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백 사라지고 절연테이프로 마감 각 항공사 기내에 절연테이프 제공 화재 막기엔 역부족... 실효성 논란
  • ▲ 공항 탑승구 DB ⓒ뉴데일리
    ▲ 공항 탑승구 DB ⓒ뉴데일리
    국내 항공기에서 보조배터리 안전관리 대책이 보완 시행 첫 날을 맞았다. 

    국토교통부가 1일부터 ‘보조배터리 기내 안전관리 대책’을 개정·시행하면서 기존의 보조배터리용 비닐봉투 제공을 중단하고 항공기내 격리 보관백과 온도 감응형 스티커를 도입했지만, 실제 화재 대응 효과를 담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대책의 가장 큰 변화는 비닐봉투 폐지다. 국토부는 지난 1월 에어부산 기내 화재 사고 이후 국제기준에 따른 단락(합선) 방지를 위해 지퍼백과 같은 비닐봉투에 보조배터리를 담을 것을 권고했으나 실효성 논란과 더불어 환경오염 논란까지 겹치면서 이를 중단했다. 

    대신 항공사는 수속 카운터와 탑승구, 기내에서 필요한 승객에게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테이프를 제공한다. 보조배터리 충전단자에 전류가 흐르지 않도록 해당 테이프로 단자를 밀봉해 합선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승객이 자체적으로 보호 파우치나 단자 보호캡을 사용해도 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존 승객이 준비해왔던 절연테이프를 기내에 배치해 승객이 원하면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도 "보조배터리의 단락 방지 방법은 다양해 승객이 사전에 이를 준비할 경우, 절연테이프 제공은 필수가 아니다"라면서 "이날부로 항공기에 절연테이프를 탑재해 운항 중에 있다"고 말했다. 

    국적항공기에는 격리 보관 백(Fire Containment Bag) 2개 이상을 필수로 탑재해야 한다. 보조배터리나 전자기기에서 발화가 발생할 경우 초기 진압 후 기기를 안전하게 격리·보관해 기내 화재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최근 미국 아메리칸항공은 보조배터리 화재로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 긴급 회항했는데, 당시 승무원이 격리 보관 백을 활용해 확산을 차단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장치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됐다.

    기내 선반에는 온도 감응형 스티커가 순차적으로 부착된다. 선반 내부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색이 변하는 방식이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승무원이나 승객이 조기에 위험을 인지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승객들 사이에서는 보조배터리 규정 변화로 인한 혼선이 감지된다. 

    기내 반입 수량과 용량 제한, 사용 금지 규정은 기존과 동일하지만, 비닐봉투 폐지 이후 절연테이프 제공만으로 안전관리가 충분할지 의문이 제기된다. 온도감응형 스티커의 실효성 논란도 뒤따른다. 

    이날 일본으로 출국하는 한 승객은 "보조배터리는 원래 좌석 위 선반에 올리면 안되는 것 아니냐"면서 "연기나 냄새가 온도 변화보다 먼저 감지될텐데 화재 조기 탐지 기능을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장거리 야간 비행 때 승무원들은 계속 천장을 감시해야 하느냐"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국토부는 승무원 훈련과 안내 강화를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각 항공사는 실제 소화기 사용을 포함한 화재 대응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선반 보관 금지와 사용 제한에 관한 안내방송도 2회 이상 진행해야 한다. 

    다만 이번 조치는 어디까지나 권고 사항으로 강제성이 떨어진다. 

    국토부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협력을 통해 글로벌 안전 기준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단기적으로는 국내 항공사와 승무원의 대응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보조배터리 화재 위험 대응책으론 미비한 게 현실"이라며 "외항사에는 적용할 수도 없고 승객이 지침을 따르지 않아도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