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00여 대 팔리던 포르쉐, 현재 연 1만 대 팔려흔해진 벤츠·BMW에 한 체급 높은 브랜드 가치 부각 카이엔·파나메라로 대중성·수익성 '두 마리 토끼' 잡아소비자 맞춤 옵션 인기 … 고유 디자인·스포츠성도 안 놓쳐
  • ▲ 포르쉐 신형 911 GT3 ⓒ정상윤 기자
    ▲ 포르쉐 신형 911 GT3 ⓒ정상윤 기자
    올해는 수입차가 한국에 상륙한 지 30년이 되는 해다. 국내 등록된 수입차는 360만 대로, 그간 수입차는 소수 계층만 타는 차에서 누구나 탈 수 있는 이동 수단으로 변모했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가 수입차 왕좌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전기차 회사 테슬라도 선두권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들의 아성에 도전하는 렉서스, 볼보, 포르쉐, 아우디, 폭스바겐 등 5개 수입차 업체의 위치와 판매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포르쉐코리아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큰 두각을 나타내는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차량 한 대 가격이 1억 원 이상인 럭셔리카 시장 최초로 '1만 대' 클럽에 들어가는 고공 실적을 달성한 데 이어 최근에는 전기차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포르쉐코리아는 올해 1~7월 국내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48.1% 증가한 6777대를 판매했다. 이는 KAIDA에서 집계하는 수입차 업체 26곳 중 폴스타코리아(301.2%)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성장세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늘었다. 포르쉐의 올해 1~7월 누적 점유율은 4.10%로 전년 동기 대비 1.0%포인트 증가했다.

    이로써 포르쉐는 국내 수입차 브랜드 중 여섯 번째로 많은 차를 판매한 브랜드에 올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계단 오른 순위로, 토요타와 미니(MINI)를 제치고 높은 인기와 기록적인 실적 추이를 기록 중이다.

    불과 15년 전인 2010년까지만 해도 포르쉐는 일 년에 1000대를 채 팔지 못하는, '극소수의 부자'들만 애용할 수 있는 고급 수입차 브랜드였다. 실제 2010년 국내에서 판매된 포르쉐는 총 705대로, 점유율은 0.78%에 불과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한국 수입차 시장을 주름잡던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이른바 '독일 3사'의 인기가 커지면서 희소성이 하락, 한 급 위의 브랜드로 눈을 돌린 소비자들이 포르쉐를 주목했다. 이에 판매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 지난 2023년 첫 1만 대 고지(1만1355대)를 넘기기도 했다.

    특히 포르쉐는 SUV '카이엔'과 고성능 세단 '파나메라'를 통해 대중성과 수익성을 확보, 페라리·람보르기니 등 경쟁 럭셔리카 브랜드와 차별화된 행보를 보였다. 한국에서도 포르쉐 성장의 두 축을 담당한 카이엔과 파나메라는 무섭게 팔리며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실제 올해에도 카이엔과 파나메라는 각각 2524대, 1474대 판매돼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37%, 22%에 달한다. 시중에 판매되는 10대의 포르쉐 중 6대가 카이엔 혹은 파나메라인 셈이다.
  • ▲ 포르쉐 카이엔 ⓒ서성진 기자
    ▲ 포르쉐 카이엔 ⓒ서성진 기자
    특히 카이엔의 성공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카이엔은 2002년 출시 당시 포르쉐 마니아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로부터도 스포츠카가 아니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혹평을 받았지만, 매년 판매 대박을 터트리면서 포르쉐를 먹여살렸기 때문이다.

    카이엔의 대성공에 자극받은 슈퍼카·럭셔리카 브랜드는 자존심을 꺾고 포르쉐 전략을 따라하기도 했다. 람보르기니는 우루스, 페라리는 푸로산게, 벤틀리는 벤테이가, 롤스로이스는 컬리넌 등 슈퍼 SUV를 잇달아 선보이며 '카이엔 따라하기'에 나섰다.

    카이엔은 국내에서 많이 판매되는 수입차에 붙여지는 '강남' 타이틀까지 획득했다. 강남에서 자주 보인다는 이유로 온라인에선 '강남 싼타페(쏘렌토)'로 불린다.

    업계에선 포르쉐가 ▲독보적인 브랜딩 ▲개개인 고객을 위한 비스포크(맞춤) 사양 ▲SUV·세단·전기차 등을 아우르는 차량 라인업 구성 ▲가격에 걸맞는 높은 품질 등으로 소비자를 매료시켰다고 평가된다. 

    특히 BMW와 벤츠가 지배하는 수입차 시장에서 포지션을 차별화하기 위해  차종을 개개인에 맞춘 사양으로 구매할 수 있게 한 점은 주요 수입차 브랜드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실제 포르쉐는 수백 가지 옵션을 세세하게 선택할 수 있다. 포르쉐 911 모델 기준으로 약 500개에 달하는 옵션을 제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든 차량을 100% 고객 맞춤형으로 제작한다는 포르쉐의 전통이자 원칙이다.

    최상위 수준의 개인화 옵션을 누리고 싶은 고객에겐 '존더분쉬(Sonderwunsch) 특별 주문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를 통해 고객은 세부적인 고객 요구사항을 독일 슈투트가르트 공장으로 보내 자신만의 차를 만들 수 있다. 차량을 인도받기까지 대기기간이 다소 길지만, 소비자들은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선호도가 높다는 후문이다.
  • ▲ 포르쉐 타이칸. ⓒ서성진 기자
    ▲ 포르쉐 타이칸. ⓒ서성진 기자
    포르쉐 특유의 정체성이 뚜렷한 디자인도 소비자를 사로잡는 요인이다. 포르쉐는 '언제 어디서 봐도 포르쉐'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중심으로 브랜드만의 루프라인, V자형 리어글라스, 작은 그린하우스 등을 유지하고 있다.

    대중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포르쉐가 가진 스포츠 퍼포먼스를 포기하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포르쉐는 좌우 흔들림을 억제하는 'PDCC(포르쉐 다이나믹 섀시 컨트롤)' 옵션을 차종에 선택사양으로 제공해 최상의 퍼포먼스를 제공한다.

    아울러 대시보드에 적용할 수 있는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옵션을 통해 가속 시간 등을 측정할 수 있게 함으로써 포르쉐 브랜드의 본질을 상기한다. 

    업계에선 포르쉐가 순수 전기 슈퍼카의 가능성을 보여준 타이칸, 마칸 일렉트릭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타이칸과 마칸 일렉트릭의 판매량은 1528대로, 전년 대비 약 300% 성장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포르쉐는 슈퍼카 브랜드 중 가장 유연한 전동화 전환 속도를 보이고 있다"라며 "타이칸과 마칸으로 인해 국내 양산차 브랜드 못지않은 풍부한 라인업을 보유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