뛸 수밖에 없다는게 건설업계 전망이다. 통상 업계에선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면 건설자재값 부담이 0.34%가량 오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건설사들은 3분기 원가율을 낮췄지만 자재비 부담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일례로 3분기 원가율 하락폭이 2.9%p로 가장 큰 HDC현대산업개발의 원재료 구매비용을 보면 레미콘은 루베(㎥)당 9만1400원으로 2023년말 8만8700원을 훨씬 웃돌았다.

    GS건설 경우 철근 구매비용이 톤(t)당 92만3000원으로 2023년 93만5000원대비 소폭 줄었지만 지난해 91만1000원보다는 1만2000원 증가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3분기 건설사들의 원가율이 개선된 것은 기존에 저가로 계약한 공사가 마무리된 결과물일뿐 자재값 부담이 줄어든게 아니다"며 "그나마 대형사는 자재를 반기 또는 연간계약으로 구매해 환율변동 영향이 덜하지만 소량매입이 잦은 중견·중소건설사 피해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이후 수입자재값은 높은 상승률을 이어오고 있다"며 "건설자재는 수입산 비중이 적잖아 환율 상승이 직·간접적 비용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주택사업처럼 입주일이 정해져 공기준수 여부가 중요한 현장 경우 자재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그에 따른 법적·금전적·행정적 부담까지 가중될 것"이라며 "일각에선 환율 상승에 따른 해외사업 환차익을 기대하기도 하지만, 비용 상승을 감안하면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