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관로 개량사업' 이달 말까지 확정 … '추락 방지시설' 21만여개 설치지자체 부담 원칙에 설치율 상이 … 대전·세종·경기·충북·전북 등 한 자리개량사업 후 전체 설치율 18.2% 머물러 … "지자체 예산 편성 지속해야"
  • ▲ 서울 곳곳에 호우주의보가 내린 13일 서울 종로구 한 도로의 맨홀이 빗물 역류로 파손돼 있다. ⓒ연합뉴스
    ▲ 서울 곳곳에 호우주의보가 내린 13일 서울 종로구 한 도로의 맨홀이 빗물 역류로 파손돼 있다. ⓒ연합뉴스
    매년 여름철 맨홀 추락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가 국비를 투입해 약 21만개소에 달하는 집중강우 중점관리구역에 '맨홀 추락 방지시설'을 전부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환경부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중점관리구역 '맨홀 추락 방지시설'에 1000억원 가량의 국비를 투입하는 '하수관로 개량사업' 추진 계획을 이달 말까지 확정할 방침이다. 사업 추진에 따른 지방비 여력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정부가 국비 지원에 나서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엔 여름철 폭우 때마다 반복되는 맨홀 추락 사고가 있다. 지난 3일 광주 서구 쌍촌동 도로에서 맨홀에 빠진 한 시민이 찰과상을 입은 채로 소방에게서 구조됐고, 올해 6월 부산에선 여성 1명이 맨홀에 빠져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달 17일 광주 동구 소태동에서도 맨홀 구멍에 다리가 빠져 고립된 노인을 한 시민이 구조했다.

    특히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2022년 8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중년 남매가 맨홀 아래로 빨려 들어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2022년 12월 하수도 설계 기준을 개정해 침수 우려 지역 등에 추락 방지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으나, 신규 설치되는 맨홀에만 적용되는 한계가 있었다. 

    실제로 올해 7월 기준 중점 관리구역 내 맨홀 26만5514개소 중 추락 방지시설이 설치된 곳은 6만8823개소로 전체의 25.9%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지역별 설치율을 보면 서울(62.2%), 부산(45.5%), 대구(48.3%), 인천(73.6%), 전남(36.4%), 제주(59.3%) 등에선 평균치를 웃돌았으나, 광주(16.0%), 대전(4.7%), 세종(2.4%), 경기(8.8%), 강원(16.7%), 충북(7.4%), 충남(15.5%), 전북(0.4%), 경북(11.6%), 경남(13.3%) 등에선 평균치를 밑도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별로 추락 방지시설 설치 현황이 큰 차이를 보인 이유는 설치 사업이 오로지 지자체 예산으로만 집행됐기 때문이다. 정종수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재난 분야에 대한 지자체 예산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선출직인 지자체장은 대체로 본인 표와 직결되는 정책에 신경을 쓰는 게 현실"이라며 "지자체장의 재난 관심도에 따라 추락 방지시설 설치 현황이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달 30일 침수 우려 지역의 기존 맨홀에도 추락 방지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고, 내년까지 1000억여원의 국비를 투입해 상습적으로 침수되는 중점관리구역에 '맨홀 추락 방지시설'을 모두 설치하는 '하수관로 개량사업'을 이달 말까지 확정할 계획이다. 추락 방지시설 한 개당 약 50만원이라 계산하면 21만여개소에 달하는 중점관리구역 내 시설을 모두 설치할 수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하수관로 개량사업은 기획재정부와 막바지 협의에 돌입한 상태로 아직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시민 안전에 대한 공감대가 커서 예산 반영을 기대하고 있다"라며 "확정될 경우 해당 예산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서울시를 제외한 각 지자체에 교부돼 2026년까지 추락 방지시설을 모두 설치하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국비 투입으로 중점관리구역에 '맨홀 추락 방지시설'을 전부 설치한다 하더라도 전국 354만6893개소에 달하는 맨홀 중 설치율은 18.2%에 머무르게 돼 향후 지자체의 지속적인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에 추락 방지시설에 국고를 투입하더라도 원래 지자체 예산 투입이 원칙"이라며 "중점관리구역을 제외한 맨홀에 대해선 향후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시민 안전에 이바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