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서클, 국내 은행·거래소와 잇단 회동10월 입법 앞둔 韓, 규제 공백 여전BIS "자본 유출·통화 주권 훼손 직격탄"제도적 안전판 부재시 원화 주권 위협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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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양대 산맥인 테더와 서클이 한국 금융권과 거래소를 상대로 릴레이 접촉을 이어가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은행과 거래소는 앞다퉈 손을 내밀고 있지만, 여전히 규제 공백 속에서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운동장만 내주고 원화 주권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며 경고음을 높인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韓 시장 노크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99%에 달한다. 이 중 테더(USDT)가 약 62%, 서클(USDC)이 25%가량을 차지하며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발행 규모만 테더가 1200억 달러(약 160조원), 서클이 340억 달러(약 45조원)에 이른다.스테이블코인의 양대 산맥인 이들은 한국 시장을 점찍었다. 신한·하나금융 회장이 서클의 히스 타버트 사장과 직접 만나 협력을 논의했고, 우리·KB금융도 미팅을 준비 중이다. 거래소 업계에서는 업비트·빗썸·코인원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결제·송금 사업을 물밑 협의 중이다. 테더 역시 국내 금융권과 거래소 실무진의 회동이 조만간 이뤄질 예정이다.국내 금융권 내부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가상자산 부속물이 아니라 새로운 금융 인프라"라는 공감대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규제 공백… 환전 창구 전락하나문제는 제도와 규제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오는 10월 스테이블코인 입법 논의를 예고했지만, 외환거래법·자본시장법·특금법 등 현행 제도와의 충돌 문제조차 정리되지 않았다. 규제 없는 상황에서 외국계 발행사가 은행·거래소와 직접 손잡게 되면, 한국 금융은 자칫 '운동장만 제공하는 구도'에 갇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국제결제은행(BIS) 신현송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외환 규정을 무력화하는 지름길"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블록체인을 통한 달러 스테이블코인과의 맞교환은 자본 유출 통로를 터주는 것"이라며 "환율 변동성이 큰 한국은 특히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가상자산 범죄의 63%가 스테이블코인을 매개로 발생한다는 통계도 나온다.전문가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더라도 달러 코인의 지배력은 약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달러의 네트워크 효과와 글로벌 결제 우위 때문이다. 결국 한국이 서둘러 도입한 원화 코인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환전 창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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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DC와 충돌, 제도 리더십 시험대또 다른 변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다. 한국은행은 '프로젝트 한강'을 통해 예금토큰 실험을 진행하며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금융 인프라를 강조하고 있다. 한은은 스테이블코인을 '민간 부문 결제 혁신'으로, CBDC는 '공적 화폐 인프라'로 구분하고 있다. 두 자산이 동시에 출시될 경우 소비자와 기업이 어디로 자금을 옮길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CBDC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동시에 추진되는 상황에서 외국계 스테이블코인의 선점은 더 큰 제도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당국이 규제 공백을 방치한 채 글로벌 발행사에 운동장을 내준다면 한국 금융은 단순한 유통 창구로 전락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익은 글로벌 발행사 몫이 되고 위험은 국내 금융권에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최재원 서울대 교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이미 세계 시장의 99%를 차지하고 있어, 원화 기반 프로젝트가 자리 잡기도 전에 밀려날 수 있다"며 "국내 제도가 정비되지 않으면 통화주권은 물론 금융안정성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제도적 안전판이 없다면 불법 거래, 자본 유출, 통화정책 왜곡 모두 현실화할 수 있다"며 "입법이 늦어질수록 한국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의 실험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