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車 관세 15%' 인하 약속 한 달 넘도록 이행 안해대미 투자 3500억달러, 농축산물 개방, 방위비 분담금 압박수출 타격 본격화 … 1∼7월 대미 자동차 수출 15.1% 감소정부, 후속 조치 깜깜 무소식 … 구윤철 "실무 협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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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08.26. ⓒ뉴시스
미국이 지난 7월 30일 상호관세와 더불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겠다고 합의한 지 한 달이 넘도록 이행하지 않고 있다.한국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486조원)의 구체적인 사용처를 놓고 양국이 이견을 보인 가운데, 미국이 자동차를 볼모로 통상 압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아울러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도 자동차 관세를 지렛대 삼아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정부는 이렇다 할 후속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협상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에 약속한 관세 인하는 상호관세와 자동차에 대한 품목 관세, 향후 도입을 예고한 반도체·의약품 관세 등 크게 3가지다.한미 관세 협상 타결 직후인 8월부터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는 15%가 적용되고 있지만 자동차에 대한 품목관세는 여전히 25%를 물고 있다.미국은 지난 4월부터 전 국가에 적용 중인 25% 자동차 관세를 한국에 대해선 15%로 낮추겠다고 약속했지만, 관세 인하를 언제부터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다만, 미국은 한국이 약속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관련, 미국이 원하는 대로 이행해야만 자동차 관세를 인하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유럽연합(EU)과 일본산 자동차에 대해서도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앞서 한국은 관세 협상 당시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패키지를 약속했다. 당시 정부는 한·미 조선 협력 펀드 1500억달러, 조선업 외에 반도체와 원전, 2차 전지, 바이오 등 분야에 대한 대미 투자 펀드 2000억달러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한미 양국은 3500억달러의 구체적인 사용처에 대해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은 투자는 대부분이 대출과 보증이며 직접 투자 비율이 매우 낮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직접투자 비중을 더 높여야하고, 투자 수익의 90%는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맞서고 있다.자동차는 지난해 미국으로 347억달러(약 51조원) 어치를 수출하며 대미 수출 1위를 기록했다. 자동차는 한국의 대미 전체 수출(1278억달러)의 27.1%를 차지한다.업계에선 미국이 이런 점을 노려 대미 투자 패키지에 대한 추가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려 한다고 보고 있다. 또 자동차를 볼모로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 방위비 분담금 인상, 정밀지도 반출 등도 요구할 수 있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국가에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하다는 미국 2심 법원 판결도 자동차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이번에 위법 판결이 난 상호관세는 국가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것이지만, 품목관세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부과된 것이어서 소송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는 "한국 등이 자동차 관세를 15%로 약속받았지만 트럼프는 여전히 품목관세에 대해 일방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며 "이는 상호관세가 법정에서 무효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트럼프 행정부에 일종의 '보험'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트럼프 행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관세가 장기화 되면서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도 타격이 본격화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대미 자동차 수출은 182억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15.1% 감소했다.이 때문에 정부가 서둘러 자동차 관세 인하를 위한 후속조치를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U는 자동차 관세를 인하하기 위해 미국산 공산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고 미국산 해산물과 농산물 수입을 늘리는 법안을 발표했다.반면 한국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 타결 내용을 문서화하는 데 실패해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인데도 후속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9일 SBS에 출연해 '자동차 관세 15%가 언제 적용되는지' 묻는 질문에 "조속히 인하하기 위해 실무 협의를 하고 있는 중"이라며 "당초 계획대로 15%로 인하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