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들어 삼성전자 18% 상승·SK하이닉스 16% 하락 반도체 투톱 주가 디커플링 심화개인 순매수 1위 하이닉스 … 삼전은 대거 '팔자'증권가,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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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들어 국내 반도체 대형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상반기 박스권에 맴돌던 삼성전자는 상승세를 탄 반면 그간 폭등했던 SK하이닉스는 AI(인공지능) 거품론의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이 기간 삼성전자를 대거 팔아치우고 SK하이닉스를 담아온 개인투자자들의 한숨도 짙어지고 있다.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21일까지 삼성전자 주가는 18.06% 상승했다. 5만9800원이던 주가는 7만600원까지 치솟았다.삼성전자는 지난 6월 말까지만 해도 '5만전자' 박스권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해 11월14일 4만9900원까지 하락했던 주가는 지난 3월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을 반영하며 5개월여 만에 6만원대를 돌파했지만 이후 5만원대 후반에서 횡보했다.미국 관세 문제와 더불어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성장 폭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삼성전자의 경쟁력 확보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 강력한 리스크였다.답답한 횡보세를 끊어낸 건 하반기에 들어서다. 2분기 어닝 쇼크에도 실적이 바닥을 찍었다는 평가와 함께 실적 발표 직후 공개된 3조9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계획이 주가 하락을 제한했다.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 대해 무죄 확정 판결을 내리면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점도 부각됐다.여기에 테슬라와의 23조원 규모 파운드리 수주, 애플 아이폰 이미지센서 수주 호재 속에 11개월 만에 주가 7만원대를 회복했다.반면 반도체 투톱인 SK하이닉스의 주가는 하락세다. 삼성전자 주가가 18% 오르는 동안 SK하이닉스 주가는 16.10% 하락했다. 이달 들어서 하락세는 더욱 두드러졌는데, 지난 14일부터 21일까지 주가는 5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주가는 21일 기준 25만원선이 깨졌다.사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SK하이닉스 주가는 고공행진했다. 상반기에만 67.91% 급등하며 17만원대 주가가 지난달 14일 종가 기준 30만원까지 올랐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GPU '블랙웰 GB300'에 사실상 단독으로 HBM3E를 공급하며 시장을 장악한 영향이다.주가 하락의 트리거는 지난달 17일 발표된 외국계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비관적인 리포트다. 골드만삭스는 HBM 산업 내 경쟁 심화를 우려하며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SK하이닉스는 리포트 발표 후 하루 만에 주가가 8.95% 급락한 뒤 지속적인 조정을 받았다.이와 더불어 AI에 과도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AI 거품론'까지 대두되면서 SK하이닉스의 주가 하락세는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투자자들이 AI에 과도하게 흥분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거품을 지적했다.◆개미, 삼전 팔고, 하이닉스 베팅" … 증권가 "9만전자 간다"반도체 투톱의 엇갈린 수익률에 개인 투자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지난달부터 이달 21일까지 개미 순매수 2위 종목은 SK하이닉스로, 1조4084억원어치 사들였다. 이는 같은 기간 3~7위 종목(두산에너빌리티·카카오페이·LG씨엔에스·한화시스템·현대로템)의 순매수 규모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크다. 반면 순매도 1위는 삼성전자로, 무려 4조6550억원어치 팔아치웠다.개인투자자들은 SK하이닉스에 대한 저가매수와 삼성전자에 대한 차익실현을 지속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4%대 급락했던 지난 21일 개인 순매수 1위는 SK하이닉스로, 406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순매도 1위에는 삼성전자(-1066억원)가 이름을 올렸다.증권가는 삼성전자에 대한 주가 전망을 밝게 점치고 있다. HBM 출하량 급증에 따른 실적 반등은 물론 삼성전자에 대한 미국 정부와의 결속 강화 가능성을 기대하며 목표주가를 9만원대로 높이는 추세다.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HBM 출하량 급증과 모바일 DRAM의 판매 가격이 급등하는 데 이어 비메모리 부문 영업적자 또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8만9000원에서 9만원으로 상향했다.삼성전자에 대해 목표주가 9만원을 제시한 KB증권은 전략 산업으로 꼽히는 반도체, 조선, 원전 분야에서 미국이 중국과 경쟁하려면 한국 기술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짚었다.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만약 향후에 미 정부가 삼성전자 지분 취득을 결정한다면 중장기 긍정 효과가 기대된다"며 "2029년 1월까지 3년5개월 남은 트럼프 행정부와 결속력 강화 계기로 작용해 관세 불확실성을 포함한 향후 정치적 리스크 축소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SK하이닉스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SK하이닉스의 HBM 부문이 성장하겠지만 시장 경쟁 심화로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둔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비중확대'로 하향하면서 "HBM 시장 점유율 하락 우려 때문에 당분간 주가 상승 탄력이 둔화할 수 있다. 다만 내년에도 HBM 1위 자리는 지킬 것이기 때문에 하락할 위험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HBM 공급망 확대 재편 과정에서 기술 신뢰성과 생산 역량을 갖춘 SK하이닉스의 전략적 가치가 유지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HBM4E에서 HBM5로 이어지는 세대 전환 과정에서 베이스 다이에 팹리스 업체가 직접 설계한 커스터마이징 다이가 포함되는 것은 이미 확정적 흐름"이라면서 "커스터마이징 전환이 가져올 구조적 변화를 감안할 때 SK하이닉스의 입지가 단순히 약화되는 방향으로만 전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