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봉 1억 넘는 은행원들, 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 요구금융사고·제재 잇단 은행권, 파업 명분에도 설득력 부족전문가 "귀족노조 집단행동…공감대·사회적 신뢰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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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은행들이 '이자장사'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상황에서, 은행 노동조합이 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해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다.

    억대 연봉을 받는 은행원들이 파업까지 불사하는 모습은 서민들의 시선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지난 1일 조합원 투표에서 94.98%의 찬성률로 오는 26일 총파업을 결의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을 비롯해 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등 주요 금융기관이 참여한다. 노조가 내세운 핵심 요구는 ▲임금 5% 인상 ▲주 4.5일제 전면 도입 ▲정년 연장 등이다.

    문제는 은행권의 현주소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은행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1490만원에 달했다. 금융감독원 집계 기준 올 상반기 국내 은행 당기순이익은 14조9000억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자장사' 논란 속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은행들이 파업까지 불사하는 모습에 여론이 싸늘해지는 이유다.

    특히 이번 파업이 현실화되면 9월 이사철 대출 수요자와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온라인 대출 신청은 가능하지만 심사·승인 지연으로 전세 계약이나 기업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 파업 때도 일부 영업점에서는 대출 상담이 중단되며 서민·기업 피해가 적지 않았다.

    여론 악화의 또 다른 배경은 금융권의 연이은 사고다. 올해 들어 8월까지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가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받은 제재 건수는 18건으로, 지난해 연간(21건)에 이미 육박했다. 내부통제 부실로 신뢰가 흔들린 상황에서 노조가 "사회 변화를 이끌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금융노조의 집단행동이 사회적 공감대를 얻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근로자 간 위화감만 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총파업이 시행될 경우 서민 불편을 외면한 '귀족노조'의 잇속 챙기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다는 것. 가뜩이나 정부 규제로 시름하는 상황에서 대출 심사까지 지연되면 금융노조에 대한 여론은 더 싸늘해질 수밖에 없다.

    학계 한 교수는 "금융권은 연봉과 근무 여건이 다른 업종에 비해 이미 우월하다"며 "서민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파업을 강행하면 국민적 신뢰는 더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