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무상보험 추진… 보험업계, 300억 출연풍수해보험 등 손실 위험 큰 보험도 무료로 폭우 한 번에 기금 고갈 우려 … 금융위 "보험사 떠안아라"
  • ▲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보험개발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보험업권 상생상품 활성화를 위한 협약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보험개발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보험업권 상생상품 활성화를 위한 협약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위원회와 보험업계가 3년간 300억원을 상생기금을 조성해 소상공인과 사회 취약계층에 '무상보험'을 제공한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와 집중호우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선심성 정책의 비용을 기존 보험 가입자들에게 전가하는 '역차별'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풍수해보험, 화재보험 등 대형 사고 발생 시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상품들마저 무상보험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무상보험 손실액이 300억원을 넘어설 경우 결국 보험사들이 생돈을 투입해야 한다. 이 추가 부담은 곧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결과적으로 기존 가입자들에게 비용이 전가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럼에도 금융위는 '상생'의 성과만 내세우고 정작 보험사 추가 부담 문제에는 눈을 감고 있다.

    27일 금융위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사는 각각 150억원을 출연해 3년간 상생기금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 기금은 ▲신용보험 ▲상해보험 ▲기후보험 ▲풍수해보험 ▲화재보험 ▲다자녀 안심보험 등 총 6개 상품의 보험료를 전액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문제는 상생상품 목록에 태풍·홍수 피해를 보상하는 풍수해보험과 전통시장 화재 등을 보장하는 화재보험처럼 사고가 한 번 나면 손실이 크게 발생하는 상품들이 포함돼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올해 7월 16~20일 닷새 간 폭우로 발생한 재산상 피해액만 1조848억원에 달한다. 

    무상 풍수해보험이 운영되는 향후 3년간 폭우가 한 번만 발생하더라도 해당 상품의 기금이 소진될 우려가 있다. 

    문제는 300억원을 넘는 손실분인데, 금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보험사들이 떠안게 되는 것"이라고만 답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정책 성과와 홍보 효과를 앞세울 때는 업계 이름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손실 위험 같은 뒷감당에는 발을 빼는 전형적인 '생색내기'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가뜩이나 보험료 인상 압박에 시달리는 보험사들의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주요 보험사들의 2분기 실적을 보면 대다수 회사들은 본업에서 부진했고 이를 투자수익을 메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보험사들의 당기순이익은 총 7조97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 자동차보험, 실손의료보험에서 손해율이 급증한 영향이다. 

    보험료 인상 압박에는 교육세 부담도 작용하고 있다. 보험사에 걷는 교육세율을 기존 0.5%에서 1%로 2배 인상하는 게제 개편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보험사들의 교육세 부담은 기존 3500억원 수준에서 7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무상보험의 취지는 좋지만 결국 발생한 손실은 다른 상품의 보험료율 조정, 즉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기존 고객들 입장에선 손해로 생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