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투자'보다 적극적 주주활동 가능李 정부, 스튜어드십코드 강화 일환인 듯 일각선 '연금 사회주의' 변질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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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정이 연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국민연금이 HD현대, HMM 등 국내 주요 기업들에 대한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대거 변경했다. 일반투자는 경영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단순투자보다 적극적으로 주주활동에 나설 수 있어 정부의 연기금을 통한 경영권 개입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HD현대, HMM, 삼양식품, 유한양행, 한국항공우주산업, 현대글로비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다수 상장사에 대한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공시하고 보유 목적을 이같이 변경했다.

    통상적으로 투자 목적은 단순투자와 일반투자, 경영권 영향 세 가지로, 단순투자는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목적이 없고 제한적인 주주권 행사만 가능하다.

    '일반투자'는 경영권에 영향을 줄 목적은 없지만 배당 확대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 위법 행위를 한 임원의 해임 등을 요구할 수 있어 '단순투자'보다 적극적인 주주활동이 가능하다. 

    국민연금이 투자목적을 상향한 회사들에 대한 보유 지분은 ▲HD현대(7.47%) ▲현대글로비스(10.09%) ▲한국항공우주(8.12%) ▲한화에어로스페이스(7.92%) ▲HMM(5.99%) ▲삼양식품(9.58%) ▲유한양행(7.85%) 등이다.

    앞서 당정은 기관 투자가의 행동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적용 대상 범위를 넓혀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가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처럼 기업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하고, 위탁받은 자금의 주인에게 활동 내용을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한 지침이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을 확대해 기업 지배 구조를 개선하고 생산적 금융을 촉진시킬 것을 주문했다"며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해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 규제와 과도한 형벌은 합리화할 것"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주가나 채권수익률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중대재해 발생 즉시 기업이 공시(거래소 수시공시)하도록 해 투자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면서 "ESG 평가기관이 중대재해 사실을 충분히 감안하도록 가이던스를 개정하고 연기금·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자가 중대재해에 대해서도 수탁자의 투자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스튜어드십코드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국민연금의 행보는 최근 취임한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의 과거 이력과도 맞물려 눈길을 끈다. 

    이찬진 원장은 지난 2018년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채택하기로 결정할 당시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결정기구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연기금 역할론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금융권과 경영계에서는 국민연금을 활용한 정부의 전방위적 기업 경영 간섭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연기금 등 수탁자 행동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한 기업 경영 감시가 우려된다"면서 "기업 경영에 대한 간섭이 심화되면 연금 사회주의라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