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올해 누적 7782대 판매 … 전년 대비 9.5% 하락 렉서스에 4위 내줘 … 2023년 이후 2년 연속 역성장MHEV·PHEV 내세웠으나 FHEV 전략 택한 렉서스 '우세'노후화 및 늦은 전동화 전환도 지적 … 올해 반등 꾀해
  • ▲ 볼보 신형 XC60 ⓒ볼보코리아
    ▲ 볼보 신형 XC60 ⓒ볼보코리아
    올해는 수입차가 한국에 상륙한 지 30년이 되는 해다. 국내 등록된 수입차는 360만 대로, 그간 수입차는 소수 계층만 타는 차에서 누구나 탈 수 있는 이동 수단으로 변모했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가 수입차 왕좌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전기차 회사 테슬라도 선두권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들의 아성에 도전하는 렉서스, 볼보, 포르쉐, 아우디, 폭스바겐 등 5개 수입차 업체의 위치와 판매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2020년대 들어 한국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볼보코리아는 최근 2년간 성장 부침을 겪고 있다. 올해는 렉서스에 밀려 수입차 5위로 내려앉은 상황으로, 두 브랜드의 다른 하이브리드 전략이 실적을 갈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볼보는 이와 더불어 한동안 이어진 신차 부재와 늦은 전동화 전환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에 올해는 S90·XC60·XC90 등 기존 모델의 부분 변경 출시와 더불어 판매가 미뤄졌던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X30 등을 앞세워 성장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볼보는 올해 1~7월 국내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9.5% 하락한 7782대를 판매했다. 이는 수입차 브랜드 5위 기록으로, 지난해보다 한 계단 내려간 순위다.

    올해는 앞뒤로 쫓기는 상황에 놓였다. 같은 기간 판매량이 전년보다 19.0% 늘어난 8963대를 기록한 렉서스는 볼보를 제치고 4위로 올라 볼보와 격차를 벌이고 있으며, 전년 대비 48.1% 급증한 6777대를 판매한 포르쉐는 볼보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지난 1988년 일찍이 한국에 진출한 볼보는 스웨덴 브랜드 특유의 고급스러움을 안정성을 무기로 90년대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부터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 브랜드에 밀리면서 위상과 인지도가 조금씩 내려갔다.

    이후 2018년까지 수입차 순위 10위권 밖을 기록했었으나, 2019년부터 반등에 성공하면서 브랜드 최초 1만 대 판매를 기록했다. 이후 6년 연속 이른바 '1만 대 클럽'에 가입하며 한 자릿수대 순위권으로 진입했다.

    지난 2023년에는 역대 최대 판매량인 1만7018대를 기록하며 연간 누적판매 순위에서도 1998년 한국 법인 설립 이후 최초로 수입차 4위에 올랐다. 스테디셀러 SUV인 XC60이 준수한 판매고를 올린 영향이다. 

    한동안 승승장구하던 볼보는 지난해부터 역성장하기 시작했다. 직전 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볼보는 2024년 판매량이 1만5051대로 전년 대비 11.6% 감소했으며, 올해 렉서스에 추월까지 당하며 2년 연속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렉서스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배경에는 양사의 차별화된 하이브리드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볼보의 경우 글로벌 전동화 전략에 따라 지난 2021년부터 국내에 판매하는 모든 모델에 디젤이나 가솔린 엔진을 대신해 전기차,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등 친환경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도입했으나, 전기차 수요 정체와 시장 경쟁 심화로 최근 판매 부진을 겪었다. 

    반면 렉서스의 경우 전기 에너지만으로 주행이 가능하고, 더 큰 힘이 필요하면 엔진을 이용하는 방식의 풀하이브리드(FHEV) 전략을 택한 것이 주효했다. 볼보 등 타 브랜드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구축해온 FHEV 중심의 하이브리드 전략이 전기차 '캐즘'에 따른 반사이익을 가장 크게 누리는 데 이바지했다는 분석이다.

  • ▲ 이윤모 볼보코리아 대표가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프리미엄 순수 전기 SUV '볼보 EX30' 공개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이윤모 볼보코리아 대표가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프리미엄 순수 전기 SUV '볼보 EX30' 공개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볼보의 경우 모델 노후화와 늦은 전동화 전환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 이달 출시한 신형 XC60의 경우 지난 2017년 출시된 2세대 모델의 2차 페이스리프트 버전이다. 1차 페이스리프트 이후 무려 4년 만에 새단장한 모델로, 부분 변경이 다소 늦었단 평가가 나온다.

    소형 전기 SUV EX30의 출시가 늦어진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지난 2023년 11월 EX30을 공개한 볼보는 해당 모델을 당초 지난해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소프트웨어 고도화 문제 등으로 도입 시기가 늦어지면서 올해 2월에서야 출시하게 됐다. 

    EX30은 사전 예약자가 2000명에 달할 정도로 공개 당시 큰 주목을 받았으나, 실제 출시가 늦어지면서 작년 출시됐던 기아 EV3 등으로 빠져나가는 고객들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이에 볼보는 올해 S90·XC60·XC90 등 부분 변경 출시한 모델과 출시가 미뤄졌던 EX30 등을 앞세워 하반기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공격적인 신차 판매를 통해 지난해 실적을 넘어서 지난해 기록했던 역성장을 올해 성장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이윤모 볼보코리아 대표는 지난달 미디어 행사에서 "올해 상반기는 환율 변동성 확대와 전기차 가격 경쟁 심화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라며 "환율 상승 등 외부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합리적인 가격 정책과 고객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한 "하반기 신차들을 중심으로 올해 두 자릿수에 가깝게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