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티웨이 손실 '껑충'… LCC 9곳 무한경쟁 고환율·리스료↑ 과잉경쟁… 구조적 한계 커추석·크리스마스 연휴로는 손실 못 메운다
  • ▲ 제주항공 ⓒ뉴데일리
    ▲ 제주항공 ⓒ뉴데일리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올 상반기 실적이 일제히 뒷걸음질쳤다. 유류비 단가 인하에도 고환율로 인한 항공기 리스료·정비비 부담에 치열한 가격 경쟁이 겹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탓이다. 하반기에도 뚜렷한 반등 요인이 없어 당분간 적자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 줄줄이 적자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올 2분기에 매출과 영업손실로 각각 3324억원과 41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줄고, 영업손실은 366억원 늘었다. 

    또 상반기 717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영업손실은 744억원에 달했다. 1년 전 영업이익이 736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영업이익이 201% 감소한 셈이다.  

    진에어는 2분기 매출 3061억원, 영업손실 42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는데 매출은 1년새 0.7%p 쪼그라들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에어부산도 2분기 매출 1714억원에 영업손실 111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매출은 4209억원을 냈으나 전년보다 17% 감소한 수준이다. 
     
    소노인터네셔널을 새 주인으로 맞은 티웨이항공도 상반기 실적은 울상이다. 티웨이항공은 2분기 매출 3780억원과 영업손실 790억원을 냈다. 특히 지난해 2분기 영업손실이 220억원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3배 이상 증가했다. 
  • ▲ 티웨이항공 ⓒ뉴데일리
    ▲ 티웨이항공 ⓒ뉴데일리
    ◆ 환율 10원 오르면 560억 손해 

    저비용항공사들이 올 상반기 고전한 배경에는 환율 상승이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원화 강세가 꺾이면서 달러화 환율이 오르자 항공기 리스료와 유류비 등 외화로 지출되는 비용이 급격히 불어나 수익성에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각 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변동할 때 약 560억원의 손익 차이가 발생한다. 제주항공은 환율이 5% 오르면 25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진에어 역시 환율 10% 상승 시 약 328억원의 손실을 보는 구조다. 

    노선 경쟁 심화도 실적 부진의 주요 요인이다. 일본과 동남아 등 인기 노선에 LCC가 몰리며 공급 과잉이 발생했고 특가 판매로 좌석을 채우는 과정에서 적자 노선이 속출했다. 최근 제주항공은 내년 3월까지 예약된 인천~괌 노선의 예약을 일괄 취소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항공기는 띄워야 하는데 좌석이 채워지지 않다 보니 1만~3만원대 초특가 항공권이 쏟아졌다"면서 "제 값을 판고 판매할 수 있는 노선이 제한적이라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즉, 항공사 간 중복 노선이 많은 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대형 항공사(FSC) 선호 현상까지 겹쳐 저비용항공사들이 '특가 프로모션' 외에는 뚜렷한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 LCC 9곳 시대 … M&A 큰 장 열릴까 

    여기에 내달 중으로 신규 항공사 파라타항공의 시장 진입이 예고되면서 하반기 저가항공사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토교통부의 면허 정책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LCC 면허가 남발돼 업체 간 출혈 경쟁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LCC 라이센스를 취득한 곳은 8개 항공사에 달한다. 파라타항공이 신규 취항할 경우 9곳으로 확대된다. 파라타항공은 최근 1호기를 도입한 데 이어 연내 4대로 항공기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지역 안배형 면허 정책으로 중소 항공사들이 무리한 노선 확대에 나서면서 손실만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LCC 시장 재편 가능성도 제기된다. 내년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에 따른 '통합 LCC' 출범이 예정돼 있어 중소형 항공사를 중심으로 인수합병(M&A)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진에어를 중심으로 에어서울·에어부산이 흡수통합되는 방안이 유력하다. 

    또 이스타항공의 경우, 대주주인 사모펀드 VIG파트너스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매각할 가능성이 존재하고, 에어프레미아의 경우 타이어뱅크 김정규 회장이 법정 구속되며 경영권 지분 매각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다만 이들 항공사의 재무 상황이 악화된 데다 적자 폭까지 커 인수에 나설 주체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밖에도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 기류도 일부 항공사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지원 부서를 중심으로 임원과 부장급을 대상으로 인사이동을 통한 인력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올 하반기 추석 연휴와 크리스마스 등 이른바 홀리데이 시즌이 이어지지만 몇몇 성수기 영업일만으로는 전체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면서 "지속적인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기간에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시장 재편 과정에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 파라타항공이 이달 초 1호기를 도입했다. ⓒ파라타항공
    ▲ 파라타항공이 이달 초 1호기를 도입했다. ⓒ파라타항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