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만 협력업체 5000여 개… 365일 파업 우려원청기업 파업하면 협력업체 동참할 수 밖에 없어해외로 눈돌리는 기업들… 한국GM 또 철수설 불지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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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뉴시스
국회가 경제계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자동차 업계의 경우 협력사의 쟁의 행위까지 원청인 완성차 업체가 책임져야 할 수 있어 수천 개의 하청업체를 보유한 현대차그룹의 경우 엄청난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또한 원청이 하청 노조의 교섭 당사자로 불려 나갈 경우, 결국엔 협력업체가 피해를 볼 수 있어 업계 전체가 피해를 입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국회는 지난 24일 오전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종결하고 노란봉투법을 통과시켰다. 재석의원 186명 중 찬성 183명, 반대 3명으로 가결됐으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진보 성향 정당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고, 개혁신당은 반대표를 행사했다.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노동쟁의 대상을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특히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용자 범위를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자'로 넓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노조나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법안이 공포되면 6개월 후 시행된다.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하청업체 노동자도 원청 업체와 교섭할 권리를 갖는다. 예컨대 현대차의 협력업체 직원도 사안에 따라 현대차에 처우 개선을 요구할 길이 열린 것이다.이에 국내 최대 완성차 대기업인 현대차그룹은 '쟁의의 일상화'를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기아의 경우 1·2·3차 협력사를 합치면 50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기아 노조와의 임단협에만 수개월이 걸리는 상황에서 협력사까지 책임지면 경영 혼란이 불가피하다. -
- ▲ 양재동 현대차·기아 본사 ⓒ현대차그룹
업계는 특히 현대차·기아 등 원청기업의 책임이 과도하게 늘어날 것을 우려한다. 이들 기업은 제조과정의 모든 협력사와 법적 분쟁을 겪어야 할뿐더러, 노조가 불법행위를 저질러도 손해배상 청구가 제한돼 회사가 비용을 고스란히 다 떠안아야 한다는 지적이다.하도급 구조가 뿌리 깊은 자동차 업계의 경우 노란봉투법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가령 현대차가 3차 협력사까지 있다면, 교섭을 3차 협력사까지 전부 해야 하는 건지, 2차 협력사까지만 하면 되는지도 불분명한 셈이다.이는 원청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설령 현대차·기아가 하청 노조의 교섭 당사자로 불려 나갈 경우, 하청 부품업체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도 크다. 원청인 대기업 입장에선 하청 노조와 상대하기보다 하청 경영진을 압박할 가능성도 생긴다.특히 공급망이 길고 복잡한 완성차 업종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원청 단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자동차 부품사의 경우 생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현대차에서 파업이 벌어져 공장가동률이 낮아지면 협력사 매출과 근로자 소득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한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납품 의존도가 큰 중소 부품업체들의 경우 원청과 노조 사이에서 경영 상황이 더 악화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이에 일각에선 노란봉투법이 장기적으로는 노동 시장을 위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과 같은 대기업이 해외로 생산 설비를 이전하고, 국내에서도 로봇과 자동화 설비를 확대 도입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실제 현대차의 경우 매년 미국 등 해외 생산·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국 앨라배마와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 중인 차량을 늘리고, 루이지애나에 270만 톤(t) 규모의 제철소를 신설해 미국 내 공급망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완성차 업계는 이번 개정이 국내 최대 외투기업 중 하나인 GM 한국사업장(한국GM)의 '한국 철수설'을 부추기는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한국GM은 앞서 전일 고용노동부가 노란봉투법에 대한 기업계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자동차·조선·철강분야 최고경영자(CE0)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노란봉투법 통과 시 한국사업장의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한 업계 관계자는 "GM의 한국 철수설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제기됐었지만, 이번에는 악화된 경영 상황까지 겹쳐 실제로 철수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