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난달 유럽 수출 에어컨 전년비 60% 증가폭염 장기화… 저렴하고 설치쉬운 중국산 선호마이디어·하이센스 등 유럽 매출 폭발적 증가히트펌프 수요 전년 대비 둔화 … 수요 공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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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마의 한 테라스에 에어컨 실외기가 설치되어 있다.ⓒAP연합뉴스
에어컨 불모지로 불리는 유럽에서도 중국산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렴한 가격과 설치 용이성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고효율·친환경 프리미엄 히트펌프를 내세워 냉난방공조(HVAC) 시장 공략에 나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블루오션으로 여겨진 유럽에서도 중국과의 전면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유럽향 수출 에어컨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59.0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 기준으로는 14.85% 늘어난 928만달러(한화 약 129억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전 세계 에어컨 총수출 물량이 10%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가파른 성장세다.실제 구글 트렌드에서도 주요 중국 3대 가전업체인 마이디어(Midea)에 대한 온라인 검색량은 지난달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에서 최근 5년 새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에서는 마이디어의 트렌드 지수가 지난해 여름 피크 대비 거의 5배로 뛰었다. 에어컨이 더 보편적인 남부의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도 검색 증가율은 각각 138%, 58%에 달했다.마이디어는 지난 2016년 이탈리아 HVAC 기업 ‘클리베(Clivet)’를 인수한데 이어 올해 초 스위스 난방기기 제조업체 아르보니아의 기후사업부를 인수하는 등 유럽 내 입지를 확대해왔다.폭염이 유럽 전역을 장기간 강타 중인 가운데 저렴한 가격과 설치 용이성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몇 년 사이 40도를 넘는 폭염이 유럽을 덮치면서 에어컨을 도입하는 지역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유럽의 경우 벽을 뚫는 시공이 필요한 분리형 제품보다 이동식·벽걸이형 에어컨 수요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분리형은 실내기와 실외기가 한 쌍인 제품으로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에어컨이라 보면 된다. 유럽은 역사적 외관 보전 규정과 공동주택 승인 절차 등으로 외벽 타공과 실외기 설치에 제약이 많다.게다가 갑작스러운 폭염에 즉각적인 냉방이 필요해지면서 비교적 손쉽게 설치가 가능한 이동식·벽걸이형 에어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가격 측면에서도 이동식·벽걸이형은 설치비가 거의 들지 않거나 분리형 대비 비용·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다.중국기업들은 이동식·벽걸이형 에어컨 시장에서 저렴한 가격과 성능을 앞세워 유럽 시장을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중국가전제품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유럽연합(EU)과 영국으로의 중국 에어컨 수출액은 13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25% 증가했다.회사별로 보면 마이디어의 올해 상반기 유럽 에어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는데, 특히 프랑스에서는 68%나 치솟았다. 중국 하이센스의 상반기 이탈리아 매출 또한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헝가리 매출은 두 배 성장했다.친환경 고효율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유럽 냉난방공조 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고민도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양사는 최근 관련 유럽기업들을 인수하며 냉난방공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중국기업들이 주력으로 내세우는 가정용 분리형·벽걸이형 에어컨 등 개별 공조와 사업 영역이 완전히 같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들 또한 히트펌프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는 만큼 추후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성능 좋은 저가 제품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굳히면 추후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점유율 확보에 유리해진다.문제는 최근 히트펌프 수요 자체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히트펌프 수요 공백은 저가 에어컨을 주력으로 내세우는 중국기업들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유럽히트펌프협회(EHPA)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14개국의 히트펌프 판매량은 220만대로 2023년 280만대 대비 21% 감소했다. 경기 둔화와 저렴한 가스비, 각국 보조금 제도 변경·지연에 따른 소비자 구매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업계 관계자는 “국내 가전업계는 글로벌 어느 시장에서나 중국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국내 기업들은 차별화된 기술력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수요가 둔화된 국면에서는 가격 공세와 용이성을 앞세운 중국기업들의 확산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