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쌀 초과 생산량 5.6만톤인데 정부 매입만 56만톤농민 반발 의식해 제때 방출 못하면서 쌀값 상승세 이어져공기밥도 2000원 시대 … 추석 앞두고 물가 비상에 서민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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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비축 벼 저장창고에서 관계자가 벼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연합뉴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쌀 시장자급률은 99.1%로 사실상 완전 자급 수준이다. 매년 구조적인 공급 과잉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과도한 시장격리 조치가 되레 쌀값 상승을 자극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수확기 정부가 단행한 선제적 시장격리로 시중에 유통될 수 있는 쌀 공급량이 크게 줄면서 인위적인 수급 불균형이 발생, 쌀이 급등세를 타게 됐다는 지적이다.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쌀 쌩산량은 358만5000톤으로 초과 생산량은 5만6000t에 이른다. 정부는 초과 생산분을 크게 웃도는 2024년산 햅쌀 20만t을 시장격리하고 공공비축미 36만t을 매입했다. 정부 매입 규모만 56만t 규모로 지난해 쌀 생산량의 15.6%에 이른다.내림세를 지속했던 햅쌀 가격은 시장격리 등 정부 대책으로 인한 기대감에 11월 15일 첫 반등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정부의 인위적 개입으로 쌀값의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최근까지 쌀값 상승세가 지속됐다. 통상 안정세를 보여왔던 여름철에도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을 보였다.2000년 이후 쌀 생산량이 소비량을 넘어서는 과잉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쌀값은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사실상 쌀값 방향은 농림축산식품부 손에 달려 있어, 초과 공급분을 매입하는 동시에 소비자 부담을 고려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쌀을 비축했다 푸는 정책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흔들리며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농민 반발을 의식해 제 때 방출하지 못한 것도 쌀 값 상승세를 이끌었다는 비판도 나온다.쌀값 상승이 이어지자 지난달 11일 정부는 쌀값 안정을 위해 원료곡(벼) 부족문제를 겪는 미곡종합처리장(RPC) 등에 정부관리양곡 3만t을 공급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재고가 줄면서 산지 유통업체의 원료곡 확보 경쟁이 쌀값을 자극한 것으로 분석되면서다. 이번 비축미 공급은 수확기 쌀값 하락 요인으로 지적돼 온 기존 공매 방식이 아닌 대여 방식이다. 정부 양곡을 빌려주고 수확 후 햅쌀을 돌려받는 것이다.그럼에도 내달까지 쌀값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박한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3만t 방출은 시장 여유 공급 물량을 늘린 것은 아니라 최소한 기본 수급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물량에 불과해 가격 하락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산지에서 원료곡 부족 의견이 많아 햅쌀이 본격적으로 나오는 10월이 되어야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가파르게 오른 쌀값의 상승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서민들이 체감하는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식당 등에서 기본 재료로 사용되는 쌀값이 오르면서 외식 물가도 끌어올리고 있다. 추석을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쌀은 당분간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장바구니 부담도 한층 무거워졌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일 기준 쌀 20kg 소매가격은 6만256원으로 전달(5만8670원) 보다 2.7% 증가했다. 1년 전(5만1435원)보다는 17.14%나 급등했다. 심리적 저지선인 6만원을 넘어선 것이다.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 물가 동향'에서도 쌀은 1년 전보다 11.0% 오르며 오름폭이 가팔랐다. 쌀의 물가 상승 기여도도 0.04%포인트(P)로 농축산물 중 돼지고기(0.10%P), 국산 쇠고기(0.05%P) 다음으로 컸다.쌀값이 급등하면서 공깃밥 가격도 2000원으로 올린 식당도 나타나고 있다. 1000원~1500원하던 공깃밥이 2000원대 시대를 열게된 셈이다. 식사의 기본 비용마저 오르면서 먹거리 물가가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이런 가운데 정부는 올해 쌀 45만t과 콩 6만t을 공공비축한다. 쌀 매입물량은 지난해와 동일하며 이 중 가루쌀 매입계획량은 5만t이다. 다만 지난해 구곡 4만t이 포함됐지만 올해는 40만t 전량 2025년산 햅쌀로 매입한다.매입가격은 수확기(10~12월) 평균 산지쌀값을 조곡(벼) 가격으로 환산해 연말에 결정하고, 매입 직후에 농가에게 중간 정산금으로 포대(40㎏ 조곡 기준)당 4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올해부터는 친환경벼 전환 농가가 희망시 전량을 공공비축미로 매입할 계획이다.박 전문연구원은 "올해 수확기 작황이 가격 흐름을 결정짓는 변수가 될 전망이나, 현재로서는 작항을 판단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며 "만일 생산량이 평년을 상회하는 수준이라면 전년보다 햅쌀을 4만톤 더 공공비축미로 매입하는 것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나, 아직 태풍 등의 변수가 남아있기 때문에 속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